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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추'를 지켜보는 눈들을 의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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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추'를 지켜보는 눈들을 의식하라"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김상곤 당선자의 건투를 빈다

"경기도 공교육만큼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죽어가는 공교육을 살리는 길로 가야 합니다. 공교육을 살리는 것만이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길은 입시위주 성적지상 약육강식의 "고육"을 버리고 인본중시 상생협동의 살림의 '교육'으로 가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과 학부모님들께 교육감 후보 기호2번 김상곤이 호소드립니다' 중)

맑게 갠 오늘 아침처럼 경쟁에 지친 한국 교육에 희망의 메시지가 떴다. 4월 8일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범도민 개혁 후보인 김상곤 후보가 경기도 교육감으로 선출된 것이다. 반가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이 태산같다.

어제 저녁 수원 김상곤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았다. 장시기, 박상환 교수와 선거 당일 서울을 출발해 수원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김상곤 후보의 승리를 장담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언론이 박빙의 승부가 되리라고 전망했다.

결국 많은 표차로 경쟁 후보를 따돌리고 김상곤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관계자에게 기쁨의 순간은 어젯밤으로 충분하다. 이제 김상곤 교육감 당선자는 그동안의 관제교육, 서열화, 경쟁 교육을 마감하고 공교육 혁신을 통해 경기도 주민이 주인이 되는 교육, 경기도 교육을 살려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선거 공약에서 강조한 것처럼 수준 높은 공교육을 통해 교육 양극화를 없애고 학생을 살리는 철학으로 교육을 다시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경기도는 바로 인접한 서울 교육과 비교되며 심한 긴장감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더욱 학생들을 경쟁과 수월성 교육으로, 야간 자율학습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도 학력은 전국에서 보잘 것 없었다. 이제 경기도 교육은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

1년 2개월이라는 기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반대 의견을 가진 다수 유권자, 무관심한 유권자가 더 많다. 김상곤 당선자에게 일을 잘 할 수 있는 여건과 시간이 충분히 열린 것은 아니다. 이제 힘들더라도 공약을 현실화할 지혜로운 노력이 선거 과정만큼이나 무겁게 앞에 놓여져 있다.

▲ "4월 8일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범도민 개혁 후보인 김상곤 후보가 경기도 교육감으로 선출됐다. 반가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이 태산같다." ⓒ뉴시스
교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경기도는 '교육 재해 지구'라 불렸다.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경기도는 지역도 넓고 인구도 많은 만큼 신도시는 과밀 학급으로, 농촌은 폐교 문제로 늘 진통을 앓았다. 빈부격차도 심한 편이다.

학교 설립 문제는 오래 전부터 난제였다. 아파트는 새로 지어지는데 설립할 예산은 늘 부족했던 것이다. 같은 문제로 고민했던 교육청 관계자들과 갈등보다는 지혜로운 해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도 필요하다. 상대를 무조건 타도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손잡고 함께 일할 상대로 존중하면서 가는 아량과 여유도 필요한 것이다.

영미식 신자유주의적 교육 개혁으로 더 이상 교육을 살릴 수 없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경쟁과 서열 교육에 지친 유권자의 정서를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김상곤 당선자에게 바라는 학부모의 정서는 비록 논리적이지는 않더라도 시장이냐, 성장이냐, 분배냐 평등이냐를 떠나 서로 무시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가 교육에서 서로 조화롭게 상생하여 내 아이가 행복하고 수준높은 교육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솔직히 학부모는 교육감에게 공교육 혁신을 기대하는것은 둘째치고, 부정부패만 하지 않아도 일단 평균점 이상으로 생각할 만큼 지쳐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12% 라는 낮은 투표율도 유권자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선거가 얼마나 많이 유권자를 실망시켰는지 후보자와 기득권층부터 반성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이번에는 비록 투표를 포기했던 유권자라도 다음번 선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참여의 교육을 만들어야 가야 한다. 실제 김상곤 후보 진영은 보수-진보를 떠나 범도민 후보로서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읽어 내면서 공교육 혁신과 기회 균등을 통해 올바른 교육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안 제시에 첫 단추를 끼웠다.

이제 두 번째 단추를 지켜보는 많은 눈이 있다. 이들은 과연 범도민 후보가 잘하는지 사사건건 지켜보며 2010년에 치러질 다음 교육자치 선거를 대비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칫 '진보 세력 뽑아 봤자 별 것 없다, 실망이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학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차근차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어수선하게 많이 벌리지 않더라도 성과를 탄탄히 가시적으로 낼 수 있는 사업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다음번 선거에서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시도에서도 범도민 후보들이 약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를 포함해 선거 관계자들은 선거의 열정 못지 않은 각오를 가져야 한다.

2010년 지자체 선거와 함께 16개 시도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 사람사는 일이 정치와 밀접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비록 낮은 투표율이지만 1년여 기회를 가진 경기도 교육은 이제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로운 교육으로 변신할 것이다.

경쟁 교육, 서열화 교육으로 지친 전국의 학부모에게 김상곤 당선자가 디자인할 경기도 교육이 청량한 물줄기가 되길 바란다. 더 이상 경기도가 서울과 비교당하는 지역이 아니라 공교육 혁신으로 온 나라의 모범이 되는 지역으로 탈바꿈할 기회이다. 그 길을 함께 만들어갈 경기도 주민들에게 기대가 크다.

김상곤 교육감 당선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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