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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 몸통은 결국 노무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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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 몸통은 결국 노무현인가?

검찰, '盧전대통령-권여사' 수사할까?…정치권 '충격'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사이의 돈거래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함으로써 '박연차 리스트' 파문은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부탁으로 정 전 비서관에게 돈을 건넨 것이라면, 적어도 부탁의 당사자인 권 여사에게로 사건의 파장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또한 돈이 오간 시점인 2005년~2006년은 노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으로, 만약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이를 알고 있었다면 노 전 대통령으로까지 법적 책임 논란이 일 수 있다.

만일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돈을 받은 사실을 알았다면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권 여사와 정 전 비서관에게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수뢰액이 1억원 이상으로 확인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가성 없는 '선의의 지원'이었다고 하더라도 고위공직자의 직무범위를 포괄적으로 인정해 대가성이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 권 여사가 박 회장의 돈을 받은 사실을 알았다면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사과문 발표 이후에도 '인지 시점'을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법적인 민감함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재의 정황만으로는 노 전 대통령에게 어떤 혐의가 적용될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검찰도 아직 신중한 태도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사과글은 수사에 참고하겠다"며 "글에 대한 조사 여부는 정 전 비서관 조사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통해 검찰 조사에 응할 뜻을 밝혔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힌만큼 검찰이 권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게 됐다.

정치권, 충격과 당혹

정치적 파장도 불가피해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을 둘러싼 공방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또다시 전직 대통령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 수도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사태가 민감하게 진행되는 가운데에도 청와대는 "우리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이렇다 할 언급을 피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집무실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관련 내부 회의를 주재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나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정치권도 다시 한 번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재임시절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태도는 거짓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윤 대변인은 "사과문 발표가 자칫 정상문 전 비서관과 조카사위 등 측근세력을 비호하기 위해 검찰 수사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 제시를 하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이기 위한 차원에서, 혹은 '선제공격' 차원에서 사과문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민주당은 크게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노영민 대변인은 "당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정세균 대표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를 내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공식 논평을 통해선 "민주당은 박연차 리스트가 여든 야든 한 점 의혹 없이, 한 사람의 제외도 없이 공개되고 수사돼야 한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면서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대로 조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원칙론 수준의 평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한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상문 비서관이 체포돼 '혼자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나갈 것 같으니 노 전 대통령의 스타일 상 두고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고, 검찰에도 자진해서 출두할 것 같은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대통령부터 이렇게 속속들이 썩었으니 다른 사람은 말해 뭣하겠는가"라며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구정물이 흐르는 세상'의 왕초 노릇을 했던 것 아닌가"라고 도덕성 공격에 치중했다.

박 대변인은 "'빨치산의 딸이면 어떠냐'며 호기를 부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집사람이 받았다'며 부인 핑계를 대는가"라며 "끝까지 떳떳하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마음이 쓸개를 씹은 듯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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