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비서관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은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며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이라고 밝혔다.
▲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프레시안 |
그는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봉하마을 측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집'은 경상도에서 흔히 '부인'을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권양숙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돈을 부탁해 박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권 여사의 부탁으로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은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시기인 2005~2006년이어서 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돈 거래가 권 여사의 부탁으로 이뤄졌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면 개입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것.
이에 대해 봉하마을 측은 "대통령의 인지 시점 등 구체적인 문제는 검찰 수사에 응하는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면서 "지금으로선 사과문 이상 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도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할 것"면서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고 검찰 조사에 응할 뜻을 내비쳤다.
노 전 대통령은 한편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에 관하여도 해명을 드린다. 역시 송구스럽다"면서도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사업에 투자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기존의 주장을 강조한 것.
그는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은 '사과한다', '송구스럽다'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하며 " 더욱이 지금껏 저를 신뢰하고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가 최종 가닥을 잡아가는 시점에 직접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것은 봉하마을 안팎에서 예견됐었다. 이에 따라 정상문 전 비서관의 체포 시점에 노 전 대통령의 직접 입장 표명이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사실상 자신에 대한 검찰 조사를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체포해 조사하는 한편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주변에서도 노 전 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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