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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몰표'는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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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몰표'는 한번으로 족하다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경기도교육감, 투표해야 하는 이유

오는 8일 치러지는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OOO식 이념교육,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구호가 다시 등장했다고 합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공정택 후보가 선거 막바지에 활용해서 강남 몰표를 얻어낸 구호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서울시교육감선거가 또 다시 생각납니다. 2008년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일 집 근처 식당이나 샐러드바에서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즐기던 강남 엄마들이 '이러다 교육이 OOO에게 휘둘리겠다'며 난데없는 위기의식이 발동해 '얼른 가서 투표하자'며 오후 3~4시경 뿔뿔이 흩어져 투표소로 향했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강남에서 쏟아진 찬성표에 힘입어 서울 전역에서 다수 표를 획득한 주경복 후보를 물리치고 교육감에 당선되었습니다. 주경복 후보는 서울 전체 25개 선거구 중 17개 지역에서 승리했음에도 2만표 차이로 낙선했습니다. 다들 놀랐습니다. 이를 두고 모든 언론들이 강남 몰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주목받는 교육 자치, 계급선거에 맡길 텐가

오는 4월 8일 수요일 경기도교육감선거, 4월 29일엔 충남과 경북 교육감선거도 실시됩니다. 투표를 하겠다는 경기도 유권자가 20% 안팎으로 낮은 투표율을 보일 전망이라고 합니다.

위의 구호가 또 한번 위력을 발할지 지켜보아야할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한국선거는 바야흐로 계급선거에 들어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교육감은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으로 교육·학예에 관한 소관 사무로 인한 소송이나 재산의 등기 등에 대하여 당해 시·도를 대표합니다.

새 정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로 초중등교육의 많은 권한이 교육감에게 이양되고 있는터라 그동안 별 관심 없이 이어져 온 교육자치가 새삼 주목을 받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교선택권 문제, 국제중과 특목고 설립, 0교시, 야간 자율학습 문제등 학교 운영과 그 지역 교육의 크고 작은 문제가 교육감의 역할과 철학에 좌우됩니다.

지난해 이맘때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교육자치 선거에 거리를 둔 것과는 달리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교육시민단체들이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교육 공공성 등 서울 교육이 많이 달라질 정책들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 서울시교육감선거에 출마할 진보진영 후보를 찾느라 모두들 마음이 부산했네요. 그러나 교육감 선거 출마 자격이 교육경력 5년 이상이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 5월부터 청소녀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들고 '미친소 안돼, 미친 교육 안돼'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선거가 바람을 타는 것 같더니 투표율이 전체 유권자의 15.5%, 유권자들의 저조한 참여와 무관심속에 선거가 치루어졌습니다.

선거 결과의 근본적인 이유는 대부분 유권자 정서가 모든 아이를 위한 교육보다는 엘리트교육을 통해 내 아이를 엘리트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경쟁교육에 정서가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고 강남 지역은 나에게 유리한 정책을 확실히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전교조'대 '반전교조'로 몰고간 언론의 영향도 컸을 것입니다. 교육감 선거 직후 2008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국제중 설립논란과 일제고사 실시, 180개 교육청 줄세우기는 강남몰표 정서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 아이의 행복과 연결되는 투표, 관심 없다고요?

▲ 오는 8일 실시되는 경기교육감선거를 앞두고 지난 2일 경기 수원 장안구청에 마련된 부재자 투표장에서 부재자 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선거 결과는 투표를 한 사람이건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이건 간에 광범위하게 미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감 직선제의 정치적 중립성문제, 저조한 투표율, 선거 과열, 선거 비용, 파벌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을 지적하지만 직선제를 쉽게 거스르지는 못할 것 입니다. 각 당에서 교육자치 선거법 개정 논란을 벌이지만 결국 정당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추어 재단하려 하니 교육감선거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향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모든 유권자는 교육자치선거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가졌습니다. 우리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우리가 주인으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해야 하고 결정에 적극 개입해야 합니다. 후보가 누구인지 지혜롭게 헤아려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행동이 아이를 살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들어 사람이 사는 결이 선거와 투표와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새록새록 느낍니다. 선거를 통해 사람을 뽑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입니다. '선거 결과 배경음악이 바뀐다'는 말, 설마 했더니 딱 들어맞는 말이더군요. 그러니 '내가 투표한다고 해서 무엇이 바뀌냐?'며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더구나 교육 문제는 내 아이의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를 이번 경기도, 충남, 경북 교육감선거와 대입시켜보면 공교육을 건강하게 지키고 낙오되는 학생없이 사(死)교육이 아닌 진짜 교육으로 이끌어갈 교육감이 필요한 것입니다. 모든 후보가 그렇게 외치니 그 옥석은 지혜로운 그 지역 유권자가 판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든 상관없습니다. 원하는 정책을 내세운 후보에게 무조건 투표하십시요. 그리고 오늘 내일 중으로 전화 열통 만 꼭 부탁합니다. 그리고 그분이 다시 지인들에게 투표참여 전화 열 통만 해달라고 부탁해주십시요.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고 한국 교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09 일산몰표, 분당몰표가 이어지지 않으려면…

지난해 강남몰표를 지켜본 저도 어제 경기도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했습니다. 교육감 선거이야기를 꺼내자 교사출신인 그 친구는 도리어 서울사는 내게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도 학교를 졸업하고 먹고 살기 바빠 통 신경쓰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어제까지는 무관심했다라도 지금 이 시간부터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지면 됩니다. 오늘부터라도 지지후보에 상관없이 친지들에게 전화 열 통만 해서 교육감선거 투표에 꼭 참여해달라고 부탁해 주십시요. 2008 강남몰표가 2009 일산몰표, 2009 분당몰표로 이어지지 않게 지역과 계층을 아우른 고른 선거참여가 필요한 때입니다. 시행착오는 한번으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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