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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대신 망치소리를…'새마을운동'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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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대신 망치소리를…'새마을운동'의 귀환

[기고] 이명박 '녹색 성장'의 정체

<워낭소리>의 흥행 성공은 이명박 대통령의 관람을 기획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앙증맞은(?) 정치적 이벤트를 낳으며 큰 화제가 되었다. 혹시라도 <워낭소리> 비평을 읽고 싶었던 독자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는 없다. 여기서 나는 이명박 정부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방향을 묻고자 한다. 사실 이 물음은 <워낭소리>와 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987년 유엔의 <우리 공동의 미래> 보고서는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란 의미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경제, 사회, 환경의 삼위일체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지구의 미래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국가의 정책 실행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은 '현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제멋대로 사용되곤 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 등에서는 정부의 지속가능한 발전 구호를 개발을 합리화하려는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 속에서 2000년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대통령 자문기구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출범했다.

올해 초 이명박 정부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국가에너지위원회,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통합해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에 비견할 만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축소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제기했던 모기 같은 목소리조차도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서 없어질 것은 뻔하다.

실제로 이번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조직 개편으로, 이 위원회가 발주한 사업의 상당수가 중단을 통보받았다. 몇 달간 사업이 연기된 것이라고 하나, 사실상 사업 재개가 불투명한 상태다. 또 설사 재개된다 하더라도 또 다른 '입김'을 받아서 사업 방향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그동안 지속가능한 발전 구호는 개발을 위한 '물 타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마저 축소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녹색 성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명색이 대통령 자문 기구인데도, 이 녹색성장위원회는 사람 채우기에 바빠서인지 아직까지 홈페이지 하나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이 녹색성장위원회의 수장의 발언을 통해서 '녹색 성장'의 심오한 의미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 공간 환경 연구자로서 많은 업적을 제출해 개인적으로 존경하던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형국 교수가 얼마 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에서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김 교수는 녹색성장위원회 창립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은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것으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규모 토목 공사뿐 아니라 환경·에너지 분야와 강하게 연계되어 있어 녹색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현재까지 망가지고 있는 일군의 지식인을 보면 요즘 말로 '대략 난감'한 상황인데, 김 교수의 남은 임기 동안 또 얼마나 많은 지식인이 망가질지 걱정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망가지는 지식인의 행보를 관찰하는 것은 지식사회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다시 워낭소리를 들어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워낭소리>를 관람하러 간 자리에서 감독에게 '영화를 만드는 데 돈이 얼마나 들었느냐' 하면서 수지타산에 관심을 둔 질문을 했다. 현 정부의 지속가능성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에게 단체 관람을 지시할 정도로 <워낭소리>와 통했다.

도대체 어떤 부분에 마음이 동했을까? 아무래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느리게 이동하는 소달구지, 손으로 벼를 수확하는 노인, 꾸불꾸불한 시골길, 시작부터 끝까지 졸음이 밀려오는 워낭소리로 가득 찬 영화를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워낭소리 대신 "전국 곳곳에서 건설의 망치소리"가 들리는 자신의 '녹색 성장'을 한 번 더 마음에 새기지 않았을까?

이제 우리는 '녹색 성장'의 이름을 단 새마을운동의 귀환을 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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