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게 170석의 거대 여당 한나라당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입법화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기획재정부가 정책을 발표하고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도 시행에 들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부는 관행임을 강조하면서 "사전에 이미 당정간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 세법이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시행에 들어갔다는 것은 의회의 고유권한을 행정부가 무시한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를 두고 한나라당 내에서 반발이 제기되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입법부는 나라의 이익과 장래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돌아봐달라"며 노골적인 압박성 발언을 했다.
법도 통과되기 직전 정책 시행…재정부 "시장 혼란 방지 위해"
재정부는 지난 15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고,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문제는 세제개편안이 아직 국회 통과 이전이라는 것.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까지 17일 "이 문제가 시급하고 타당성이 있는지 4월 임시국회에서 검토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나라당 대표조차 반대 입장을 밝힐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부는 한나라당 의석수를 믿고 무작정 시행에 들어갔다. 국회 통과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실장은 18일 양도세 중과 폐지를 조기 적용해 입법부를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전에 이미 당정간 충분한 협의가 있었고 부동산 세제 문제는 정책을 발표해놓고 시장에 적용되기까지 방치하면 매수, 매매 실종 등 엄청난 혼란이 온다"면서 "과거에도 당정이 충분히 협의하면 조속히 추진하는 쪽으로 발표돼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는 경우는 가정 해보지도 않았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윤증현 "입법부, 나라 위해 일하는지 돌아봐라"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한 반대가 일자 정부는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18일 매일경제신문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지금은 우리가 국가에 무엇을 해줄지를 물어야 할 상황"이라며 "입법부는 나라의 이익과 장래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돌아봐달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현재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추경을 내실 있게 짜서 국민에게 잘 작동되게 하는 것"이라며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증현 장관은 "국회가 깽판이라 민생법안 처리가 안 된다", "선거는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노골적인 국회 무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행정부의 이런 국회 경시 풍조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희상 국회부의장은 지난 10일 "정부의 국회경시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국회가 마치 정부의 대리인으로, 통법부로 전락한다면 민주주의는 죽게 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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