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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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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북유럽 교육 탐방 ⑤·끝

한국 국민 대다수가 교육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비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핀란드는 학생을 위한 학원은 물론 성인을 위한 학원도 없다. 한국 국민 대다수가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라고 하지만 사실은 교육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내자식 명문대 가는 것에만 관심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내 자식만 성공한다면 내 나라 교육이 어떻게 되건 상관없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소비자가 되어 차 한 대를 사도 요모조모 살펴보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미래 세대 교육에 대다수 국민이 너무 무관심하거나 고비용을 치루면서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다. 사교육과 공교육이 뒤바뀐 현실, 대학은 대학대로 미래에 대비하기 어렵고, 초·중등학교에서는 레이저 수술을 하는 시대에 녹슨 수술 칼을 든 교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니 개인들의 사소한 욕망 앞에서 올바른 교육이 설 자리는 없다. 더구나 국가도 교육 개혁이 이해집단 요구에 휘둘릴 때가 많으므로 정권이 바뀌면 교육 철학도 정책도 흔들린다.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교육 문제를 새롭게 볼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진은 계속되어 학부모들은 내 자식을 서로 앞자리에 세우기 위해 영어유치원, 국제중 입시학원, 특목고 준비 학원, 각종 고시 학원으로 이어지는 학원 의존 교육에 더욱 빠져들고 있다. 이는 다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학습기회 상실,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 된다.

경제 위기를 계기로 고학력 청년 실업자를 양산하는 현 경제 상황과 산업 구조 문제, 직업 교육 문제 등을 포함한 고등 교육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심각한 경제 위기를 계기로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 가치와 철학, 성장과 분배의 조화, 기업의 요구와 교육의 가치의 조화, 한국 사회 발전상을 다시 정립하지 않으면 국가 장래가 어둡다. 핀란드, 스웨덴을 돌아보면서 그 두 나라가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봤다. 그러면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언제까지 그렇게 과거 방식에 안주하여 퇴행을 거듭할지 새삼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 새 정부 교육정책은 자율화, 다양화라는 당의정에 쌓여있다. 하나금융그룹의 은평 뉴타운 자사고로 대표되는 '학교서열화300플랜'으로 인해 지난 30여 년간 지탱해온 고교평준화가 삽시간에 깨질 위기인데 국민들은 학교 선택권이라는 당의정, 포장술로 인해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입 3불정책이 유지된다고 해서 학교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잘 지켜지면 유효한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 국민이 3불 폐지를 반대하면서도 대입 자율화는 찬성한다는 것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새 정부의 포장술이 아직까지는 먹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한국 국민 대다수가 교육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 국민 대다수가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라고 하지만 사실은 교육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내자식 명문대 가는 것에만 관심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뉴시스

교육 단체들은 교육시장화를 맹렬하게 반대했지만 역부족으로 대중의 광범위한 동의는 얻지 못한 상태다. 더구나 내 경우는 지난 20년 동안 교육 운동을 했으니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그동안 진보적인 교육 운동 단체들이 주장했던 교육의 민주화, 교육 공공성 확보, 교육 재정 확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대중 설득력을 얻지 못했던 이유가 교육이 사회와 연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교육 부문만 따로 떼어내어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판단에서 나온 실천들이 국민들 눈에는 지엽적으로 비취지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교육 단체들은 각종 교육 현안에 반대투쟁을 해왔다. 또 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어쩔 수없는 선택일 것이다. 이 와중에 유래없는 세계 경제위기, 한국경제 침체기 속에 학부모의 사교육비만 늘어가고 있다.

이번에 같이 북유럽을 방문한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말에 따르면 <한겨레21>에 실린 핀란드 교육 시리즈에 대해 예상외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그만큼 현재 한국 교육의 출구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일 터다. 핀란드 교육 사례를 몇 사람만 공유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알려, 교육에 대한 가치를 바꿔내고 교육이 도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라는 근본적인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같이 책을 보고 독서 토론회를 하거나 관련 동영상을 보는 등 지구 반대편에 우리와는 가장 다른 방식으로 가장 좋은 결과를 내는 나라의 교육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내면화된 경쟁과 효율논리에서 협동과 자율논리로, 차별에서 지원하는 교육철학으로 바꿀 계기가 필요한 것이다.

흔히들 '핀란드는 사민주의이고 인구 500만 명에 불과해 합의가 쉬운 나라이나 한국은 인구 5000만 명이라 상황이 다르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적인 가치 아래 교육과 사회의 요구, 개인의 요구가 합리적으로 조정되는 사회가 가능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관건인 것 같다.

핀란드는 자신들의 교육 정책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합의와 모델을 개발하며 교육 문제를 이념화하지 않고 합의를 존중하며 실용성을 중시하고 자신들에게 맞는 방식을 개발해갔다. 그 과정에서 20년간 아호라는 분이 핀란드 정부내 교육 책임자를 맡고 교육개혁 과정에서 생기는 현장의 반발은 재정 투자를 높이고 교사 월급을 인상하는 등 불만을 최소화하고 합의를 유도하는 식으로 관리하며 교육 발전을 진행시켰다고 한다. 그 결과 핀란드는 스웨덴과도 다른 교육 모델을 발전시켜 나간 것이다.

이후 한국과 핀란드, 두 나라 교육 개혁의 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어려움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 주제로 삼았으면 한다. 그리고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른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경쟁이 아닌 협동으로, 차별이 아닌 지원으로, 자본이 아닌 인간으로 교육을 바꿔야 모두가 웃는 부모, 웃는 학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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