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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체제에 바란다

[손호철 칼럼] '무지개 진보연합'은 불가능한가?

진보신당에 노회찬체제가 출범할 예정이다. 물론 대표 선출 등 공식적인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공동대표체제에서 단일대표체제로 바뀐 새 대표 경선에 노회찬 전 의원이 단독 출마했기 때문이다.

1971년 야당이었던 신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는 40대 기수론을 내건 김대중, 김영삼, 이철승 후보가 출마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신바람을 선사한 적이 있다. 이번 진보신당 대표 경선에서 노 후보와 또 다른 공동대표인 심상정 전 의원이 출마해 뜨거운 경선을 벌였을 경우 1971년 신민당 전당대회의 경선 이후 가장 신나는 경선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심 대표의 불출마로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노 후보가 삼성 X파일 폭로와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받아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을 감안해 심 대표가 양보를 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사법적 현실에 다시 한 번 분노하는 한편, 심 대표의 아름다운 양보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표는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과 당대표 후보토론회 등을 통해 한국정치의 진정한 위기는 "반민주, 반서민정권인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을 대신하여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등 이 나라의 대다수 서민들이 지지할 대안야당이 없다는 것"으로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둬 서민들에게 복지를 실현해줄 진정한 대안야당은 이제 진보정치에서 나와야 한다"며 진보신당을 이같은 "서민대안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진보신당은 원내에도 강력한 교두보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원외에도 삶의 현장에 든든한 진지를 구축하는 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비판을 받고 있는 북한과 민주노총 문제에 대해서 "할 말을 하겠다. 못 할 말이 없다"며 민주노총의 경우 꼭 필요한 존재지만 과연 "자임하는대로 1500만 노동자의 희망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문제가 "별도 노총을 만드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제3노총 건설론과는 선을 그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문제는 종북주의가 아니라 이를 세력기반으로 활용하려는 패권세력들"이라며 "패권주의가 민노당 내부에서 온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선 새로운 건설을 짓더라도 올바른 구실을 하기 힘들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노당과의 재통합주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또 반MB 사안별 연대는 필요하지만 반MB 후보 단일화, 반MB선거연합 등에 대해서는 단순히 "이명박을 반대한다는 것만 확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에서 프레시안 후원으로 열린 대표후보 1차토론회에서 노회찬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국정치의 현 상황으로부터 진보신당의 좌표,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의 문제, 반MB연합에 이르는 핵심적인 쟁점들에 대한 노대표의 주장은 크게 보아 올바른 것으로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이를 실천에 옮길 것이냐는 것이다. 또 구체적인 실천의 수준에서는 많은 의문점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선 가장 궁금한 것은 어떻게 정체되어 있는 진보신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릴 것이냐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원내 진출에 실패한 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지못미 운동이 있었고 촛불시위와 관련해 '칼라TV'가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원외정당으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게 멀어지면서 지지율이 정체되어 있는 것이 진보신당의 현실이다. 이같은 정체를 극복하고 4.29 재보궐 선거와 2010년 지자체 선거 등에서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노 대표는 갖고 있다.

특히 노 대표가 통과해야 하는 첫 시험대는 4.29 재보궐 선거이다. 특히 울산북구는 진보정치의 상징이자 진보신당의 조승수 전 의원이 민주노동당 시절 승리하고도 사법부에 의해 의원직을 박탈당한 선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진보신당은 울산북구를 원내진출을 교두보로 삼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후보단일화을 논의하고 있다. 반MB의 한 석이 아쉬운 현재의 정국, 그리고 진보신당이 처해 있는 어려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후보단일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갈라서게 한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의 문제에 대해 아무런 변화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민주노동당과 후보단일화에 임하는 것에 대해 지지자들이 무엇이라고 이야기할지 곤욕스럽기만 하다. 분당 당시와 변한 것이 무엇인가? 분당 후 지지율이 생각보다 오르지 않아 연대가 필요한 것인가? MB정권의 등장으로 반MB연대의 필요성이 생긴 것인가? 아니면 종북주의와 패권주의가 함께 당을 하기에는 장애가 되지만 후보단일화의 장애요인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일까?

사실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종북주의가 아니라 이를 세력기반으로 활용하려는 패권세력들이라는 노 대표의 주장역시 맞으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종북주의도 하나의 정치적 입장으로 분명히 허용되어야 하고 이를 다른 구체적인 범죄사실(북한으로부터의 금품수수 등) 없이 국가보안법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일심회사건과 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당내 갈등(결국 분당사태를 가져온)이 보여주듯이 현실적으로 종북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한 정당에서 활동하면서 종북주의는 문제가 아니며 이를 기초한 패권주의가 문제라고 이를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당의 주요당직자들의 정치적 성향 등을 분석해 북한에 보고한 것은 해당행위이므로 이를 처벌하자는 주장을 '민주적 투표'에 의한 다수의결에 의해 부결시킨 것을 단순히 패권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을까? 그러면 다수의결을 따르지 말아야 하나? 아니면 처벌안에 반대하는 것은 패권주의이니 반대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결국 사상의 자유문제와의 별개로 종북주의는 피할 수 없는 우리 진보진영과 진보정당의 현실적인 문제로서 21세기 진보정당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분명히 선을 긋고 나가야 문제이다.

오히려 문제는 진보신당이 종북주의를 포함해 일반유권자들에게 민주노동당과 무엇이 다른지 보여주는데 실패했다는 데에 있다. 나아가 진보신당이 진보적 생각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에게도 민주노동당처럼 친북적이지 않다는 것 이외에 민주노동당과 자신을 차별화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유권자(당원이 아니라) 수준에서는 진보적 유권자들의 생각이 민주노동당보다 진보신당에 더 가까우면서도 관성과 그간의 역사성에 의해 다수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과거의 민주노동당 지지자이외에 새로운 진보적 유권자들을 조직해 내고 지지자들로 만들어 내는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푸는 것이 바로 노 대표가 안고 있는 중요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표가 당내에서 벌어졌던 사회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추상적인 논쟁을 넘어서 반신자유주의의 피해자들인 노동자, 농민, 영세 상인들에게 복지를 줄 수 있는 서민복지동맹에 기초한 서민대안정당을 모델로 삼은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진보정당을 추구하는 한 이념문제는 피해갈 수 없으며 이념문제와 관련해 한국사회당,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준비모임 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종북주의와는 거리가 먼 다른 진보세력들(한국사회당,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준비모임)과 보다 적극적인 통합움직임 내지 연대움직임을 벌여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가뜩이나 취약한 진보세력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한국사회당, 사노정 준비모임 등 4개 진보정당으로 나뉘어 경쟁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사회민주주의부터 보다 급진적인 사회주의, 그리고 포스트주의까지를 어우르는 '무지개 진보정당' 내지 '무지개 진보정당 연합'은 불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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