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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도를 펴고 동그라미를 그리다보면…"

[아시아생각] <국경, 아시아, 시민사회> ①

인간안보 또는 비전통적인 안보 문제라 불리는 것들은 안전 혹은 안전의 궁극적인 대상인 인간의 생명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에 관심을 둔다. 탈냉전 이후 국가안보 혹은 왜곡된 형태의 정권안보라는 개념을 벗어나 인간의 안전과 생명에 보다 관심을 두는 관점들이 강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일차적 생존의 문제를 해결한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인간다운 삶에 무게를 두고 있고 인간안보는 더욱 중요해졌다. 물론 빈곤선을 벗어나지 못한 국가들은 여전히 경제성장과 삶의 질이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간안보 문제의 상당 부분은 몇 개의 국가에 걸쳐 원인을 두고 있으며, 영향력 역시 여러 나라에 동시에 미치는 초국가적인 성격을 띤다. 따라서 한 국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아시아인의 삶을 위협하는 환경, 질병, 빈곤…

아시아의 지도를 펴놓고 우리가 아는 이슈들을 지도 위에 동그라미로 표시하다보면 어느새 아시아 지도는 무수한 동그라미로 가득 찰 것이다. 그만큼 아시아 지역에는 초국가적 인간안보의 문제가 넘쳐난다. 동남아 열대우림의 파괴, 건강을 위협하는 연무(Haze) 현상, 확대되는 중앙아시아의 사막, 동북아의 황사 그리고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빈민지대로 모여드는 생활폐기물에 의한 거주 공간의 오염 등의 환경문제가 중앙아시아에서 동북아시아까지 아시아 전체를 뒤덮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을 비롯하여 많은 아시아 국가들을 괴롭히는 광역 질병 혹은 전염병의 문제도 심각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병할지 모르는 조류독감, 아시아 국가의 관광산업과 사람들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스(SARS) 그리고 인간의 생명을 오랫동안 위협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 등이 아시아 곳곳에 널려 있다.

인간안보를 이야기할 때 초국가적 범죄로 망라되는 이슈도 제외할 수 없다. 초국가적 범죄에는 마약밀매, 인신매매, 무기밀매, 해적 그리고 테러가 포함된다. 전통적으로 마약이 재배되던 동남아의 골든트라이앵글 지역과 아프가니스탄 지역 주민들의 빈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는 마약의 문제가 제대로 이해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동경로에 대한 이해도 단순히 범죄라는 시각을 넘어서 왜 그들이 그 문제에 연관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인신매매 역시 그에 연관된 사람들의 범죄사실뿐만 아니라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원인, 예를 들면 빈곤이나 여성 인권 문제를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런 일을 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이해를 수반해야만 문제의 올바른 이해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더불어 문화적, 종교적 상대성과 관용의 시각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관점은 중동, 동남아에서 일어나는 종교를 명분으로 한 테러를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로 낙인찍는 오류를 만들어내기 쉽다.

글로벌 시대에 전 세계를 누리는 자유를 부여받은 자본 그리고 이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국가의 틀 안에서만 이동할 수 있다. 이런 모순과 불평등 속에 이주노동의 문제와 난민의 문제가 들어 있다. 아시아 지역 이주노동의 규모는 엄청나다. 단편적인 예로 필리핀 GDP의 20%는 이주노동자의 송금으로 채워진다. 중동에서 일하는 수많은 서남아와 동남아 출신의 노동자들, 동북아와 일부 동남아 부유한 국가에서 일하는 많은 동남아 노동자들의 노동의 자유와 인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이주노동은 이주노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거기에서 배태되는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불법)이주노동자의 2세들은 많은 경우 정규적인 교육에서 완전히 배제되며, 이들에게는 국적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다문화적 포용성과 관용성을 갖추었는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 경제, 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아시아 지역의 난민은 300만 명을 훨씬 넘는다. 그러나 아직 아시아 지역에서 난민들의 수용과 그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생각된다. 난민 발생국, 난민 당사자들 그리고 난민 수용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난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는 어떤 합의가 시급히 필요하다.

아시아 지역에서 식량 위기 역시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주로 경제적 수준이 낮은 국가들이 식량 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이에 대자본들은 식량을 생존의 수단이 아닌 이윤 창출의 도구로 삼아 투기적 거래를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식량은 충분한데도 어떤 사람들은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아시아 지역의 영유권, 국경 분쟁 역시 인간의 삶을 직·간접으로 위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빈곤은 앞서 언급한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가장 오래 된 인간안보의 문제다. 수많은 가난한 나라들, 빈곤선 이하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아시아에서 초국가적 인간안보의 문제가 산재된 현실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안보의 근저에 빈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도 그 해결이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함께 풀어가야 할 우리의 문제

아시아는 하나의 지역단위로서 앞서 말한 초국가적 인간안보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국가와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국가들 모두를 포함한다. 대부분의 이런 문제는 국경을 벗어나 가까운 이웃에 영향을 주며 바로 옆의 지역단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아시아의 초국가적인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다. 다른 한편으로 아시아 지역에는 보다 초국가적 문제에 취약한 국가들과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들이 모두 포함된다.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높은 생활수준을 영위하는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이 모두 있는 상황에서 초국가적인 인간안보 문제의 심각성을 지역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은 지역 내에서 상호 연대와 이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시아는 문제 제공과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의 초국가적 안보문제를 개별 국가가 아닌 아시아 지역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아시아 연대는 시작된다.

참여연대와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은 오는 26일부터 11월까지 매달 1회, 총 8회에 걸쳐 아시아인의 생존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문제를 논하는 '아시아 포럼'을 개최한다.

인간 안보, 해양 테러리즘, 난민, 탈북 여성, 에너지, 식량 위기 등 다양한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며, 이번 행사를 후원하는 <프레시안>과 참여연대 홈페이지를 통해 발제문이 소개된다.

포럼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2009년 연속기획 아시아 포럼 <국경, 아시아, 시민사회>

1회: 초국가적 인간 안보 문제와 아시아
발제: 이재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일시: 2009년 3월 26일(목) 오후 4시 30분,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2회: 아시아 해양 영유권 문제와 시민사회의 대응
1부: 아시아 해양 도서영유권 분쟁과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강성호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객원연구원
2부: 해적과 해양 테러리즘
발제: 라미경 순천향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일시: 2009년 4월 16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3회: 태국 국경거주 버마 난민들의 적응양상과 과제
발제: 이상국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연구교수
일시: 2009년 5월 7일(금) 오후 4시, 서울 COEX

4회 :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 및 과제
발제: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일시: 2009년 6월 11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5회: 이주아동의 인권현황과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김성천 중앙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일시: 2009년 7월 9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6회: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일시: 2009년 9월 17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7회: 아시아의 식량위기와 대응
발제: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일시: 2009년 10월22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종합토론: 아시아 국경지대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한국시민사회의 연대
일시: 2008년 11월 19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문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02-723-5051)
silverway@pspd.org
blog.peoplepower21.org/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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