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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협력…누가 더 많이 웃고 살까"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북유럽 교육 탐방 ②

화염병과 휴대전화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는 호수와 숲의 나라이다. 최근 핀란드는 노키아라는 세계적 인기를 얻은 휴대전화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선전화를 설치하다가 전봇대를 세우며 자연이 파괴되자 무선전화로 획기적으로 바꾸었다고한다. 그 결과 노키아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휴대전화 강국이라도 길거리에서 휴대전화을 꺼내든 이는 찾기 어려웠다. 이들은 꼭 필요한 전화만 하는 듯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스웨덴으로부터 700년이라는 오랜 식민지를 거쳤지만 자신들의 언어를 간직한 강인하고 생존력이 강한 나라이다. 그래서 화염병이 세계 최초로 생겼다고 한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 탱크에 화염병을 몇 개씩 투척해 그들을 막아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잘 단결하고 합리적이라고 한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 사회 시간에 배운 바로는 '핀란드는 분단국과는 교류를 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다가 이후 북쪽과 남쪽 모두 외교를 터서 중립국도 아닌 것이 외교 방식이 낯선 먼(?)나라'로 암기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핀란드는 노키아라는 세계적 인기를 얻은 휴대전화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얼마 전부터 핀에어라는 직항기가 인천과 헬싱키 직항로가 개설되어 8시간 만에 닿을 수 있는 심리적으로 가까운 국가가 되었다. 지도상에 러시아의 성 페테르부르그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오랜 식민지 기간을 거치다보니 자신들에게 맞는 교육 제도가 있을 리가 없어서 스웨덴과 독일로부터 교육 제도를 수입했는데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자 자신들만의 교육 개혁을 찾아 나섰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일이다. 그들은 그렇게 통합고등학교 제도를 도입해 학생을 독일처럼 어린 나이 때부터 인문계와 실업계로 나누는 것을 피하고 통합 교육을 통해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키려 애썼다. 특히 1등하는 아이보다는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더욱 관심을 쏟아 위해 평균 학력을 높여 나갔다. 중학교 시기에 학급당 인원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학력차를 보충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핀란드도 인구의 도시 집중을 막을 수 없어 날씨가 온화한 남부 해안가에 발달한 도시 중심으로 인구가 모여들고 이에 따라 학교 간 학력차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고 한다.

▲ 핀란드 라또까르따노 학교. 교사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눈썰매를 끌어주고 있다. 아주 춥지 않은 한 겨울철 실외활동은 필수이다. ⓒ오영희

스웨덴과 핀란드가 교육 개혁에 나선 이유

핀란드와 스웨덴 두 나라가 교육 개혁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EU국가로서 두 나라의 생존이 절박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의 위협에 직면한 국가로서 생존에 온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유아 교육의 확대, 교사 수준 향상, 부시 정부가 내세운 경쟁 교육 정책의 보완 등을 내세웠다. 교육이 사회 발전에 근본이고 변하지 않고는 도태됨을 알기 때문이다.

비록 시장화라는 잘못된 길을 택했으되 한국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핀란드는 그 과제를 국민의 계층 갈등으로, 서열화와 분열로, 구시대적 삽질로 풀지 않고 통합 교육으로 평등성이 담보된 교육 정책으로 풀어 나갔다. 교육 기회와 결과의 평등을 바탕으로 인간 관계안에서의 협동, 자발성과 흥미와 서실과 양심 등 두 나라 모두 각각의 철학과 경제수준에 맞게 최선을 다해 유아부터 직업 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에 특별한 신경을 쏟고 있었다.

특히 두 나라는 '학력'이란 개념을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학력을 주입식 교육을 넘어 문제 해결력과 소통 등 보다 넓은 범위에서 파악하고 개인의 소양과 역량을 키운다는 것으로 점차 개념을 넓혀가는 것이다. 나도 아이를 키우지만 그들의 확장된 학력 개념을 접할 때 절로 무릎이 쳐칠 정도였다. 학력 개념 속에는 소통 능력과 시민성을 포함시키며 두 나라는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에 성공한 나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PISA 시험의 의미

세계 각국이 2000년부터 시작된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시험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시험이 단순히 주입식 학력을 측정하는 것을 넘어서 문제 해결력과 그밖에 창의성, 학습에 대한 태도와 지적 호기심 등 여러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써 점차 한 나라 교육 정책 결정에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얼마전 독일이 PISA 시험 순위가 몇 단계 향상되어 국가적 잔치를 벌였다는 소식을 그무렵 독일로 안식년을 갔던 정현백 교수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세계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문인데 한국은 성적이 좋아도 좋은 줄을 모르고 칭찬에 인색하며 교육을 타박만 하니 아쉬움이 크다.

핀란드의 세계적 학업 성취가 화제가 되고 그들의 교육 방식과 한국 교육 방식 사이에 큰 차이가 부각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핀란드에서 중등학교협의회 회장인 피터 교장선생님이 방한하기도 하고 헬싱키 대학의 OECD PISA 토미 연구원과 야리 교수등 관계자가 방한하여 핀란드가 최고의 국제적인 학력으로 우뚝 서게 된 배경에 대해 워크숍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맘때 문화방송(MBC) 에서는 <열다섯 꿈의 교실>이란 특집방송을 통해 핀란드 교육과 한국 교육을 집중 조명하며 비교하기도 했다. 두 나라 똑같이 학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한국은 가장 공부를 많이 해서 얻은 학력이고 하나는 공부에 목을 매지 않고 얻고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해 얻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방송 중 PISA 관계자는 말했다. "그 이유는 한국 교육의 경쟁과 핀란드 교육의 협력 때문이다." 나는 그때도 망치로 머리를 탕하고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1년 내 그 말이 내 속에 맴돌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경쟁은 스포츠에서나 있다."

낙오자 없는 핀란드 교육

핀란드 교육에 낙오자는 없다. 같은 배를 탄 학생들이 하선하지 않고 무사히 안전한 항구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목적이라고 얼마 전 방한한 요우니 교수가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일제고사 존재 자체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를 반대한 교사들이 해고를 당했다는 대목에서는 더욱 비판을 했다. 핀란드 학생도 고등학교와 대학을 가기 위한 시험도 치르고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0대로서 감당해 낼 수 있는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한국보다 훨씬 덜 불행한 10대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시험은 학생의 서열을 정하기보다 내가 학습하는 태도, 내가 아는 것을 점검해보는 학습의 과정으로 존재한다. 고교 졸업 무렵 다시 한 번 시험을 봐서 대학에 진학한다.

핀란드의 모든 학교는 크든 작든 밝고 따뜻한 현관을 가지고 있었고 교장실은 있는 듯 없는 듯 학교 한구석에 자리했다. 각 교실마다 다양한 밝은 천의 커텐이 각 교실마다 다른 분위기를 만들며 부드러운 변화를 주고 있었다. 개중에는 대학처럼 넓은 카페테리아가 학교의 중심에 자리한 학교도 있었다. 라또까르따노 학교를 방문했는데 마침 눈이 온날이라 운동장에서 흥겨운 눈썰매가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추운 겨울에도 방한복을 입고 눈밭에 나가 뒹굴며 놀았다. 모든 아이들은 여벌의 방한 방수 옷을 두고 다니며 놀이에서 돌아와서는 건조시켜 다음날을 대비했다.

학교를 개축하느라 임시교사에서 수업이 이루어졌는데 밖에 눈보라가 몰아쳐도 교실 안은 따뜻해 일부 학생들은 반팔차림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혹은 3학년때부터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를 제외한 외국어를 교사, 학생,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고 교육목표를 공동으로 세운다. 교사가 사회적으로 신뢰받으므로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는 그다지 필요치 않으며 대신 개별 학생의 학습 목표를 논의하거나 교육 과정을 의논할 때 학부모는 반드시 참여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삼자협의를 통해 개별 학생에게 필요한 공부와 진도를 선택하고 결과를 점검하고 다시 한번 학습 계획을 협의해 나간다고 한다.

고등학교는 중3때 전국시험을 봐서 진학한다. 약간의 선호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집근처 학교에 진학하고 5킬로미터(㎞) 이상 통학할 경우 국가에서 교통비를 지급한다고 한다. 고등학교는 무학년으로 각자 필요한 코스를 이수하도록 했다. 중3때, 고3때 시험을 치룬다.

야르벤빠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1000여 명이 가까운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어서 대학생처럼 고등학교에서는 18개 코스를 정해 이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건물은 방사형으로 지어져 카페테리아를 중심으로한 중앙으로 학생들이 집중되고 분산되게 설계되어있다. 체육이 필수 과목이라 중요시하고 체육실이 위치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위해 5~6인씩 그룹으로 베드민턴, 농구, 여자하키 코스를 돌아가며 섭렵했다.

▲ 중앙홀이 있는 야르벤빠 고등학교. 박원순 변호사 모습이 보인다. ⓒ김명신
첨단산업이 발전된 나라답게 내가 방문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자기 카드를 현관문에 접속해야만 문이 열리는데 이를 통해 그 학생의 학교 수업 행적이 다 기록된다고 한다. 직업반과 인문반의 넘나듦이 유연한 통합 고등학교과정을 택하고 '평준화다 아니다'를 거론할 필요없이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이 한데 어울려 협동과 개별학습을 벌인다.

한 예로 사랑을 주제로 한 수업을 참관했다. 학생들은 칠판에 섹스, 오랄섹스, 키스 등 '사랑'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놓았고 교사는 학생들의 흥미를 바탕으로 종교, 성교육, 문학 작품에서 나타난 사랑에 이르기까지 일주일에 세 시간씩 6주간 인터넷사이트를 활용하고 학생들은 에세이 발표를 하며 통합적으로 '사랑'을 주제로 한 수업에 집중한다. 오래전 내 아이도 외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며 세계사 시간에 한 학기 동안 제2차 세계 대전만 배운 적이 있었다. 학생들이 깊게 공부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고 평가를 통해 자신의 학습태도를 보완해나가는 과정이 학교이자 학습이었다.

핀란드에서는 학생의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차이와 학습의 우열이 본격화적으로 드러날 즈음인 중학교 때는 학급당 인원수를 반으로 줄여 학력차를 좁힌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비해 학급당 인원수가 절반이다. 이처럼 잘하는 학생은 그냥 두어도 잘하므로 그대로 두고 못하는 학생들을 끌어올리는 것이 핀란드 교육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개별화 교육과 다양화 교육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는 2년 반부터 4년 사이에 마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고 필요하면 인턴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휴식기를 가진 후 결정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 방문객들에게 학교를 설명하는 야르벤빠 고등학교 학생과 방문 일행. ⓒ김명신
직업 교육과 학생 인권

핀란드는 직업 교육이 활발하다. 졸업생이 고교를 졸업하고 현장에 막바로 투입될 것을 상정해 핀란드는 고등학교에서 직업학교에서 직업 교육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옴니아 직업고교, 직업 교육 센터를 방문했다. 여학생 직업반 중 현재 인기 직업은 미용 직종이다. 그래서 경쟁률도 높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고등학교에 미용반에서는 미용 중 가장 흔한 일중 하나인 머리 감기기와 머리 맛사지 시험에 교사가 모델이 되어 깔깔거리고 웃으며 시험 평가를 하고 있었다. 동네사람들도 동네 미용실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발적으로 머리커트, 피부 맛사지 등 기꺼이 학생들의 미용실기대상이 되어준다. 그 애들이라고 시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먹고 사는데 필요한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핀란드는 이민자는 받지않고 난민만 허락하는데 이민자가 급증하므로 아무래도 사회경제적 배경이 낮은 아프리카계 학생들이 직업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지 의료보조원 교육을 받는 구성원은 모두가 유색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했다.

▲ 옴니아 직업학교. ⓒ오영희

한국의 교육운동가로 살면서 한국 교육을 고발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직업 교육과 학생 인권 문제에 있어서 특히 그러하다. 학벌주의, 학력 간 임금 격차 등을 다 제쳐놓고라도 한국이 실업계 학생이 절반인데 그들 교육에 손놓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실업계 학생들은 앞다투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MB정부는 마이스터교를 100개 세운다고하나 직업 교육이 바로서지 않는 한 현재 질곡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옴니아 직업고교를 방문해 핀란드 직업 교육을 돌아보며 '누구는 나라 잘 만나서 웃고 사는구나, 누구는 나라 잘못 만나서 근심이 떠나지 않네…'라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때마침 용산 참사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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