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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펜을 들고, 친구는 카메라를 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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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펜을 들고, 친구는 카메라를 든 것처럼"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북유럽 교육 탐방 ①

지난 1월, 교육운동가, 교사, 교수들 정확히 39명이 떼를 지어 핀란드 교육을 돌아보았다. 내친 김에 스웨덴 교육도 둘러보았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왜 이번에 핀란드를 가는지 궁금해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교육단체들 사이에서 갈수록 시장화되는 한국 교육에 숨이 막힐 지경이면 늘 단골메뉴로 핀란드 교육이 화제에 올랐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부러움과 절망이 교차했다.

인구 500만 명으로 합의를 존중하는 핀란드. 인구 5000만 명의 다양한 집단 가운데 이미 교육문제가 이념문제가 되어버린 한국에서 핀란드를 운운하는 것이 과연 적당한가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잖아도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내게 연세대 민경찬 교수가 전화로 당부했다. "그들의 상황과 한국 상황은 너무도 다르니 감안하고 보시라."

▲ 지난 1월, 교육운동가, 교사, 교수들 정확히 39명이 떼를 지어 핀란드 교육을 돌아보았다. 스웨덴 교육도 둘러보았다. ⓒ김명신

나는 이번 여행을 대학생이 된 두 아이와 함께했다. 두 아이에게 맡긴 역할은 통역 보조였지만 그보다는 교육운동을 하는 엄마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교육 공공성, 한국에서는 좀처럼 체감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교육 공공성을 함께 보고 배울 기회를 가지기로 한 것이다. 두 아이 가슴에 핀란드와 스웨덴 교육이 어떤 인상이 남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교육운동하는 부모로서 절박한 심정으로 그 애들이 겪은 경쟁 교육, 입시 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은 고스란히 경쟁의 한국 교육을 온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두 나라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여러 급별 학교를 방문하여 그 학교의 설립 취지와 운영 방식을 듣고 교내를 돌아보고 질의 응답하는 것이 주 프로그램이었다. 세계 최고의 복지를 자랑하면서도 교육에 시장화 바람을 도입하려는 스웨덴 국가교육청을 방문하고, 교육이 지방자치단체 책임이 된 핀란드 지자체협의회 등을 방문해 그들의 교육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분주하고 빡빡한 일정이었다. 적지 않은 여행 경비를 모두 자비로 부담한 이번 탐방 길에서 오고간 시간을 합한 9일 동안, 관광이라고는 도합 6~7시간이었으니 이번 여행에 한국 교육 관계자들에게 얼마나 절박했는지 그 방문 목적이 대강 짐작이 가리라.

작은 아이는 한시도 쉴 틈 없이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서두르는 우리 일행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다양성, 학생 개인의 배움의 속도 차이가 존중되는 나라에 와서 왜 그리 주입식으로 뺑뺑이를 도냐?"라며 비난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지만 우리 어른 일행은 그만큼 절박했다.

여행 일정상 먼저 둘러보게 된 스웨덴, 그 첫날 방문한 푸트럼(미래) 학교에서 겪은 인상적인 일이 기억난다. 우리 일행이 학교를 방문해 학교 관계자의 프레젠테이션을 받을 때 각자 다른 유형으로 내용을 기록했다. 노트북에 적는 사람, 메모하는 사람, 그냥 듣기만 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영상으로 담는 사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 그것을 본 그 학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여러분이 각자 가장 유용한 방식,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용을 적어두는 것처럼 학생들도 공부에 적용하는 각자 방식이 다르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교육은 그렇게 개별화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아마 그 장면이 여행의 의미의 처음이자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스웨덴에서 방문한 푸트럼(미래) 학교. ⓒ김명신

민주적 가치에 바탕을 둔 스웨덴 교육

스웨덴은 작은 나라로서 인재 양성이 주요 정책 과제이다. 국가가 새로운 인재 유형을 수립하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교육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다. 서로에게 민주주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무엇보다 오늘의 교육 목표가 내일의 시민을 만드는 것이며 학생의 창조성, 비판적 사고, 자기 신뢰, 사회적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노벨상 시상식장인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사를 안내하던 한국 이민자이자 그곳 중학교 교사인 한인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시의회장은 사방 막힌 벽이 아닌 양면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 국민의 의견이 의사당 열린 창으로 들어오고 의회의 결정이 열린 창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된다는 의미이다. 또 의사당 좌석 배치가 한 면은 호수를 보이는 멋진 전경이나 호수를 등에 지고 앉는 이들을 위해 맞은편 벽에 아름다운 장식을 해놓았다. 누구도 우연히, 필연적으로 불평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이 이 사회에서는 당연하다."

▲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청사. ⓒ김명신

스웨덴은 사회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해 1989년 교육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되었다고 한다. 국가는 교육의 목표를 정하고 지방정부는 이러한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천하고 책임을 진다. 9학년 동안 의무교육을 하는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한다. 이를 두고 미국의 일부 교육평론가들은 스웨덴은 의무교육 기간을 최소한으로 두면서 개인의 자율을 존중한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스웨덴 사회도 변화가 일어 유럽연합(EU)에 가입했고, 국가 기간산업에 민영화 바람이 불었으며, 이민자가 급속히 늘어 10%에 달하게 되었다.

스웨덴은 경제 구조 개편과 효율성을 교육에 연결해 '경쟁' 개념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일부에서 경쟁은 좋은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여 시장 중심적 운영체제를 도입했다. 우리는 학부모들의 학교 선택권을 명분으로 한국 정부가 지금껏 시도하지 못해 안달이 난 학교 유형인 자율학교-기업형 학교, '쿤스캅 스쿨'을 방문했다. 증시에 상장되고 연 7% 정도의 비교적 고수익을 낸다고 한다.

자율학교는 운동장 없는 빌딩에 교실과 복도로 이루어진 한국의 강남 학원 내부 같은 전경이었다. 이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학생 개개인의 교육 성취 목표를 정하고 이를 철저히 점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이 기계처럼 매주 진보하는 기계가 아닌 다음에야 무리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핀란드와는 달리 교육 정책에 신자유주의를 일부 도입한 스웨덴은 현재 교육 공공성을 바탕으로 교육에 시장 방식을 도입한 학교, 다양성을 중시하는 학교, 공공성이 장점인 학교 등 세 종류의 학교 그룹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웁살라 대학에서 만난 스톡홀름 교육청의 황석준 선생님은 스웨덴 내에서도 시장화된 교육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있다며 우려했다. 이에 교원 차등연봉제, 기업이 참여하는 학교를 설립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핀란드는 단위학교결정권이 있는데 반해 스웨덴은 지역교육청의 감사가 영향을 끼친다. 이것이 핀란드에 비해 학력이 뒤처지는 이유, 스웨덴 교육의 한계로 지적되곤 한다.

현재로서는 기업학교의 성과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국민 사이에 부정적인 인식은 있으나 큰 저항이 없는 것은 굳건한 사민주의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임금이나 고용 여건이 평등하기 때문에 교육 정책에 일부 시장원리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한국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남발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 우리는 학부모들의 학교 선택권을 명분으로 한국 정부가 지금껏 시도하지 못해 안달이 난 학교 유형인 자율학교-기업형 학교를 방문했다. 증시에 상장되고 연 7% 정도의 비교적 고수익을 낸다고 한다. ⓒ김명신

한국 정부도 교육 개방을 통해 외국의 학교법인이 이익금을 송금하도록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의 사학재단도 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학재단들은 그나마 있는 사립학교법을 아예 없애려고 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에서는 자율형 사립학교, 차터 스쿨 개념을 당연시하는데, 정부는 호시탐탐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교육운동단체는 이를 막으려고 전선을 치고 있다.

한편, 스웨덴은 복지국가답게 교육 취약대상자인 여성, 지역, 노동계층에 동일 교육기회를 주려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식기반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볼로냐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교육의 국경을 없앴다. 이번에 보니 스웨덴과 핀란드도 그 무렵부터 잘못된 교육을 고치도록 노력했고 결국 성공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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