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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아저씨가 왜 분신했나 알겠습니다"

[전문] 해고노동자 16살 딸이 양승태 대법관에게 보내는 편지

올해초 55일동안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던 울산 현대미포조선 해고노동자 김석진씨(45)가 지난달 25일부터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외로운 1인 시위를 재개하고 있다. 1심, 2심에서 승소했음에도 그후 3년3개월째 최종 판결을 미루고 있는 대법원의 '직무 유기'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는 김씨의 16살 된 딸이 8년째 부당해고의 고통을 겪고 있는 김씨 가족의 고통과 울분을 호소하는, 양승태 대법관에게 보내는 편지가 동봉돼 보는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고 있다. 양 대법관이 이제 조속히 판결로써 답해야 할 때다.

***현대미포조선 해고자 김석진씨, 대법원 앞 1인시위 재개**

김씨는 지난 2월말 김씨의 부당해고 소송 심판을 맡은 변재승 대법관이 정년퇴임하자 "후임 대법관이 사건 관련 인수인계를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연초부터 벌였던 55일간의 1인시위를 일단 접고 울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후 석달이 지나도록 양승태 신임대법관도 판결을 미뤄 재차 상경시위에 나섰다.

김씨는 1일 기자와 만나 "부당해고 민사소송시 대법원 상고심의 경우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년 정도인 통상적인 판결기간을 믿고 한 달 한 달 기다려온 것이 벌써 3년3개월이 됐다"며 "이번 만큼은 분명한 대법원의 판결을 듣고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측은 5명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지만, 신임 양승태 대법관은 힘없는 해고 노동자의 진실을 알아줄 것"이라며 "여전히 이 땅에 법과 정의가 살이있다고 믿는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지난 1997년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뒤 8년째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1심(2000.12), 2심(2002.1)에서 승소했다.

한편 김씨는 슬하에 있는 두딸 중 큰 딸 소연(중2)양이 양 대법관 앞으로 쓴 편지를 들고 상경했다. 김씨는 "처음 해고복직투쟁을 시작할 때는 어리기만 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전태일 평전을 읽을 정도로 부쩍 컸다"며 "대법관이 아이들 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가족의 솔직한 심정을 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소연양은 "8년 전 저와 동생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닐 때 아빠는 해고됐다"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8년동안 해고자 김씨 가족이 겪었던 고통과 한없이 미뤄지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울분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소연양은 "아빠는 1, 2심에서 복직판결이 났는데 대법원에서 3년3개월째 판결을 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아빠가 매번 한 달이 지나면 한 달만 더 기다려 보자고 했고, 3년째 똑같은 말씀만 했다"고 말했다. 소연양은 이어 "3년동안 동생과 저는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꾹 참고 한 달 한 달 아빠 말씀대로 기다려왔다"며 "그런데 이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소연양은 또 "저는 몇 개월 전 간단하게 쓰여진 전태일 아저씨 관련 책을 읽고 난 후 아빠께 부탁해서 <전태일 평전>을 구하여 읽어보았다"며 "그 당시 전태일 아저씨가 왜 분신을 하셨는지, 왜 2005년 지금도 전태일 아저씨가 존경을 받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고 노동자 가족의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소연은 또 "엄마는 다른 사람과 전화통화할 때 하루하루 피말리는 심정으로 살아간다고 말한다"며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8년을 해고 가족으로 살아온 저희에게는 (대법원 판결이) 가족 전체의 희망과 절망이 달린 중요한 일"이라며, 양 대법관의 조속한 판결을 호소했다.

다음은 김씨의 큰 딸 소연이 대법관에게 쓴 편지 전문이다.

***대법원 재판장님께**

대법원 재판장님께 드립니다. 저는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97년 해고되어 8년째 복직투쟁을 하고있는 김석진 해고노동자의 큰딸 김소연(중2. 16세)입니다. 8년 전 저와 동생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닐 때 아빠는 해고되었습니다.

해고 후 지금까지 아빠는 8년간 생계비 한푼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얼마전 아빠와 노조활동을 같이했던 대의원들이 아빠가 복직되면 회사 8년 무분규 전통이 깨어질 우려가 있다며 아빠의 복직을 반대한다는 진정서를 대법원에 제출했을때 아빠와 엄마는 정말 괴로와 했습니다.

아빠는 혼자서 변호사를 사서 지금까지 소송을 하여 왔습니다. 아빠께서 회사정문에서 180여 일간 철야노숙과 43일간 단식을 할 때 저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과 저는 농성 장에 찾아오는 아저씨들이 주는 용돈과 과자가 좋아서 함께 있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저는 중학교 2학년이고 동생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몇 개월 전 간단하게 쓰여진 전태일 아저씨 관련 책을 읽고 난 후 아빠께 부탁해서 전태일 평전을 구하여 읽어보았습니다. 그 당시 전태일 아저씨가 왜!! 분신을 하셨는지. 왜!! 2005년 지금도 전태일 아저씨가 존경을 받고 있는지 이해가 됩니다.

***큰 딸 소연, "이해가 안됩니다. 왜 대법원에서 3년 3개월째 판결이 안나는 건가요?"**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아빠는 울산과 부산법원에서(1,2심) 복직판결이 났는데 대법원에서 3년 3개월 째 판결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빠 말씀대로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정치사건이 아닌 생계사건은 1년 정도면 다 판결이 난다고 합니다.

아빠는 저희들에게 한 달이 지나면 한달 만 더 기다려보자 했고 계속 3년 동안 동생과 저에게 똑같은 말씀만 하여왔습니다. 3년 동안 동생과 저는 가지고 싶은 것 하고싶은 것 꾹 참고 한달 한달 아빠 말씀대로 기다려 왔습니다. 동생이 투정을 부리면 아빠께서 힘들어 하실까봐 동생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합니까.

아빠께서 복직투쟁하는 모습을 보고, 전태일 평전도 읽어보고, 대법원의 판결이 왜!! 늦어지는지 들으면서 법은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가끔 친구분들과 전화할 때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대법원판결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8년을 해고가족으로 살아온 저희 가족에게는 가족 전체의 희망과 절망이 걸린 중요한 문제입니다

존경하는 대법원 재판장님. 하루빨리 판결을 받아 아빠께서 회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2005. 5. 29. 큰 딸 김소연(16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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