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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이 3년 내에 끝나지 않는다면?

[우석훈 칼럼]<31>"MB정부, '몽상'에서 깨어나라"

World GDP, 자료 - IMF
경제학이 일반 사회과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좌파 경제학자든, 우파 경제학자든, 어쨌든 '수량'으로 생각하고, 크기의 수식 관계로 사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최근 세계 경제의 데이터 작업을 위해서 세계은행과 IMF의 최근 자료들을 좀 찾아봤는데, IMF 통계에서 흥미로운 엑셀 자료를 하나 구하게 되었다.

World GDP에 대한 변동률인데, 1980년 이전 자료는 구할 수가 없는데, 예측치를 포함해서 2013년까지의 데이터를 IMF는 제공하고 있다. 단 하루라도 먼저 알 수 있으면 떼돈을 벌 수 있는 상황에서 2013년까지를 알 수 있다니? 그야말로 맞거나, 틀리거나, 알아서들 할 일이기는 하지만, 이 통계는 2008년 10월에 작성되어 있다. 성장률의 추이로 다시 한 번 계산을 해보니, 성장률의 추이는 2007년부터 마이너스였고, 2008년 -0.27%, 2009년 -0.29% 그리고 2010년부터는 다시 플러스로 반등해서 0.28%의 추이로 다시 성장세가 강화되다가, 2013년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걸로 되어있다.

기계적으로 이 수치를 해석하면, 현재의 경제 위기는 2007년에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다가, 2008-2009년 두 해 동안 상당히 어렵다가, 2010년이 되면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IMF가 현재의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현재의 경제위기는 3년짜리 위기인데, 이미 전체 위기의 중간 정도를 통과하고 있고, 1년 반 정도 더 버티면 원래의 시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IMF가 제시한 데이터에 대한 기계적인 해석일 것이다.

물론 이건 희망사항에 가까운데, 경제학의 원래 이름이 '정치경제학'이었던 것은 구조 변화와 구조 전환에 관한 것들을 '정치'라는 이름으로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렇게 세계 경제가 잠깐의 위기를 겪고 순조롭게 항해하게 될 것인가?

미국 경제는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거의 수직 하락하는 중이다. 대부분의 경제 분석가들은 지금의 위기가 3년은 간다고 보고 있는데, 이 3년이라는 의미가 부동산 파생상품으로 부풀릴대로 부풀었던 금융부문을 축으로 호화 버블 위에 경제가 돌아가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월스트리트 아니라 그 어떤 경제 전문가도 3년간의 공황을 겪고 세계 경제가 어떤 유형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 전혀 예상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 상황이라고 보면 정확할 것 같다. 즉 '3년'이 최소한 좋지 않은 상황이 그 정도는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이지, 참고 버티면 다시 좋은 날이 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의 대공황 때에 하버드의 소위 1류 분석가들은 "내년부터 좋아진다"라는 말을 10년이 넘게 반복했다. 그러나 대공황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대규모 소비를 만나고서야 극복되었고, 그렇게 1945년도부터 새로 생겨난 경제질서는 세계적으로는 브레튼우즈 체계, 그리고 케인즈식 복지국가 패러다임이라는, 이전 사회와는 전혀 다른 질서가 되었다. 당장 국제 통화도 사실상 패전국인 영국의 파운드에서 실질적 승전국인 미국의 달러로 바뀌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대외경제의 의존도가 80% 가까워진 기형적인 이 모습이 노무현 정부의 2만불 경제가 만들어낸 모습이었다면, 여기에 토목경제라는, 기계적으로 건설자본에 복무하는 이명박 경제는 '울트라 토건국가'라는 또 다른 모습 하나를 더해놓고 있다. 실제 정권 내부에서 경제의 전망과 정국의 흐름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진단하고 내부적인 준비를 하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들이 했던 얘기들만을 놓고 보면 경제위기 초기의 '9월 위기' 때에는 "위기는 없다"고 했고, 올해 경제 성장률을 4% 정도로 예측하고 올해의 재정 계획을 짠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대체적으로 올해 상반기는 어렵지만, 하반기가 되면 정책 효과가 나올 것이므로 조금씩 좋아질 것이다라고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를 잡고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단기라는 시각을 가지고 명박 정부가 지금 경제위기 대책이라고 하고 있는 것들을 일단 살펴보자.

단기 처방은, 노동처방과 재정 편성들을 거론할 수 있다. 1년 미만의 단기 인턴제는 근본적으로는 '일자리 쪼개기'에 가깝고, 프랑스의 3년 전 구호를 인용하면, 금번 대학졸업생들을 '크리넥스 티슈'로 만드는 대표적으로 악질적인 대책이다. 이렇게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지금의 경제위기가 어쨌든 1년만 버티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가설 위에 서 있는 것인데, 만약 장기의 위기라면 신규 고용의 총수는 약간 줄이더라도 노동시간 단축 등의 정책 수단을 활용해서 정규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맞다. 그래야 생산성 향상과 혁신능력 제고 등 실제 실물 부문에서의 총고용 증가에 의한 생산성 효괄하는 것이 생겨난다. 현재의 청년 인턴제는 개인들에게도 위험하지만, 국민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6개월 내에 정규직들에 대한 정리해고와 함께 신규 고용은 단기 인턴으로 채워지는, 그야말로 노동 질의 급격한 하락이 진행될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의 경우 역시 단기적인 전망 위에 서 있는 대표적인 단기 정책이다. 한국 경제의 장기적 신용도의 근간은 역시 달러보유고와 균형재정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지금 균형재정을 심각한 적자재정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있는데, "정부도 돈이 없다"는 순간이 오면 달러를 찍어내면 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정말 손 쓸 도리가 없는 순간이 온다. 신자유주의 정부라면, 세입은 줄이는 대신에 세출도 동시에 줄이는 일을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그도 아니다. 주로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세입은 이미 줄여놓았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해야 할 '작은 정부' 즉, 세출은 줄이지 않고, 토건사업은 그냥 하겠다고 하는 상황, 이건 정부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만약 세계 경제의 위기가 3년 내로 끝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경제 자체의 다이나믹에 의해서 5년 이상의 대공황으로 전개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 지불능력 부족으로 인하여 생기는 디폴트와 함께 정부 파산이 동시에 예상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아닌가? "좀 버티면 괜찮을 것이다"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명박 경제는 외환 디폴트와 정부 디폴트라는 두 개의 위험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셈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이 정부가 정부 예산을 들여서 하는 일들, 즉 정말 장기적인 일들은 무엇인인가?

4대강 정비와 같은 토건사업, 이건 한 번 시작하면 정지시키기가 어려운데, 이게 이명박 정부의 장기 정책이다. 무분별한 환경 제도의 철폐를 '규제합리화'라는 이름으로 밀실행정에 가깝게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는데, 제도 환경도 쉽게 만들어내기 어렵고, 생태계도 일단 파괴되면 복원에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이것도 장기 정책이다.

공황이 3년 내에 끝나지 않는다면, 그 순간에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외환 디폴트와 함께 정부 디폴트 상황이 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분명히 연내에 이런 위기 국면이 닥치면서, 공공 의료보험을 비롯한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몇 개의 복지장치들에 대한 지출을 줄일 것이다.

게다가 이 정부는, "주머니돈이 쌈짓돈"이라고, 연기금을 비롯한 국민의 공동 재산을 그저 단순 주가부양에 써버리고 있는데, 이미 작년 하반기에만 15% 가까운 연금 손실을 만들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3년도 버티기 전에 한국의 공공 부문이 먼저 파탄을 맞을 지경이 아닌가?

개인들의 삶은 더 끔찍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는 20대들의 '워킹 푸어' 현상은 일하는 데에도 가난의 질곡으로 다음 세대들을 빨려들어가게 할 것이다. 최근 연세대학교에서 우리은행이 학자금 대출을 카드로 받으려고 해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데, 원래도 저금리가 아닌 학자금 대출에 카드수수료까지 얹는 지금의 상황에서, '크레딧 푸어' 현상이 훨씬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다. 게다가 공공의료보험 장치가 흔들리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헬스 푸어' 현상까지도 광범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세 단계를 거쳐나가면서, 한국의 국민들은 2/3 가까운 수치가 신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투표 한 번 잘못했다가, 국민들의 경제적 대가가 보통은 아닐 듯 싶다. 당장 1년 전의 자신의 소득과 지금의 소득을 비교해보시라. 늘어난 사람이 아마 1% 미만일텐데, 지금과 같이 추경이 진행되면, 그 숫자가 2% 정도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방 토호와 토호 연계세력들은 확실히 지금의 경제 공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낮추어준 각종 감세 정책과 현금으로 바로바로 결재되는 토건사업과 개발지 땅값 올리기로 돈 벼락을 맞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급격한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

나는 정권을 흔들자고 하거나, 아니면 대통령에 대해서 경제적 불신임을 하자고 주장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최소한 노동정책과 정부 예산 편상에 대해서만큼은, 경제 위기가 3년 이상의 장기적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 분석을 좀 해주기를 바란다. 20대를 '크리넥스 티슈 인생'으로 전락시키는 청년 인턴제는 당장 정지하고, 규모가 적어도 괜찮으니 장기적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30조 원의, 결국은 토목사업일 뿐인 추경을 당장 멈추고, 공황국면에 적합한 합리적 예산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권의 임기가 4년 가까이 남았다. 현 대통령 임기 내에 경제성장률은 내내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아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디폴트까지 맞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마이너스라도 잘 방어하면서 세계 경제의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내수 시장 진작과 고용 시장의 안정화라는 한국 경제가 꿈도 꾸어보지 못한 정상적인 구조를 맞을 수 있는 기회라고 지금 상황을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 정권'을 내걸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경제 정책들을 살펴보면 백일몽에 빠져있는 '몽상 정권' 같아 보인다. 좀 냉정하게 경제적 현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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