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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법은 미디어법의 들러리가 아니다"

[김상조 칼럼]'불만족의 최소화'를 고민할 때다

3월 3일은 미치도록 우울한 날

'아는 만큼 보인다.' 관광 가이드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물론 이건 관광객의 문화유산 답사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갑남을녀 다 마찬가지고, 세상만사 다 그렇다. 누구나 자기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되게 마련이다.

요 며칠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국회의 MB쟁점법안 처리 해프닝도 예외는 아니다. 이 법안들이 도대체 '경제 살리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길이 없지만, 하여튼 한국 사회와 경제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에는 틀림없다. 법안 하나하나가 그렇다.

그런데 야속한 생각마저 든다. 그 많은 법안들 중에 이른바 미디어법, 특히 재벌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 참여 문제가 '쟁점의 거의 모든 것'으로 간주되었다. 신문 보도도, TV 뉴스도, 그리고 각종 시사토론 프로그램도 온통 이 문제에 집중되었고, 따라서 국회에서 여야 간의 협상도 여기에 매몰되었다. 그 외의 쟁점들, 예컨대,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개정, 그리고 출총제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다.

▲ 3일 정무위에서 은행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는 한나라당 의원들. ⓒ뉴시스
3월 2일(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시한 20분 전에 미디어법에 관한 여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자, 비로소 '나머지 법안들은 어떻게 되었지?'하는 정도의 관심뿐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였다. 3일(화) 한나라당 소속 정무위 의원들이 압도적인 숫자를 앞세워 은행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상임위 처리를 강행하였고, 이에 맞선 야당 의원들은 교묘한 지연전술로 은행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했다. 할리우드 영화도 이런 반전의 묘미를 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은행법·공정거래법에 대한 무관심에 야속함을 느낀다고 한 것이 미디어법 개정안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말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시쳇말로 '시민 없는 시민운동' 내지 '언론을 향한 시민운동'을 10년간 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언론보도의 중립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필자의 이야기와 경제개혁연대의 의견서는 한겨레, 경향신문에만 보도될 뿐이고, 어쩌다 조·중·동에 한 줄이라도 걸치게 되면 그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 되었다. 과장이 아니다. 심지어 KBS, MBC의 경우에도 사장 교체 이후에 경제 문제, 특히 삼성을 비롯한 재벌 문제에 대한 보도 태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매일매일 절감하고 있다. 농담이 아니다. 따라서 온 나라가 미디어법 개정 문제에 매달리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조·중·동과 방송사와 언론노조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니….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은행법과 공정거래법이 미디어법의 들러리는 아니지 않은가. 미디어법의 처리에 100일간의 여유가 생겼으니, 이제 한숨 돌리고 어디 한 번 챙겨볼까 하는 정도의 소소한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세계 모든 나라가 금융규제 시스템의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역주행하는 것이 경제 살리기로 포장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멸렬 민주당과 당랑거철 민노당이 우격다짐 한나라당에 속절없이 당하다가 막판에 어찌어찌 되치기에 성공하여 결국 오늘의 문제가 단지 내일로 이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야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제도정치권의 무능과 후진성을 새삼 확인한다.

언론노조는 미디어법으로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나 몰라라 하고, 금융노조는 자기 문제임에도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인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노동운동진영의 역량 부족과 연대의식의 부재를 절실히 확인한다. 한 줌도 안되는 시민단체가 아무리 소리를 빽빽 질러보아도 '그래도 경제부터 살리고 봐야지'라는 서민들의 소박한 인식에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시민사회의 미성숙과 척박함을 에누리 없이 확인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패배자임을 확인한 3월 3일은 정말 우울한 날이었다. 미치도록….

은행법 개정안의 위험요소

하지만, 오늘 하루만 살고 말 것이 아니니, 오늘의 참상을 복기하면서 내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은행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 후유증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고민해보자.

먼저, 은행법 개정안부터 보자.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문제냐고? 10% 지분으로 재벌이 은행을 사금고화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금융감독당국은 놀고먹는 게 아니지 않냐고? 이런 우문에 대한 현답은 도처에 널려 있다.

은행의 사금고화 위험은 그 대주주가 정상경영 상태를 유지할 때는 현재화되지 않는다. 문제는 대주주가 부실징후 또는 적대적 M&A 위협 등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 몰렸을 때이다. 금융기관의 특성상 적법과 불법의 회색지대를 가로지르며 대주주 또는 그 계열사를 우회지원할 수 있는 수단은 많고, 그것을 감독당국이 사전에 다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감독당국이 문제를 포착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5대 투자은행이 몰락하고, Citi와 AIG가 국유화 처지에 몰린 오늘날 미국의 상황이 감독당국의 능력을 믿으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웅변하고 있다.

사금고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를 하나 들어본다. 2003년 초에 소버린이 SK(주)의 지분 14.99%를 매집하면서 2년 연속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졌다. 최태원 회장이 근소한 차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는데, 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SK그룹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이 SK(주)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우호주주로 나선 것이다. 원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데, 이를 주채권은행이 매입하면서 의결권이 살아났고, 그 차이만큼 최태원 회장이 주총에서 이겼다. 은행과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의 매력이 바로 이런 유형의 것이다. 10% 대주주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은행의 10% 대주주가 된다는 것은, 비록 계열사처럼 지배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확실한 경영권 방어장치이자 최후의 비빌 언덕이다. 이런 매력을 마다할 재벌은 없다.
▲ 당장 금산분리 완화의 수혜자는 외국자본이 될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정부는 외환은행을 무리하게 론스타에 넘게 비난과 혼란을 자초했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을 셈인가. ⓒ뉴시스

그런데, 필자가 냉정하게 생각해보아도,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우리나라 재벌이 당장 조 단위의 돈을 쓰면서 은행의 주식 10%를 살 것 같지는 않다. 이건 작금의 금융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사그라지고 또 재벌의 은행 지배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이 무뎌질 몇 년 뒤의 이야기일 것이다. 반면 은행 소유규제 완화의 단기적 수혜자는 외국자본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4월로 처리가 연기된 금융지주회사법상의 외국은행(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 조항과 결합하여 생각하면, 중동 산유국이나 싱가포르 등의 국부펀드가 국내 은행산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외국자본에 대한 가치판단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국내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과도한 영향력을 상쇄할 대항마로서 국내 산업자본의 여유 돈을 끌어들인다는 애초 정부여당이 내세운 은행법 개정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 2003년 9월 예외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긴 것 때문에 참여정부가 겪었던 비난과 혼란을 지금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의 표본이다. 경제적 합리성은 둘째 치고, 정치적 합목적성이나마 회복하기 바란다.

이번 은행법 개정의 두 번째 쟁점은 PEF(Private Equity Fund; 사모투자전문회사)에 대한 규제완화이다. 즉 PEF에 대한 산업자본의 출자비율이 10%를 초과하면 그 PEF 자체를 산업자본으로 판정하던 것을 출자비율 20%로 완화하자는 것이다(애초 개정안에는 30%였으나, 정무위 통과 과정에서 그나마 20%로 낮춰졌다). 이 부분의 문제점은 필자의 2009.1.8일자 프레시안 컬럼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의 거짓말'에서 상세하게 언급한 바 있으니, 재론하지는 않겠다.

다만 한 가지, "산업자본은 PEF에 유한책임사원(LP; Limited Partner)으로 참여하는 것뿐이니, 은행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고, 또 행사하지 못하도록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씨알도 안 먹히는 이야기는 하지 말기 바란다. PEF 자금의 20%를 출자한 유한책임사원의 명시적·암묵적 의사를 거스를 무한책임사원(GP; General Partner)은 존재할 수 없고, 또 그런 자유로운 협의를 허용하는 것이 원래 PEF라는 회사조직의 설립목적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산업자본이 20%까지 출자한 PEF를 금융주력자로 인정하고, 그 PEF가 은행지분 10%를 넘어 50%, 100%까지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위험요소다. 이는 재벌이 사회적 비난을 우회하면서 간접적으로 은행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은행법 개정안 등 이번에 통과시키지 못한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3월 임시국회를 다시 열지 아니면 4월로 넘길지는 알 수 없으나, 우연히 얻은 이 짧은 냉각기간 동안 여야 공히 위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찾아주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솔직히 큰 기대를 걸지는 않지만….

출총제 폐지의 보완대책이 필요 없다고?

그나마 은행법 개정안은 국회를 시끄럽게나 했다. 반면,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진짜 아야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통과되어 버렸다. 출총제가 지난 20년간 재벌규제정책의 대명사였음을 생각하면 정말 의외다. 하긴 출총제가 규제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여당이던 2007년의 공정거래법 개정 때문이니, 그 후신인 민주당으로서는 할 말이 별로 없을 듯하다.

규제완화의 결과 2008.4월 현재 출총제 적용대상 기업은 31개사로 줄어들었고, 이들의 출자여력은 43.3조원으로 기출자액의 2.2배에 달한다. 즉 출총제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못한다는 주장은 밑지고 판다는 상인의 말과 거의 같은 수준의 뻥이다. 단언하건대, 출총제 폐지한다고 투자 늘어나지 않는다. 이건 재벌그룹의 임원들도 확인해준 바다.

한편, 역으로, 어차피 출총제의 규제효과가 상실되었다면 폐지해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다. 물론 정상적인 재벌기업이라면 그렇다. 그러나 부실징후에 몰린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출총제라는 최후의 안전판마저 사라져버리면, 부실 대기업은 엄격한 구조조정이라는 원칙적 해결방법 대신 계열사 출자라는 임시방편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 할 것이고, 그 결과는 해당 그룹만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1998년부터 3년간 출총제가 폐지된 적이 있다. 이 때 대우그룹, 현대그룹 등이 계열사 출자를 통해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다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 한국경제에서 가계부문의 과다부채 문제, 그리고 자영업자와 중소·중견기업의 부실문제는 이미 현실화되었고, 드디어는 대기업(집단)의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43개의 주채무계열집단(즉 재벌그룹) 중 6개 그룹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주총 시즌 후 새로운 재무제표로 재무평가를 하면 현금흐름에 이상징후가 발생한 그룹이 두 자리 숫자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출총제가 애초 취지대로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고 그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는 대부분 상실되었다고 하더라도, 부실 재벌이 국민경제를 볼모로 무모한 선택을 하는 것을 막는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필자가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출총제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거나 3월 3일 그 난리통 속에서도 출총제는 폐지되었다. 그런데 지난 2월 10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출총제 폐지 관련 공청회 때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필자를 포함한 5명의 공청회 진술인 중 4명이 출총제 폐지 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4명 중에는 필자와 같은 '반'재벌론자만이 아니라 2명의 '친'재벌론자도 포함되어 있었다('반'과 '친' 모두 적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냥 단순화를 위한 거친 표현으로 이해 바란다). 보완대책으로는, 공정거래법상의 3배 배상제도 및 사인의 행위금지청구제도 도입,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그리고 상법상의 이중(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등등 아마 일반인들은 무슨 뜻인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다수 제시되었다. 출총제 폐지 여부 및 그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는 전문가들이었지만, 폐지에 따른 보완대책의 필요성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필자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공청회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완대책 하나 없이 그냥 출총제를 폐지해버렸다. 이럴 거면 공청회는 왜 하나? 필자가 참석했던 그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회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이 이루어졌던 공청회였는데, 5시간에 걸친 공청회가 무색하게도 그냥 폐지해버렸다. 심지어 공청회 직후 공정위는 보완대책의 불필요성을 당당하게 밝히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공정위가 평소 그렇게 존중한다는 그 2명의 '친'재벌론자의 의견도 무시하면서….

이러니 '사전규제 완화, 사후규율 강화'라는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이 조롱거리가 되고, '비즈니즈 프렌들리' 구호가 냉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녹색뉴딜'에서만 루스벨트 대통령을 찾지 말고, 루스벨트의 개혁에 의해 미국의 산업지도에서 천민재벌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경제사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신중히 재고하기 바란다.

애매모호한 결론

오늘도 글이 무지 길어졌다. 여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장황한 본론에 비해 결론은 간단하면서도 추상적이다.

필자가 누차 강조한 바 있듯이, 현재 한국사회는 그 어떤 세력도 자신의 의도를 관철할 헤게모니는 갖지 못한 반면, 상대방의 의도는 좌절시킬 수 있는 비토권(veto power)만 넘치는 지극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그래서 현재의 위기는 경제위기이자 정치위기인 것이다. 3월 3일의 해프닝은 왜 한국경제가 신흥시장국 중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이 3번째로 높은 나라로 평가받는지 그 이유를 생생하게 실증해주었다.

정부여당은 지금 이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MB노믹스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MB노믹스를 경제 살리기라고 아무리 우겨 보아야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 더구나 그 MB노믹스가 세계경제질서의 재편 흐름과 상충하는 상황에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집권 정부여당의 책임있는 자세이다. 힘을 가진 자가 먼저 양보하는 것이 소통과 화합의 전제조건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그리고 시민사회노동단체도 대의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대안을 준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2월은 어찌어찌 넘겼지만, 향후의 임시국회에서도 미디어법과 금산분리 완화법을 몸싸움으로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쟁점법안 저지에 매달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회를 거칠 필요가 없는 정부의 관치금융과 유사 공적자금의 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더 큰 위험요소일 수 있다.

이런 애매모호한 결론을 쓰는 필자의 마음도 무척 쓰라리다. 그러나 어제의 문제가 오늘도 계속되고 그리고 또 내일로 넘어가는 이 3월 3일의 참상 앞에서 우리 모두 '만족의 극대화'보다는 '불만족의 최소화'를 고민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전혀 경제학자답지 않은 결론으로 마무리한다. 이 결론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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