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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에 맞서 이제 책을 손에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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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에 맞서 이제 책을 손에 들자"

[우석훈 칼럼] 서평 : 엘렌 브라운의 <달러>

사람들에게 엘렌 브라운의 <달러>라는 책을 소개해야 하는 일은, 참으로 곤혹스러운 작업일 것 같다. 이 책은 쉽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고, 그렇다고 한국의 경우에 딱 들이맞는 것도 아니다. 어지간하면 이런 책은 읽지 않아도 좋고, 또 일반인들은 이 복잡한 메카니즘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황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박 정부를 살고 있고, 미국에 대해서 모호한 신기루 같은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이 위기 국면의 경제정책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 그래서 나는 <프레시안>의 독자 여러분들에게, 이 책을 읽지는 않아도 좋으니, 제발 2만 5000원짜리 검은 책 한 권씩을 사서 책장 어딘가에 꽂아놓았으면 좋겠다고 권하고 싶다.

▲ <달러 - 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 표지. ⓒ프레시안
이 책의 전 권을 다 읽을 수 있는 분은 여러분 중에 1/10이 되지 않을 것 같고, 이 책에 나와 있는 달러 작동 방식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1/100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빨간색 글자로 매혹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진지하게 읽으려고 하는 독자들, 특히 인문사회과학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 시중에 유통되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자기계발서류를 '경제경영서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 그리고 가볍게 주식으로 돈 버는 법이나 '재테크' 책을 주로 읽었던 사람들에게, 이 무겁고 딱딱한 책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손가락이 오그라들게 하는 느낌"을 제대로 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 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읽을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인 책이고, 만약 전 경제수장이던 강만수가 읽었다면 분명히 금서로 지정했을 가능성이 높은 책이다. 그들이 지금 하고자 하는 녹색성장과 금산분리제의 폐지, 그리고 대책 없는 몇 가지 정책에 대해서, 한국 국민들이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할, 그런 충격적인 책인 것은 사실이다.

자, 촛불집회에 나갔는데도 왜 바뀌는 게 없는가라고 고민하신 분들, 집회 대신에 딱 2만5000원만 지불하시라. 사실 촛불집회에 나가더라도 전경과의 대처로부터 오는 피곤함 같은 비금전적 지불 외에도 새벽에 돌아올 때 지불하는 택시값과 오그라든 마음을 펴기 위해서 기울이는 소주값, 그것만 해도 1회 촛불집회 참가 때, 우리 평범한 시민들은 2만50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닐까?

엘렌 브라운의 <달러>라는 책을 우리가 동시에 10만부 정도 구입해서 읽고 있다는 것을 지금의 경제관료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인사들이 안다는 것만으로도, 100만명짜리 촛불 집회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내가 보장한다.

자, 아주 간단한 데에서부터 출발하자. 현대를 살아가는 민간인들이 화폐금융론이라고 불리는 이론들 혹은 화폐 이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미안하지만, 일반인들은 화폐론에 대해서 거의 모른다. 총통화, 이자, 금리와 같은 단어들을 알고 있다는 것과, 화폐에 관한 이론을 안다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파 경제학자들도 순수화폐이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왈라스, 카셀, 어빙 피셔 그리고 모딜리아니를 거쳐 시카고학파로 이어지는 화폐이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렇다면 좌파들은 화폐이론에 대해서 뭘 좀 알까? 불행히도 잘 모른다. 흔히 <자본론 4권>이라고 불리는 책은 힐퍼딩이라는 경제학자가 저술한 <금융자본론>이라는 책인데, 불행히도 이 책을 정독한 사람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힐 것 같다. '신자유주의'라고 말은 잘도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화폐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보통 좌파들이 아는 것은, '금융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에 의해서 강화되었고, 이것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솔직하게, 우리는 화폐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인정하자. 우리가 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돈은 좋은 것" 혹은 "돈이 많으면 부자다", 이런 화폐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생활의 지혜 정도이다. 일반인들이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여기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간 사람들은 아니다.

엘렌 브라운이라는 아주 입심 좋고 아는 것 많고 글 잘 쓰는 변호사의 <달러>는, 얼마 전부터 음모론을 따라서 급속하게 유통되기 시작한 연방준비은행이 사실은 미국 연방기구도 아니고, 시티뱅크와 모건체이스와 같인 민간은행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지방 연방준비은행의 연합체에 불과하다는 것에서 얘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사실상 연방준비은행은 연방기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립된 별도의 기구도 아니라 그냥 은행들이 의사결정하는 기구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비밀도 아닐 정도로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기 맘대로 달러를 찍어낸다. 즉, 미국의 연방 정부는 자신의 화폐인 달러를 찍어낼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달러는 사실상 아무런 지불능력이 없는, 사적인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미국 연방정부는 달러를 이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빌리는 셈이다.

이럴수가! 이제는 너무 공공연해서 비밀도 아닌 사실이다. 브라운은 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미국 독립전쟁으로부터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 달러 발행권을 정부가 인수해서 정부의 독자적 권한으로 돌려놓으려 했던 사람들은 모두 살해당했다는 아주 흥미진진한 음모론을 제시한다. 입증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링컨이 그랬고, 케네디가 그랬다. 정말로 그럴까? 모를 일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달러 발행권을 연방 정부가 되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미국의 정치적 지도자들은 암살당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달리 자국 정부가 화폐를 발행하는 나머지 나라들은 왜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받게 되거나 아니면, 지금의 원화가 평가절하에 시달리는 것처럼 환율 하락의 고통을 받는 것일까? 경제학자들이 너무 복잡하게 설명하거나 이해하려고 했던 이 현상을 엘렌 브라운은, 바로 미국 달러를 쥐고 있는 세력들이 부풀려진 달러의 힘을 가지고 '공격'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국, 아르헨티나, 짐바브웨,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화폐가 이렇게 해서 무너진 것이지, 지나치게 너무 많은 자국 화폐를 찍어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거나 아니면 혹독한 평가절하를 겪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결국 미국의 달러 발행으로부터 권력을 가지게 된 금융계의 특정 세력들이 공매도와 파생상품과 같은 금융기법들을 사용해서 세계 경제를 어지럽히고, 결국은 제 3세계와 실물부문 그리고 선량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한다는 것이 이 책이 잠정적으로 그려서 보여주고 있는 세계관이다.

엘렌 브라운이 펼쳐서 보여주는 달러의 발권으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음모론을 믿거나 믿지 않거나, 그것은 독자 여러분들의 자유이다. 먼저 내 얘기부터 하자면, 나는 방법론적으로 외인론보다는 내인론을 선호하는 편이고, 음모론보다는 경제적 법칙 혹은 사회적 법칙의 전개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엘렌 브라운이 펼쳐서 보여주는 '달러'의 작동 메카니즘은 그야말로 '팩트'이다. 이걸 모르고 다음 단계의 세계 경제의 전개과정과 현 금융 위기의 다음 단계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좋든 싫든 우리는 브레튼우즈의 다음 단계로 전환되기 직전, 그러므로 닉슨이 달러의 금태환을 포기한 1971년 이후 가장 중대한 전환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황당하게 자국 화폐를 결정하는 메카니즘의 정반대에는 EU 국가들이 공동으로 발권하고, 그 결정이 정말로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움직이는 '유로화'라는 것이 있다. 금융가가 완벽하게 지배하는 세계가 달러화의 세계라면, 정치인들이 상대적으로 강력하게 움직이는 유로화의 세계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자신의 가치의 신기록을 갱신하는 금이라는 것이 여전히 위기상황의 무역 결제대금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석유와 곡물들이 언제든지 달러의 대체제로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파운드화에서 전승국이었던 미국의 달러화로 국제 결제대금을 전환한 브레튼우즈 체계는 지금 위기인데, 아직은 미국의 힘이 덜 빠졌다. 그러나 2~3년 내 미국의 경제는 더 힘이 빠질 것이고, 지금처럼 -7%대의 마이너스 성장을 조금 더 거듭하면, 국제 실물경제는 대혼란으로 들어가면서 결국 포스트 브레튼우즈 체계에 대해서 논의하게 될 것이다.

난 그 때까지 단일 경제체제로서 한국 경제가 남아있기를 바라고, 원화가 휴지조각이 되는 사태는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여전히 이명박 정부는, "달러를 대체할 화폐는 없다"는, 이제는 별 근거 없는 신화를 맹신하며, 원화를 지키기에는 너무 정반대의 정책들을 연일 쏟아낸다.

나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엘렌 브라운의 음모론적 가설들을 모두 믿으라고 하거나, 아니면 달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금융 상품들의 작동원리를 모두 이해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이 정녕 위기라고 생각하고, 여러분들 주머니에 책 한 권 살 돈이 아직들 남아있다면, 그야말로 이 위기의 순간에 '사회적 운동'으로 이 책을 한권씩들 구매하시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최소한 이명박 정부의, "미국은 곧 좋아질 것이고" 그래서 "하반기부터는 점점 경제가 풀릴 것이니"라는 말도 안 되는 레토릭이 약간은 뜨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황당한 달러 발권 시스템을 유지하고 미국 경제가 유지될 수 있을까? 이로부터 시작되는 '금융 버블'과 '부동산 버블'이 90년대 중반 이후, 거의 10년이나 유지된 것이 사실상 경이롭기는 하다. 기적은 없고, 구원군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연일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단 시일에 망할 수 있는가"라는 정책들을 뿜어내는데, 그 근간에는 달러에 대한 맹신과 미국 경제에 대한 환상이 깔려 있다. 어쩔 수 없다. 우리가 똑똑해지고, 책을 읽는 수밖에. 그리고 그것이 의미가 되기 위해서는 책 판매량이 수 만권씩 움직이는 수밖에.

지난 10년 동안 자본주의는 미스테리한 달러 중심의 메카니즘에 의해서 미궁에 빠졌다. 그 미궁 속에서 이명박은 한국 자본주의를 쓰레기통으로 밀어 넣고 있다. 우리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 지갑을 열고, 아직 주머니에 돈이 남아있다면 2만5000원씩 지불하고, 딱 앞의 100페이지만이라도 읽어보시길 바란다. 달러의 역사적 비밀이 그 안에 있다. 그걸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면,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황당한 경제정책을 '국민경제 회생'이라고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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