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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중 축구선수 이윤평 학생의 '행복한'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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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중 축구선수 이윤평 학생의 '행복한' 꿈은?

[기자의 눈]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지 못하는 어른들

24일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듣다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인터뷰를 들었다. 인터뷰 대상자는 '공부하는 축구부'로 유명한 공릉중학교 이윤평 학생이었다. 짧은 인터뷰였기에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손석희: 몇 학년이죠?
이윤평: 2학년 올라가요.

손석희: 지난 10월 학력평가 시험은 3학년들이 봤기 때문에 이윤평 학생은 안 봤겠네요?
이윤평: 축구부는 학교에서 시행되는 모든 시험을 다 보고요. 3학년 형들은 10월에 봤고 저희는 12월에 봤어요.

손석희: 다른 학교에서는 운동부 학생들을 제외한 학교도 있다고 하던데, 공릉중 학생들은 다 봤네요.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안 보게 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윤평: 공부 못하는 운동부 학생도 있겠지만 저희도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잖아요. 시험을 보지 않으면 운동부 학생들은 공부를 더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갖고 있는 편견을 깨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요.

손석희: (다소 놀란 듯) 딱 부러지게 얘기를 하니까 더 질문할 게 없어지네요. 그런데 공부도 열심히, 축구도 열심히 하는 건 힘들지 않나요?
이윤평: 저희가 좋아하는 걸 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힘들지만 좋기 때문에 다 없앨 수 있어요.

손석희: 수업 중간에 나간다든가 빠져야 하는 경우는 없나요?
이윤평: 없지는 않은데 자주 빠지지는 않고 중요한 시합일 때만 빠지는데 못 들은 수업은 나눠준 프린트물을 친구가 챙겨주고 수업 필기는 친구 것 받아 옮겨 적어요.

손석희: (대견한 듯) 보완 대책이 다 있네요. 만일 성적이 요구하는 것만큼 잘 안 나오면 축구를 그만 둬야 하나요?
이윤평: 아니오. 한 번의 실수로 그런 것은 아니고요, 감독 선생님이 보시거나 저희가 느끼기에 너무 공부를 안 하고 나쁜 행동을 하면 포기해야겠죠.

손석희: 2학년에 올라가는데, 그러면 앞으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자신의 진로를 정했나요?
이윤평: 1차적 목표는 모든 한국 축구선수가 원하는 국가대표예요. 2차적 목표는 감독 선생님처럼 훌륭한 중등부 지도자가 되는 거구요.

손석희: 감독님 존함이 어떻게 되죠?
이윤평: '김'자 '경'자 '수'자요.

손석희: (놀란 듯) 어린 학생들에게 어른의 존함을 질문하면 이렇게 대답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허허허. 똑바른 선수인 것 같네요. 고등학교 올라가면 공부도 열심히 축구도 열심히 안 될 수 있는데 양자 택일 상황이 올 수 있을 텐데요.
이윤평: 저희도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기 때문에 학교에 들어가면 수업을 받는 시간 몇 시간이라도 있을거라 생각해요. 몇 시간만이라도 집중해서 수업을 마치고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그 때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윤평 학생은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으나 방송 시간 때문에 손석희 교수가 "얘기를 남기면 내일 방송 시간에 전해주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이른바 '일제고사', 학업성취도평가 논란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이 와중에 이 시험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과 함께 운동부 선수들을 시험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서 시끄럽다. 이에 대해 "정확한 통계 산출을 위해 운동부는 빼는 게 맞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공부 안 하는 애들이니 시험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이다. 또다시 하루 이틀의 논란이 아니었던 운동부 학생들의 학업에 관한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인터뷰를 듣고서 공릉중학교 축구부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이미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학교로 유명한 곳이었다. 실력도 좋아서 서울대회에 전국대회 우승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손석희 교수도 지적했듯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다. 알아본 결과 공릉중 학생들은 역시 수업권을 보장해주는 가락고에 진학을 하지만 중학교 때보다 성적은 절반 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도대체 운동부 학생들의 인권은 언제…

기자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전국 톱클래스 수준의 배구부가 있었다. 우리 반에도 역시 키가 2m가 넘는 배구 선수가 있었는데, 교실에서 얼굴 보기 힘들었다. 가끔 수업을 들으러 오는 날에는 맞지도 않는 책상과 걸상에 걸터앉아 '한자 쓰기'를 열심히 쓰다가 나갔다. "운동을 해도 자기 이름 석 자는 한자로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뿐 아니다. 실력 좋은 선수들은 대학에 스카우트되는데, 대학 입학을 위해 '수능 40점(200점 만점) 돌파'에 골몰해야 했다.

더 심각하다고 느낀 것은 배구부 선수들 상당수가 동급생보다 한 살이 많다는 것이었다. 같은 재단 중학교에도 배구부가 있었는데, 키를 1cm라도 키워서 진학시키기 위해 일부러 한 학년을 유급시켰다고 한다.

미국에서 운동선수들에게 요구하는 학업성취도 기준이 높고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하는 고교 야구대회인 고시엔 대회가 여름방학에 열리고 예선전은 주말에만 열린다는 점 등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정도 많이 소개가 됐고 국가인권위에서도 지적하는 등 이미 충분히 논쟁 중이다.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1등만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공부로 1등을 하든가 운동으로 1등을 하든가 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숨막히는 사회다. 경험컨대 이 경쟁에서 낙오되는 아이들 중 운동선수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사회적 역사적 경험이다.

시험 좋아하는 학생들 거의 없을 것이다. 아마 많은 운동선수들도 "너희들은 학력평가 안 봐도 돼"라고 해서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와 학교가 나서서 이들을 대놓고 외면하며 이들을 낙오자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게다가 일제고사에 반대하며 체험학습 등을 주도했던 교사들은 파면하고 해임해 아이들에게서 격리 시킨 정부다. 70년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주인공이 학교 유리창을 모두 박살내며 외친 한 마디. 굳이 옮겨 적지는 않겠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얼마 전부터 '4대강 정비사업' 이런 것 말고, 동네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간이 야구장이나 축구장을 많이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일본 도쿄에서 가장 부러운 풍경은 하교 뒤 가방에 글러브와 배트 찔러 넣고 자전거 타고 야구하러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지 않는, 못하는 어른들

'똑 부러지는' 이윤평 학생의 인터뷰를 듣다가 '꿈'을 묻는 대목에서 "1차적 목표는 국가대표"라고 답한 뒤 "2차적 목표"를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응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이요"라는 답변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친구 "감독 선생님처럼 중등부 지도자가 되는 것"이란다. 이 대답에서 이 학생이 얼마나 '행복한' 중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감히 넘겨짚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윤평 학생 같은 아이들이 많아지는 사회, 이윤평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행복하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그냥 꿈에 그칠 것 같아 안타까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손석희 교수도 그게 안타까웠던 것 같다. 그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윤평 학생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이윤평 학생을 통해 다시 배우는 것은 운동선수라고 해서 운동만 하게 하는 것은 문제 있다는 것 같아요. 이윤평 학생이 몸으로 보여주고 있네요. 꿈을 이루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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