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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차기 선거운동에 올인한 MB 집권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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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차기 선거운동에 올인한 MB 집권 1년?

[손호철 칼럼]<8> 꼴보수화로 박근혜 '민주지도자' 만들어주기

"속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많은 국민들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느끼고 있는 평가일 것이다. 특히 중도적 성향을 갖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찍었던 국민 중 상당수가 그러할 것이다. 그 결과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금 대선을 치른다면 이 대통령을 찍겠다는 사람은 27.4%에 불과하고 59.7%는 찍지 않겠다고 답했다.

우선, 무능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을 통해 민주화운동 출신의 자유주의세력은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민생파탄을 가져왔다. 그 결과 많은 국민들이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며 이 대통령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 1년은 이대통령과 한국의 냉전적 보수세력이 "부패했을 뿐 아니라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747이라고? 소도 웃을 일이다. 사실 MB의 지난 일 년간의 업적이라는 것이 있다면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양극화를 심화시킨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벗겨주고 이를 자신이 차지한 것이다.

확실히 해둘 것은 이 같은 무능은 월스트리트 발 세계경제 위기 이전에 이미 입증된 것이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단순히 세계경제 위기라는 외적 요인 탓만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들도 이를 정확히 알고 있어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중 71%가 이대통령이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둘째, 오만, 독선, 그리고 불도저이다. 현대시절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공사기간을 오히려 단축시켜 주요 공사를 완성시킨 이명박 신화, 이 같은 성공신화에 따른 MB의 자신감을 생각할 때 오만과 독선, 그리고 불도저는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MB가 보여준 오만, 독선, 불도저는 이 같은 예상을 훨씬 넘어선 것이었다. 모두들 문제가 있다는 강만수에 대한 집착이 그 한 예이다. 나아가 속도전, 돌격전 운운하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MB악법 등 최근의 국정운영은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는 한숨을 쉬게 한다.

셋째, 이념적 퇴행성이다. 물론 MB가 한나라당 소속으로 냉전적 보수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러나 경선과정 등 그간의 언행을 통해 박근혜 의원에 비해서는 이념면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인상을 줬다. 창조적 실용주의라는 그의 구호도 이 같은 인상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그간의 상대적 유연성이 위장에 불과했던 것인지, 아니면 촛불시위로 타격을 받고 좌파음모론을 믿게 된 것인지, 이후의 행태는 놀랍다. 국가정체성 운운하며 사실상 전면적인 이념전쟁을 선포하고 나섰고 대북정책 등에서도 실용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인명진 목사까지도 MB 일주년에 대해 "실용정신을 잃어버리고 이념의 갈등만 더 깊게"했다고 개탄했다. 또 한 번 많은 국민들이 속은 것이다.

MB는 MB라고 하더라도 더욱 한심한 것은 소위 MB직계들이다. 이들은 주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고 영남을 기반으로 한 박근혜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중도적인 것으로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MB의 무모한 속도전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이런 '수구꼴통'내지 '꼴보수'가 따로 없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망루 투쟁은 지금까지 철거민 사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철연의 도심테러의 결과"라며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사퇴요구는 "반정부세력의 체제전복 시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MB의 최측근으로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장'직을 맡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당내에서 MB의 속도전을 비판하며 쓴 소리를 하고 있는 온건파들을 겨냥해 "한나라당에도 다소 좌파적이고 친북한정권적인 성향의 사람이 있다"는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다. 정 의원이 실명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원희룡, 남경필 의원이 좌파적이고 친북한 정권적이라고? 거의 정신병 수준의 주장이다.

주목할 것은 MB가 이처럼 무모한 속도전, 돌격전을 강행할 때마다 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 의원의 인기가 올라가며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박 의원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박 의원이 결정적인 국면에서 MB에 대립각을 세우고 중도적이고 온건한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그간의 '꼴보수'의 이미지를 탈각하고 합리적이며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민주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 ⓒ청와대

예를 들어 촛불집회 당시 박 의원은 "정부의 자세와 태도에 문제가 있다. 해결방법이 재협상밖에 없다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의 입법전쟁 때도 MB악법에 대해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지난 2일 있었던 청와대 오찬에서 2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총대를 메고 쟁점법안들을 처리해 달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에 대해 "쟁점법안일수록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MB와 친MB계=꼴보수, 박근혜와 친박계=합리적 온건파라는 '선수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 대통령의 지난 1년은 이 대통령이 작심을 하고 자신의 임기 초부터 박 의원의 차기 대통령 선거운동을 해주고 나선 1년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지난 경선에서 당원투표에서 박 의원에게 패배하고도 일반 국민들의 여론조사에 의해 자신이 승리한 것에 대해, 나아가 이 같은 결과에 승복한 박 의원에 대해, 빚을 갚기 위한 속 깊은 배려인가?

자신이 꼴보수와 '무대포'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박 의원을 민주적 지도자로 만들어주고 있는 이대통령을 보고 있자니 엉뚱하게도 자신이 악역을 담당함으로써 다음 대에서 세종과 같은 명군이 나오도록 희생을 한 태종 이방원이 생각난다. 자신이 욕을 먹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자'라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도 박 의원의 다음 대선 승리와 한나라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살신성인을 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희생정신에 눈물이 난다. MB, 만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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