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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된 사회: 유권(權)무죄, 무권(權)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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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된 사회: 유권(權)무죄, 무권(權)유죄

[손호철 칼럼]<7> 용산, 화왕산, 노회찬 참사를 바라보며

또 불이다. 연초부터 MB의 속도전 진압작전으로 용산 철거민 농성장에서 귀중한 인명들이 불에 타 숨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에는 경남 창녕 화왕산에서 대보름을 맞아 억새풀 태우기 축제를 하던 관광객들이 불에 타 숨지고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예전 같으면 왕이 "짐이 부덕해 흉사가 끊이지 않는다"며 하늘에 무릎을 꿇고 빌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통령은 "원칙", "원칙"만 외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원칙이라니 인명이야 어찌되던 빨리 사태를 마무리지면 그만이라는 '살인속도전 원칙'?

게다가 군포 연쇄살인 사건까지 터져 연초가 정말 어수선하기만 하다(허긴 최근 폭로된 청와대발 여론호도 문건이 보여주듯이 이명박 정부로서는 연쇄살인 사건이 용산참사를 물 타기할 신나는 호기밖에 다가오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사실 평소 간첩을 잡아 놓았다가 중요한 국면이 오면 이를 터트려온 군사독재 정부들의 수법을 많이 봐온지라 살인범도 경찰이 미리 파악을 하고도 타이밍을 보고 있다가 용산참사 같은 악재가 터지자 이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터트린 것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상상까지 하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용산참사, 화왕산 참사에 이어 또 다른 참사가 최근 터졌다. '노회찬 참사'이다. 사법부가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안기부 X-파일'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국가안전기획부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이 언급한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와 관련,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는 참사를 저지른 것이다.
▲ 용산참사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살인정권 이명박 out'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프레시안

이 세 참사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우리 사회의 정의가 전도되어도 너무나 전도되어 있다는 안타까움이다. 경찰의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진압작전으로 장사터를 지키겠다고 철거현장의 망루에 올라간 70대 자영업자는 검은 숯덩이가 되어버렸고, 아버지와 함께 망루를 지키던 아들은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사의 책임을 물어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된 반면 검찰은 경찰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었다.

노회찬 참사는 더욱 한심하다. 피고석에 삼성이 아니라 노 대표가 앉음으로써 처음부터 피고가 뒤바뀌고 선과 악의 가치가 전도된 채 시작된 이 재판은 결국 노 대표가 유죄선고를 받음으로써 정의가 완전히 전도된 재판으로 끝나고 말았다. 노회찬 대표의 주장처럼 "거대 권력 횡포와 권력남용의 결정판이었던 안기부 X파일에 대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진실을 은폐하는 데 일조"를 하고 만 것이다.

한마디로, 검찰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법원도 정의가 전도되긴 마찬가지인 셈이다. 허긴 허위경력 기제 등 범죄의 질이 나쁜 여야 거대 보수정당의 선거법 위반 국회의원들에 대해 모두 무죄 내지 경미한 처벌로 의원직을 유지하게 해준 반면 당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었던 조승수 전 의원에 대해서만은 경미한 선거법 위반에도 불구하고 중한 벌금형을 때려 의원직을 박탈한 바 있는 법원에 기대한 것부터가 애당초 잘못일 것이다.

화왕산 참사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화왕산 화재참사를 주최한 창녕군이 비상시를 대비한 안전대책 마련에 미흡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창녕군 공무원 등을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물론 창녕군이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용산에서 안전조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무대포식의 진압작전으로 인명을 살상한 경찰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힘없는 창녕군 관계자들만 같은 혐의로 처벌하겠다고 경찰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도 웃을 일이다. 시너 등 위험물질이 가득한 철거민 망루에 충분한 설득과정과 안전장치 없이 테러진압을 주업무로 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돌격전식으로 진압작전을 편 것과 창녕군 관계자 중 누가 더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것일까?

용산 참사, 노회찬 참사, 화왕산 참사는 우리 사회의 정의가 얼마나 전도되어 있으며 권력이 있고 없음에 따라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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