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김 차장을 상대로 "80년 5.18 때도 계엄군이 도청에 진입할 때 다이너마이트 등의 뇌관을 모두 제거한 뒤에 들어갈 정도로 대비를 철저하게 하는데, 시너가 60통이나 있고 불이 날 개연성을 알면서도 하루만에 바로 진압을 개시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차장은 "시너 60통을 모두 소모시키려면 서울 시내가 불바다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10일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는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맨 왼쪽) ⓒ연합뉴스 |
"결국 자기들이 불을 지른 것"
김 차장은 참사 직후 브리핑 과정에서 '시너 통' 파악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농성건물 내부는 못 봤지만 먼 발치에서 흰 통이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으나, 직후 국회에서 밝혀진 경찰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리터 시너통 60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거짓 브리핑 의혹을 사기도 했었다.
송 의원은 "작전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차장은 "있는 장비를 모두 동원해 최선을 다했다"며 "결국 자기들이 불을 지른 것"이라고 답했다.
송 의원이 "증거가 뭐냐", "자살행위를 했다는 것이냐"고 다시 다그치자 김 차장은 "검찰 수사 결과가 그렇다"고 답해 '남의 일' 얘기하듯 답한다는 질타를 받았다.
김 차장의 답변에 격분한 송 의원이 "3남매를 키우고 용산교회 집사를 할 정도로 독실한 71세의 크리스찬이 자살행위를 했다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이자 김 차장은 "다른 데서 지원 나온 사람이 있지 않았느냐. 적극적으로 훈련을 여러 번 시켰고, 다른 데서는 사망자까지 나왔다"고 '전철연'을 언급하며 즉답을 회피했다.
김 차장이 이와 같은 태도로 일관하자 당초 김 차장에게 질문할 계획이 없었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김 차장에 대한 질문을 이어 갔다.
박 의원은 "충분히 (진압 작전) 준비를 안 했죠?"라고 묻자 김 차장은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어떤 국민도 불법 폭력, 특히 화염병 투척 시위를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생계를 잃어가는 분들에게 어떠한 설득도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공권력을 투입해 불쌍한 서민 5명과 김 차장의 동료가 생명을 잃었는데 경찰은 대국민 사과는커녕 대변인 성명 한 통 발표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특히 "김 차장의 답변 태도가 너무나 당당하다. 김 차장에게 질문하지 않으려 했는데 답변 태도를 보고 우리 국민들이 억울해서 어떻게 살겠느냐. 그러면 안 된다"고 호통을 쳤다.
여당 의원조차 "그 분들도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
여당 의원의 눈에도 김 차장의 답변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김 차장을 향해 "대한민국의 치안감이 그런 수준의 인식을 갖고 있다니 대단히 실망"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김 차장이 주장하는 것을 들어보면 폭력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는 사람은 국민이고, 그 행위를 하는 자는 꼭 무슨 적군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분들도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고 따졌다.
김 차장이 "모든 국민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자신의 의사가 관철 안 된다고 살상 무기를 들고…"라고 답하자, 정 의원은 "체포가 목적인가, 사살이 목적인가"라고 물은 뒤 "체포라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게 대한민국 공무원인데, 이라크도 아니고 아프간의 탈레반도 아니고, 의원들의 질문에 그렇게 답변할 수 있느냐. 여당 의원이지만 견딜 수 없다"고 김 차장을 호되게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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