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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수사하는 검찰, 거짓말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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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실 수사하는 검찰, 거짓말하는 경찰"

시민사회단체 "용산 참사, 진실 가려내야"

검찰이 용산 참사에 관한 수사 결과 발표를 오는 9일로 연기한 가운데, 언론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문화방송(MBC) <PD수첩>이 보도하면서 파문을 낳았던 경찰과 용역업체의 합동 진압 상황에 대해 6일 "사제 방패를 들고 있던 이들은 용역업체 직원이 아닌 철거민일 것"이라며 합동 진압 의혹을 축소했다. 또 경찰의 과잉 진압에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농성자 20여 명은 전원 기소하겠다는 방침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은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사실로 밝혀지는데도 검찰이 여전히 경찰 입장에 치우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상조사단은 6일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용역의 합동 작전에 대하 위법성을 설명하고 철거민들의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경찰의 주장에 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또 지난 4일 제기한 고 이성수 씨의 사인에 대한 의혹을 두고 검찰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한 반박에 재반박했다.

검찰 "방패 든 사람 노점상 철거민"…"용역업체가 조직한 사람들"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정병두 본부장)는 이날 "POLICIA'(경찰을 뜻하는 스페인어)라고 적힌 방패를 들고 경찰 특공대를 따라간 이들은 철거민이었다"며 당사자들에게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검찰은 "철거업체인 H사가 경기 고양의 한 용역업체로부터 사제 방패 12개를 빌려 사용했다"며 "당시 장면은 영세노점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화염병과 벽돌이 날아다녀 용역업체에서 방패를 빌려 화장실에 다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검찰은 사제방패를 들고 있는 이들이 철거민이라고 주장한 반면, 철거민들은 용역업체에서 조직한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 'PD수첩' 캡쳐화면

이를 두고 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 정영신 씨는 기자회견에서 "그 사람들은 저희가 집회 신고를 하면 방해하기 위해서 조합과 용역업체에서 조직한 사람들"이라며 "지역 주민들은 그들이 용역업체 직원이라는 걸 다 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남일당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것도, 화염병이 날아와서 그랬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남일당 건물 뒤에 있는) 우리 가게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멀리서도 가게 옆으로 와서 화장실을 사용했던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 한 명도 노점상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조끼를 입고 상가대책위원회라고 적힌 방송차를 타고 구청까지 와서 집회를 방해하는가 하면, 가게에 와서 행패를 부렸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내용에 대해 검찰에 참고인 조사 같은 것도 한 번 받은 적 없다"며 검찰이 용역업체 직원들의 진술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윤식 변호사는 검찰도 인정한 대로 용역업체들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방화한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철거 용역업체 직원이 물대포를 발사한 것은 철거민에 대한 폭행죄 및 경비업법위반제에 해당한다"며 "현장 경찰책임자 역시 행위를 제지해야 하는데도 묵인, 방조한 것은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직무유기죄와 직권남용죄도 성립한다"고 말했다.

또 오 변호사는 "사제 방패를 들고 건물 진입을 시도한 행위는 공무원자격사칭죄에 해당한다"며 "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들은 무허가철거업체로 경비업법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농성이 벌어지던 건물에서 불을 피운 행위는 방화인 동시에 철거민들에 대한 협박으로 볼 수 있어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과잉진압 맞다"

또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특공대를 투입한 이유로 "사건 전날 농성이 '테러'라고 할 만큼 과격했기 때문"이라며 과잉 진압을 부인하는 것을 두고 "주변 상가 10여 명을 비롯해 총 17명의 목격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경찰의 보고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화재가 5건 발생하고, 그외에도 피해자 5명, 목격자 4명의 피해상황과 진술을 보고했었다. 그러나 조사단 측은 경찰의 발표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조사단은 경찰 보고에도 지적됐듯 새총과 화염병이 등장한 것은 1월 19일 오전 10시 45분인데도 경찰특공대에 출동 지시가 내려진 시각은 이날 오전 9시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은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투척해 화재가 발생했으며 해당 건물에서 상가 2개가 영업 중이었다고 밝혔지만, 진상조사단은 2개 모두 영업 중단 상태였다고 밝혔다. 경찰이 화염병을 투척해 주변 가정집과 약국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진상조사단은 "약국에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화재가 난 곳은 공가였던 상가 1채 였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은 농성 건물 출입구 앞에 주차했던 차량이 돌에 맞아 파손됐으며 돌을 던지는 상황을 목격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공개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은 "피해를 입었다는 시간은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듯 대치 상태가 아니었다"며 "또 인근 상가 주민이 앞서 차량 파손을 염려하며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은 주인을 알 수 없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경찰은 "자가용으로 이동하다 남일당 건물에서 돌을 도로로 던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오 모(48) 씨의 진술과 "화염병 수십 개를 투척하는 것을 한강대교 북단 고가에서 목격했다"는 최 모(67) 씨의 진술을 피해상황으로 정리했다. 이에 조사단은 "경찰이 제공한 피해 상황의 목격자들은 대부분 주변 주민이 아닌, 지나가던 행인이었다"며 "진술이 구체적이지도 않은 데다, 이들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그리고 이들의 진술을 그만큼 신뢰할 만한 자료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농성자들이 돌이나 골프공을 투척한 시점은 경찰의 살수가 진행되거나 용역의 접근이 있을 때였다"며 "살수가 멈추고 용역의 접근이 없었던 시간에는 투척행위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부분 돌과 골프공이었고 화염병 사용은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증언자 대부분은 농성자들이 일반시민과 이동하는 차량에 무작위로 위해를 가하는 행동은 없었다"며 "하루 종일 화염병이 난무했다는 경찰의 말은 전혀 사실과 다른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의혹 신뢰할 수 없다? 검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증거"

한편 이날 진상조사단 측은 앞서 생존자인 지석준 씨의 진술을 토대로 고 이성수, 윤용헌 씨의 사인 원인에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검찰이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한 데에 재반박했다. 검찰은 "지 씨는 사진 속 매달린 사람이 본인이라고 주장했는데 어제 조사해보니 다른 농성자 김영근 씨였다"며 "지 씨도 본인이라고 얘기하지 않았고 체포 경위도 전혀 얘기 하지 못해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검찰은 지금 건물 1층의 지붕 위로 떨어진 사람이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만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만 붙잡고 묻고선 지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사진과 동영상에서 보이는 인물은 지석준 씨이며, 김영근 씨는 건물 외벽이 아닌 망루에서 1층 지붕으로 떨어졌다는 것.

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검찰이 지목한 김영근 씨는 검찰의 1차 조사시 검찰이 보여준 영상이 매우 흐리고 작아서 구분할 수 없었고, 검찰의 질문이 정확하지 않아서 본인으로 대답했다"며 "그러나 두 번째 조사에서는 자신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 망루에서 2차 화재가 발생한 1월 20일 오전 7시 25분부터 26분까지 촬영된 사진. 조사단은 생존자인 지석준 씨의 진술과 사진 상에서 이성수 씨로 추정되는 A씨(빨간 화살표로 지목된 인물)의 이동 경로가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사진에서 지 씨가 추락하고 있고, 이 씨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용산철거민사망사건진상조사단

조사단 측은 "사진 속 인물이 저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재차 밝힌 지 씨의 진술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이들은 "사진 속 인물은 검은색 신발을 신고 있는데, 김영근 씨는 당일 흰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며 "검찰의 수사 자체가 얼마나 부실하고,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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