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일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한 기간 연장안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정부 측에서 제시된 의견이며 당에서는 일체 입장을 정한 바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비록 법 개정과 관련된 입장 차는 좁히지 못했지만, 양측은 오는 7일 또 한 번 만나기로 했다. 2월 처리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게 되는 셈이다.
관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다. 내부의 이견에 한국노총까지 등 지면서 법 개정을 강행할 의지가 없는 한나라당을 다시 몰아붙일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기 때문이다.
임태희 "일방적으로 비정규직법 개정 추진해선 안 될 것"
지난 달 당·정·청 협의를 통해 비정규직법의 2월 임시 국회 처리에 합의한 한나라당이 이날 일방적으로 비정규직법 개정을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태희 의장은 "비정규직법 개정을 일방적, 획일적으로 추진해 분란을 일으키고 사회 통합을 저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한국노총과 정책 연대의 정신을 살려 상호간의 입장을 좁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법 개정 움직임을 놓고 양측이 두 번째로 만난 이날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다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뒤였다.
특히 양측은 7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실태 조사도 하기로 했다. 7일 만남에서 팽팽한 입장 차가 좁혀질 확률은 거의 없다. 아직 법안 발의조차 안 된 상황에서 물리적인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또 한나라당이 지난달 30일 가진 중점 처리 법안 설명회에서 '2월 임시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핵심 법안' 15개 가운데 비정규직법은 제외됐다. 2월 처리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 관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굳건한 의지다. ⓒ프레시안 |
법 개정 취지 공감한다면서 대표 발의자조차 못 찾아 '쩔쩔'
관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굳건한 의지다. 임태희 의장이 언급한 대로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법 개정 방향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것이다.
비록 임태희 의장은 이날도 "사용 기간을 못 박은 법 때문에 비정규직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법 개정 필요성에 동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한나라당은 법안의 대표 발의자를 찾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언론에 대표 발의자로 이름이 나오면 즉시 당사자가 강하게 손사레를 치며 "나는 절대 안 한다"고 발 빼는 해프닝만 수차례였다.
이처럼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강행에는 부담을 느끼는 한나라당의 상황을 변화시킬 유일한 변수는 현재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압박' 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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