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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이면 'MB악법' 입법전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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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이면 'MB악법' 입법전쟁은 없다!

[손호철 칼럼] 한나라당 과반 의석은 잘못된 선거제도 덕

2월이다. 임시국회가 오늘 문을 열면서 MB악법을 둘러싼 운명적인 입법전쟁이 막이 오른 것이다. 1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폭력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저지를 위한 국민대회'에 앉아 다가올 입법전쟁을 생각하고 있자니 문득 떠오른 것은 엉뚱하게도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였다.

소수파를 대변하는 대법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 총재는 97년 대선 때만 해도 3김정치 극복과 세대교체라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제왕적 총재로 3김을 닮아갔고 2002년 대선에서 젊고 민주적인 국민경선제를 통해 대통령후보가 된 노무현과 대결하면서 오히려 세대교체와 3김정치 극복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특히 차떼기로 상징하는 대선자금 수사와 함께 정치인으로서 그의 역사적 소명은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망국적인 지역주의, 구체적으로 말해 충청지역주의 덕으로 2008년 총선에서 부활했다. 스스로 지역주의라는 낡은 3김정치의 상징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부활이 갖는 반역사성과는 별개로 그가 최근 여야 대치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입장들은 소수파를 대변했던 원칙 있는 법조인 이회창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아 무척 다행스럽다. 구체적으로 그는 MB악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려던 한나라당의 속도전을 비판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회폭력방지 특별법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명백히 했다. 나아가 미네르바의 구속을 비판하는가 하면 용산 참사에 대해서도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 지난 1월 '입법 전쟁' 당시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충돌 모습 ⓒ뉴시스

그렇다고 입법전쟁이 엉뚱하게도 그를 떠오르게 한 것이 그가 최근 보여준 이 같은 일련의 전향적 태도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며칠 전 자유선진당 창당 1주년을 맞아 가진 그의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그는 국회의원수를 30% 줄이고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는 한편 소수자 보호를 위해 비례대표의원의 비중을 거의 50%수준에 가깝게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주장이 입법전쟁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이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이 총재의 주장중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주장은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이용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제안으로 문제가 많다. 중선거제도 마찬가지다. 이는 그 장단점을 차치하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지역주의 타파를 이유로 무수히 주장해온 제도로 이총재가 한나라당 총재로 끝까지 반대해 관철되지 못한 것이다. 그 같은 제도를 이제와 갑자기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의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정치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해 온 것으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다만 이총재의 제안처럼 단순히 비례대표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현재와 같은 병립제가 아니라 독일과 같은 병용제로 가야 한다.

우리는 현재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역구의석에 비례대표의석을 더하는 병립식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사표가 많이 생기고 국민의 지지율과 실제 의석수간에는 상당한 격차가 생겨 민의의 왜곡이 심하다. 그러나 독일식의 경우 무조건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전체의석을 정하고 그 중에서 지역구 의석을 뺀 의석을 비례대표로 나누어주기 때문에 민의의 왜곡이 없고 득표율과 의석수가 정확히 일치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정당과 B라는 정당이 각각 지역구에서 30석과 20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정당 득표율은 같은 20%를 얻었으면 전체의석수는 지역구 의석수와 관계없이 같은 60석(299석×20%)씩을 차지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정당 A는 60석에서 30석을 뺀 30석을 비례대표로 배정받아 60석을 갖게 되고 정당 B는 60석에서 20석을 뺀 40석을 비례대표로 배정받아 같은 60석이 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병립제라는 우리의 잘못된 선거제도 때문에 현재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실제 국민들의 지지율보다 엄청나게 과잉대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독일식 제도를 도입하고 있었다면 한나라당은 결코 현재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가질 수 없었다. 따라서 지난 연말 국회의 불미스러운 폭력사태도 없었을 것이고, 국민들이 2월 들어 MB 악법에 대한 입법전쟁 같은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37.5%를 득표했다. 따라서 독일식을 채택해 민의를 그대로 반영했을 경우 한나라당은 37.5%인 112석밖에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한나라당이 MB악법식의 속도전이나 입법전쟁을 당연히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의를 왜곡하는 잘못된 선거제도 때문에 한나라당은 37.5%밖에 득표를 못하고도 과반수가 넘는 153석(51.2%)을 차지했다. 반면에 민주노동당은 5.7%를, 진보신당은 2.9%를 득표하고도 각각 5석과 0석의 의석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독일식이었다면 각각 17석과 9석을 차지했어야 했는데도 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총선의 투표율이 사상최저수준이 46.1%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나라당가 지지를 받은 것은 전체유권자의 17.2%(46.1×37.5%)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82%이상이 한나라당을 찍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의해 과반수의석을 차지했으니 우리 식으로 간다"며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입법전쟁을 바라보면서 문제의 원천인 잘못된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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