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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영산강 수심에 대한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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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영산강 수심에 대한 진실은?

[홍헌호 칼럼] <중앙일보> 1월 9일자 보도에 대하여

"전남 나주시 영산포 대교 위. 하류 쪽을 바라보니 100여m 아래 불 꺼진 등대가 있었다. 1915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내륙에 세워진 영산포 등대다. 소금과 젓갈·홍어를 싣고 목포를 거쳐 거슬러 온 배들로 가득 찼던 영산포구의 옛 영화를 간직한 유일한 존재다. 70년대 말까지는 불을 켰다. 김창원 영산강 뱃길연구소장은 '조선시대에는 소금배들이 강 상류인 담양까지도 갔었다'며 '현재는 영산포 부근조차 수심이 얕아 작은 어선도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등대 밑 강가의 수심은 10㎝도 되지 않았다. 주민 김영순(91) 할아버지는 "여름에도 수심이 1m밖에 안 돼 걸어서 강을 건넌다"고 말했다. 1873년에 제작된 나주 지역 고지도에는 영산포 등대 앞 수심이 9~12m로 표시돼 있다. 퇴적물이 쌓이고 강 상류에 농업용수 댐들이 들어서면서 물이 줄어들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중앙일보> 2009년 1월 9일)


1873년 영산포 수심이 9~12m? 대홍수 때나 가능한 일

우리나라 보수언론 기자들은 지나칠 정도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독선적인 생각을 합리화시켜 줄 것 같은 말을 들으면 확인도 하지 않고 사실인 양 보도한다. 위에 소개한 <중앙일보>기사도 마찬가지다.

이 기사가 얼마나 엉성한 기사인지 하나하나 해부해 보기로 하자.

(1) <중앙일보> 기자는 1970년대 말까지 영산포 등대가 불을 켰다고 말한다.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1980년대에는 어떤 연유로 이 불이 꺼졌을까? 과연 준설을 안 한 탓에 영산강에 퇴적물이 쌓여서 뱃길이 사라진 것일까? 그렇다면 1970년대 이전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우리 선배 세대들보다 더 열심히 영산강을 준설했었던가?

이 글의 뒷부분에서 보다 더 자세하게 서술하겠지만 영산강에 뱃길이 사라진 것은 영산강의 퇴적물 때문이 아니라 1981년 준공된 영산강 하구둑 때문이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건설부가 발간한 <한국수문조사연보>를 보면 1980년대에 영산강 뱃길이 사라진 이유에 대한 보다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2) <중앙일보> 기자는 또 1873년에 제작된 나주 지역 고지도에 영산포 등대 앞 수심이 9~12m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 영산포의 평균 수심 또한 그 정도였을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위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 기자의 그런 가정 또한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물론 1873년에 대홍수가 났다면 그리고 그것이 불행하게도 한 달 중 밀물의 양이 가장 많은 시기에 일어났다면 고문서 기록대로 영산포 등대 앞 수심이 9~12m에 이를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100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건설부가 1962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한국수문조사연보>를 보면 1910년대 이후 영산포의 연평균 수위와 홍수 때의 수위는 보통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중앙일보>의 기자처럼 1873년 평상시 영산포의 수위를 9~12m라 가정하면 홍수 때 그 수위는 40m 이상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영산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1916~1940년 영산포 연평균 수위는 0.68~2.28m

그렇다면 100년 전 영산강의 수위는 어느 정도였을까. 1962년 건설부가 발간한 <한국수문조사연보>에는 1916년과 1940년 사이 25년 간의 4대강 수위에 관한 자료들이 비교적 자세하게 들어 있다. 그 중에서 영산포 관련 내용을 추려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표] 1916~1940년 감조하천 영산포의 수위

(주) 영점표고 : 수위표의 0.0m에 해당하는 평균해발 표고. 특정관측소에서 기준으로 채택한 기준표고를 말함.
(주) 대조(大潮)시 수위 :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클 때의 수위.
(주) 소조(小潮)시 수위 :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작을 때의 수위.
(출처) 건설부, <한국수문조사연보>, 1962
위의 자료를 보면 1916년과 1940년 사이 25년간 영산포의 평균 수위는 바닷물이 밀물이 되어 들어온 경우 2.28m, 썰물이 되어 나간 경우 0.68m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클 때의 평균수위는 0.79m(썰물 때)~2.83m(밀물 때)였고,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작을 때의 평균수위는 0.63m(썰물 때)~1.68m(밀물 때)였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25년 간의 기간 중 최대홍수 때 최대 만조현상이 동시에 발생해서 수위가 10m를 넘는 경우도 한두 번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앞에서도 서술했듯이 극히 이례적인 경우였다.

1960~70년대 영산강 수위, 20세기 초 수위와 유사

1940년대 이후 영산포의 수위는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역시 국토해양부의 과거 자료들을 추적해보면 다음과 같은 영산포 수위 관련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표]1967년 영산포의 월별 수위](단위 : m)

(출처) 건설부, <한국수문조사연보>, 1967
위의 표를 보면 1960년대 영산강 수위도 1910~1940년대 수위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67년의 경우 썰물 때 영산강의 수위는 0.70m(갈수기)~1.77m(우기), 밀물 때 수위는 2.19m(갈수기)~2.98m(우기)로서 20세기 초의 수위와 큰 차이가 없다.

1970년대 영산포 수위는 어떠했을까. 70년대 영산포 수위 또한 20세기 초나 1960년대 수위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표]1978년 영산포의 월별 수위 (단위 : m)

(출처) 건설부, <한국수문조사연보>, 1978
위의 표에서 보듯이 1978년의 경우 썰물 때 영산강의 수위는 0.60m(갈수기)~1.50m(우기), 밀물 때 수위는 1.48m(갈수기)~2.50m(우기)로서 20세기 초나 1960년대의 수위와 큰 차이가 없다.

요컨대 20세기 초와 60년대,70년대 영산포의 수위는 나룻배나 돛단배 정도의 운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위였다고 볼 수 있다.

"영산포 뱃길이 끊긴 이유?…영산강 하구둑 때문"

그렇다면 1980년대 이후 영산포 뱃길이 끊긴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1981년 영산강하구둑이 준공됨으로써 더 이상 밀물의 유입으로 인한 영산강 수위 상승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표]1986년 영산포의 월별 수위 (단위 : m)

(출처) 건설부, <한국수문조사연보>, 1986

[표]1988년 이후 영산포 수위표
(출처) 건설교통부, <한국수문조사연보>, 각년도

위의 표를 보면 1980년대 이후 건설부가 더 이상 영산포의 수위를 밀물 때와 썰물 때를 나누어 기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또 영산포의 수위에서는 더 이상 20세기 초나 60년대, 70년대에 나타났던 밀물 때의 수위상승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영산강하구둑이 준공됨으로써 더 이상 영산포에 밀물이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왜곡은 국가발전을 저해할 뿐"

요컨대 100년 전 영산강의 수심이 10m 내외였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그리고 또 영산강에 뱃길이 끊긴 것이 퇴적물 때문이라는 주장도 전혀 근거없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언론을 포함하여 그 어느 누구도 역사왜곡을 해서는 안된다. 역사왜곡은 국가발전을 저해할 뿐 결코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이 아닌 것에 기반한 주장이나 정책은 결코 올바른 것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수학적 이론도 사칙연산의 오류 위에서는 제대로 성립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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