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네르바는 금융계 종사자 7인 한 팀이며 현재 검찰에 구속된 박모(31) 씨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라는 <신동아> 2월호 보도로 본격화된 미네르바 진위 논란도 이 맥락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지난해 12월 <신동아>에 실린 미네르바 기고문은 현재 검찰에 구속된 박 씨가 '가짜'라는 의혹의 핵심이었다. 박 씨가 변호인단과 접견 과정에서 자신은 <신동아>에 기고하지 않았다고 밝힘에 따라, 그러면 <신동아>에 기고한 그 미네르바는 누구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신동아>가 '언론'으로써 인터뷰를 '통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은 희박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그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던 <신동아> 보도로도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미네르바가 누구인지 입증할 일차적 책임은 <신동아>가 아니라 '검찰'에 있다.
의문 1 : 미네르바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팀?
<신동아>는 19일 발매된 2월호를 통해 '미네르바 집단설'을 보도했다. 미네르바는 한 사람이 아니라 7명이며, 각자 분야를 나눠 글을 나눠썼다는 것. 미네르바라는 닉네임 뿐 아니라 IP주소도 조작을 통해 공유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힘들다. 미네르바가 누리꾼들 사이에 크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예측한 이후다. 다음 아고라를 넘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0월 이후다. 정부 차원에서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11월 들어서다. 하지만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을 통해 다음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 12월이다.
미네르바가 이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신동아>와 인터뷰한 K씨도 "이런 상황을 초래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해서 IP주소를 똑같게 하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등 번거로운 일을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고라에는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고, 익명성도 충분히 보장된다.
또 인터넷 상의 글쓰기는 인쇄 매체와 달리 자유로운 글쓰기를 기본으로 한다. 오·탈자, 비문, 속어, 팩트의 오류 등에 대해 너그러운 동시에 신뢰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의 재기발랄함과 직설법은 강점이다. 이런 공간에 글을 올리면서 대표필진의 데스킹을 거치는 '신문식 글쓰기'를 했다는 것도 일반적이지는 않다.
이명박 정부의 '뻘짓'이 없었다면 '한 명의 네티즌'이었을 미네르바가 마치 사전에 기획된 작전세력처럼 움직였다? 믿기 어렵다.
의문 2 : 박 씨와 '미네르바팀'과의 관계는?
현재 검찰이 박 씨를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IP주소와 박 씨의 자백이다. 미네르바를 잡는 처음부터 코미디였던 이 사건에서 물증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IP 주소였다.
<신동아>의 미네르바는 이 IP주소를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7명과 검찰에 구속된 박 씨가 동일한 IP로 글을 올리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7명의 'IP 주소 공유'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박 씨의 'IP 공유'는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이다. <신동아> 인터뷰에서 K씨는 '의견 충돌로 이탈한 1명과 박 씨의 연관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대목이다.
박 씨는 이들과 전혀 무관한 인물인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인물인가? 만약 박 씨가 이들과 전혀 무관한 인물이라면, 그는 왜 IP주소를 조작해 지난해 12월29일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렸을까? 이전에 올린 모든 글을 자신이 썼다면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 하는가? 검찰에 구속된 박 씨가 '소영웅주의'에 빠진 청년, 내지는 검찰이 박 씨에게 자백을 강요했을 것이라는 억측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아, 그 뒤에 또 의문이 남는다. 그가 진짜 '가짜'라면 <신동아> 기고문에 대해서는 왜 부인했을까? 진위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한데 말이다.
▲ 박 씨에 검찰에 구속되는 장면. ⓒ뉴시스 |
의문 3: '미네르바팀'이 글을 올린 목적은?
<신동아> 보도처럼 미네르바가 잘 조직된 '팀'이라면 왜 아고라에 글을 올렸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진다.
미네르바가 전문적인 경제지식과 탁월한 정보력 뿐 아니라 정의감과 서민들에 대한 애정을 가진 1명이었다면 "힘없고 배고픈 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글을 올렸다"는 말로 어느 정도 글을 올린 의도에 대한 궁금함이 충족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7명이 자체 데스킹 과정 뿐 아니라 IP주소를 조작하는 과정까지 거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글을 올린 목적이 "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다"? 중간에 내부 분열까지 겪으면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신동아> 보도로 '진짜 미네르바 찾기'는 사실상 끝?
<신동아> 보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기사로 '진짜 미네르바 찾기'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셈이 됐다.
처음부터 검찰은 '제2의 미네르바'의 가능성을 차단해 놓았었다. 지난해 7월30일과 12월29일에 올린 글 두 개 만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며, 이 글을 올린 사람은 박 씨가 분명하며, 본인도 이를 시인했다는 것. 나머지 글을 누가 올렸는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신동아> 기고문 관련된 수사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검찰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
검찰의 이런 태도 때문에 애당초 미네르바 진위 논란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의혹을 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에 '미네르바가 한 팀'이라는 <신동아> 보도는 결과적으로 '쐐기'를 박은 셈이 됐다. 검찰이 잡은 박 씨가 '가짜' 미네르바일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을 던졌지만, 7명으로 늘어난 '진짜' 미네르바를 찾기는 매우 힘든 일이 됐다. 박 씨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1명의 미네르바가 나타난다 해도, 그가 '진짜'임을 입증하기는 상당히 힘든 일인데, 7명이라니….
검찰, '진짜' 미네르바를 '진짜' 모르나?
그렇다면 '진짜 미네르바 찾기'는 중요한가? 현재로선 중요하다. 왜? 제기된 의혹을 풀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구속 중이기 때문이다. <신동아> 보도대로 그가 '가짜'이거나 '진짜' 미네르바들이 쓴 글을 올리는 역할에 불과했다면, 그는 지금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법의 테두리를 넘은 두 개의 글이 중요하고, 나머지 500여 개의 글은 무관하다고 하지만 이는 억지다. 박 씨가 썼다고 추정되는 두 개의 글을 나머지 글과 연관성 상에서 의미와 영향력을 갖는 것이다. 또 박 씨가 의도적으로 미네르바라는 닉네임과 특정 IP 주소를 도용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수사해야 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검찰이 박 씨에 대해 죄를 묻고 싶다면 '진짜' 미네르바를 찾아내야 한다. 가뜩이나 박 씨의 구속이 적절한 것인지를 놓고 법적 논란이 일고 있는데 그가 아닌 다른 '진짜' 미네르바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검찰의 미네르바 수사가 충성심 경쟁의 발로이며,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희생양 만들기'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 된다. 누구도 검찰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구속된 박모 씨의 변호인단으로 그의 구속적부심에 참여했던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은 박 씨가 '가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면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대재앙이 떠오른다"고 경고했다. 박정희 정권은 1975년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이 선고된 8명에 대해 재판 다음날 새벽 서둘러 사형을 집행했다. 32년 만인 지난 2007년 재심을 통해 모두 정권에 의해 조작됐으며, 무죄임이 입증됐다.
검찰이 '진짜' 미네르바를 찾아낼 수 없다면, 혹은 찾아낼 능력이 없다면, 내지는 찾아내도 공개하기 어렵다면, 현재 구속된 박 씨를 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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