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해 12월 정규직의 배치전환에 따라 비정규직 절반인 350명이 희망퇴직으로 일자리를 잃었고, 남은 사람은 월 120만 원 수준의 임금마저 받지 못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14일 "현재 12개 사내하청 업체에서 일하는 340명의 비정규직이 12월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금 지불 날짜는 매달 12일이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 임금 체불의 근본 원인이라 언제쯤 체불된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역시 지난해 12월 25일,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9일 체불된 임금을 받았다.
비정규지회는 "340여 명의 급여와 상여금을 다 합해도 고작 4억50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원청인 쌍용차는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비정규직의 생계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어음 발행 중지…비정규직 임금도 지급 중단
쌍용차 비정규직의 임금 체불 사태는 법정 관리 신청에 따라 어음 발행이 중지됐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12개 사내 하청 업체는 쌍용차로부터 어음을 받아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을 지급해 왔다.
어음 발행이 언제나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최소 한 달의 조사 기간이 걸릴 예정이다. 현재 쌍용차의 현금 보유액은 380억 원인데 보유현금도 재산보전처분 신청으로 법원 허가 없이는 사용 할 수 없는 상태다.
복기성 쌍용차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은 "사내하청 업체들은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언제 밀린 임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임금 체불이 원청인 쌍용차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당사자들은 "비정규직만 피해를 입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어음 발행이 어려우면 쌍용차가 현금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을 사내하청 업체에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사내하청 업체는 겉모습만 도급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을 뿐 쌍용차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일은 다 시켜놓고 월급만 못 주겠다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마저 내팽겨 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다른 협력 업체에도 어음 발행을 못하고 있는데 사내하청 업체만 현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며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 쌍용차 사태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주주 상하이차의 '먹튀(먹고 튀다)'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1차적인 피해는 역시 비정규직이 가장 크게 입고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14일 "현재 12개 사내하청 업체에서 일하는 340명의 비정규직이 12월 치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사내하청 업체 법인 통장 및 사장 재산 모두 가압류
임금 체불 뿐 아니라 이들 340여 명의 고용 자체도 불안한 상황이다.
현재 12개 사내하청 업체는 은행 거래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쌍용차가 발행한 어음의 부도를 걱정한 금융권은 이들 업체의 법인 통장과 사장 명의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는 4대 보험료조차 내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언제 도산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정규직노조와 배치전환에 합의하면서 비정규직 340여 명을 감원한 바 있다.
곳곳에서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 증폭
아직 임금 체불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의 비정규직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경우 버스와 트럭을 생산하는 전주 공장이 현재 주야간 맞교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주간으로 바꾸겠다는 회사 방침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전주 공장은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범 공장이다. 하지만 회사가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경기 악화를 이유로 내세워 주간에만 공장을 돌리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야간조에서 일하던 정규직이 모두 주간으로 옮겨져 400여 명의 비정규직의 고용이 위태로워진다.
GM대우 부평2공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사업부장은 "주야간 맞교대 시스템을 경제 위기를 틈타 주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비정규직에게만 경제 위기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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