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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차, '먹튀'도 이런 '먹튀'는 없었다"

쌍용차, 사상 초유의 사태…"정부와 검찰이 나서라"

"'먹(고)튀(는)' 외국 자본을 많이 봤지만, 상하이차 같은 곳은 없었다."

지난 9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 대주주 상하이차의 행보에 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노조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이 문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기술만 다 빼먹고 경영이 어려우니 쏙 빠져나가려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경제연구소,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등은 13일 서울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상하이차의 행각을 맹비난했다. "쌍용차에 파견된 상하이차 임원 뿐 아니라 중국 본사 임원진까지 형사 고발의 대상자 외연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던' 2년 전 경고의 추억

▲ 그 여름, 노조가 상하이차와 중국 정부를 비난했던 까닭은 하나였다.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경영 및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기술만 가지려 한다"는 얘기였다.노조는 전면 파업도 했고, 중국대사관 앞까지 수 백 명이 3보 1배를 하기도 했다.ⓒ프레시안
사실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고된 것이었다. 찬바람 속 울려퍼지는 이들의 목소리는 지난 2006년 8월, 같은 자리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노조가 상하이차와 중국 정부를 비난했던 까닭은 하나였다.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경영 및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기술만 가지려 한다"는 얘기였다.

해외 매각 자체를 반대했던 노조가 "매각에 실패하면 그것은 모두 노조 때문"이라는 정부의 공격에 무릎을 꿇은지 2년 만이었다. 노조는 전면 파업도 했고, 중국대사관 앞까지 수백 명이 3보 1배를 하기도 했다.

표면적인 계기는 상하이차가 약속과 달리 986명의 정리해고를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고용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행동이었지만, 노조의 시선은 986명보다 더 멀리 가 있었다. 'S-프로젝트'와 'L-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은 속속 빠져나가고, 그럴 경우 쌍용차는 상하이차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끝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였다.

노조는 상하이차가 인수 당시 했던 투자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 같은 우려의 근거로 내세웠다.

당시 많은 이들은 노조의 이 같은 우려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한 발 떨어져, 지나친 상상력에 따른 초조함의 발로 내지는 회사와의 힘겨루기를 위한 정치적 언어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채 못 된 2009년 1월, 노조의 상상력이 오히려 빈곤했음이 드러났다. 상하이차는 더 위에 있었다.

상하이차는 가질 것은 다 가진 뒤, "자산 가치 2조 원이 넘는 회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그것도 "채권단이 아닌 채무자, 경영의 일정한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사상 초유의 방법"을 통해서였다.

"채무자가 법정관리 신청? 취지에 안 맞고 사례도 없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뿐 아니라 각 시민사회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상하이차는 론스타 등 악질 투기자본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먹튀' 자본의 전형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유다.

이들은 쌍용차가 채권단도 아닌 대주주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대순 변호사(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장)는 "법정관리란 기업이 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부채를 상환받기 위해 채권자들이 신청하는 것인데, 상하이차처럼 대주주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경우는 국내외 어디에도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법정관리 대상이 되는지 여부도 논란 거리다. 쌍용차가 부도가 난 것도, 자본이 잠식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대순 변호사는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150% 부채율까지는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고 보는데 자산 가치 2조 원이 넘는데 부채 8200억 원은 괜찮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달리 말하면, 진짜 당장 문을 닫게 생겨 법정 관리를 신청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의 1차적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쌍용차의 자금 유동성 악화와 국내 은행권의 대출 기피 때문이다. 하지만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내놓는 대신 법정관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책임 회피용"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또 상하이차가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가 "먼저 투자하라"는 요구를 받고 선택한 법정관리행이라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

▲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3일 서울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하이차는 투자대비 이익을 이미 충분히 거뒀으므로 더 이상 운용 자금 부담을 피하고자 손을 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프레시안

"상하이차, 스스로 '먹튀' 범죄 행위 공표한 꼴"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상하이차는 투자대비 이익을 이미 충분히 거뒀으므로 더 이상 운용 자금 부담을 피하고자 손을 떼려는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상하이차가 인수 당시 협약 사항인 1조2000억의 투자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부채 8200억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며 심지어 "불법적으로" 쌍용차의 기술을 가져갔다는 데 있다. 상하이차는 기술 유출이 아니라 기술 이전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대순 변호사의 말은 달랐다.

"통상 신차개발비가 3000억 원에 달한다. 제품 성숙기가 아닌 연구개발 단계의 경우 기술 이전이라면 3~4배를 받고 팔아야 한다. 그런데 상하이차가 지급한 돈은 민망할 정도로 과소하다. 지금까지 상하이차가 가져간 기술을 제대로 환산하면 수조 원에 달한다."

이들이 "'먹튀'도 이런 '먹튀'는 없으며, 상하이차는 법정관리 신청으로 스스로 먹튀 자본임을 만천하에 공표한 꼴"이라고 핏대를 세우는 이유다. 이들은 중국 현지 고발을 통해서라도 상하이차 본사 임원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먹튀 행각' 뻔히 보면서 검찰·정부는 무엇을 했나?"

또 이들은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을 사실상 묵인 또는 방조한 정부 책임을 강조했다. 상하이차에 매각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이야 일단 덮어두더라도, 매각 이듬해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상하이차의 기술 유출 논란에서 대체 정부는 무엇을 했냐는 비판이다.

"기술이전계약서조차 체결되지 않고 기술이 빠져나갈 당시에도, 여론의 뭇매 때문에 쌍용차 측이 신차개발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이전료로 책정하고는 그조차 제대로 납입하지 않을 때조차 한국 정부는 어떤 조처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국책 사업이던 디젤 하이브리드카 기술에 대해 마땅히 거쳐야 할 정부 승인도 없이 불법 유출이 이뤄지는 데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검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2006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이 사건을 고발해 수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바로 잡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해 평택 쌍용차 공장을 압수수색 했지만 결과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은 "현행범이나 다름없는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을 검찰이 수수방관하며 직무유기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오리온전기의 끔찍한 사례 답습해선 안 된다"…정부의 답은?

이들은 정부와 산업은행을 향해 "긴급 자금 지원은 물론 장기적인 공장 경영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모두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정관리 후 또다시 투기자본에 매각됐다가 급기야 매각 6개월 만에 공장이 청산되고 1300여 명이 일시에 해고된 오리온전기의 끔찍한 사례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쌍용차 사태는 이미 평택 지역 경제와 250여 개 협력업체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어음 결제를 받지 못한 협력업체는 부품 공급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15일 간의 휴업에 이어 이날 다시 공장이 멈췄다. 이번 공장 가동 중단은 기한조차 확실치 않다.

쌍용차 부품협력사 대표들은 이날 대국회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번 일로 근근이 버텨 온 우리의 삶터가 순식간에 초토화될까 우려스럽다"며 국회 및 정부, 금융당국을 향해 "쌍용차 위기 극복을 위해 신중한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76%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한 노조도 상하이차를 상대로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공언했지만 정부를 향해서는 "대화로 풀고 싶다"고 했다.

"경제위기에 따라 기업의 부도 및 투기자본의 철수, 인수합병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쌍용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문제는 쌍용차 노동자 뿐 아니라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중대한 문제"라며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요구에 현 정부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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