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 들어맞는 공식을 좋아하는 신고전경제학에 기반 한 비용편익분석을 통해서도 경제성 없는 것으로 판명된 마당에 작금의 이명박 정부가 외고집을 부려 21세기에 대략 난감한 좀비를 부활시키는 것을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
소중한 지면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점을 일일이 복습할 만큼 지면낭비를 할 생각은 없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경제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몰려있는 경인운하 논의를 좀 더 확장시켜서 경인운하를 현 정세를 읽는 리트머스 종이로 삼고자 한다. 그러니까 정치와 경제가 각각 물신화되어 따로 노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닌 정치경제적 시각을 통해서 경인운하를 본다면 경인운하, 4대강 정비사업 나아가 이명박표 녹색뉴딜사업까지 정부의 몰지각한 공간정책을 추진하는 이유와 문제점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
지역이 빠져 있는 대운하와 경인운하 논쟁
지난 한반도 대운하 논쟁에서는 정작 운하가 건설될 지역에 대해서는 간과되었다. '한반도 대운하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공약이었고, 당선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중앙정부 주도로 대운하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는 주장이 상식적으로 통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당시 논쟁정치의 절반 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 지역에서의 논쟁정치도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논쟁은 총선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대립각으로 대운하를 내세우면서 대선 때보다 더 뜨거웠다. 그런데 지역으로 내려가면 당시 경부운하가 지나가는 경상도 지자체뿐만 아니라 전라도에서도 대운하 반대를 중앙당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주당의 지역후보들은 물론이고, 지자체와 일부 시민단체, 토호세력, 지역신문 등의 지역개발연대가 대운하 추진을 위해서 능동적인 활동을 펼쳤었다.
이런 지역의 간과는 경인운하 논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천 계양구가 지역구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총선 당시 한반도 대운하의 대표적인 비판자였다. 그러나 지역구 총선공약에서는 경인운하 건설추진을 전면에 내걸고 운하건설에 발 벗고 나선 인물이기도 하다.
▲ 송영길 의원 홈페이지 홍보자료. ⓒ프레시안 |
▲ 송 의원 홈페이지 4대강 정비사업 관련 설문조사란 ⓒ프레시안 |
결국 한반도 대운하 명칭을 포기하고, 현재 각 지역에서 각자의 고유의 지명을 앞에 붙이고, 'xxx뱃길복원사업', 'xxx물길잇기사업', '4대강 정비사업'식으로 추진되는 것은 한반도 대운하의 본질이 지역 주도의 운하를 밑그림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운하 추진의 주요 행위자였던 지역정치인을 보지 않고서는 현 개발논리의 본질을 읽을 수 없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운하추진을 선언적으로 나마 철회를 밝힌 직후였던 지난해 7월에 경인운하를 당 차원에서 찬성의사를 표명한 것은 민주당 또한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서 일언반구(一言半句) 언급하는 것조차 유구무언(有口無言)해야 한다. 이는 지난 참여정부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혁신도시, 연안권 특별법 등을 비롯한 각종 개발법을 뻥튀기하여 현재의 토건지향성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오래되지 않은 기억들을 떠올리면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토건지향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정말 코미디겠다.
지역개발연대라는 구조적 틀에서 볼 때 지역정치인으로서 지역의 이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역정치인은 제쳐두더라도 온 국민이 촛불집회를 통해서 가까스로 얻어낸 운하철회선언의 성과에 대해서 이를 번복한 민주당은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최소한 '조중동'을 제외한 대운하 계획을 비판적으로 다뤘던 언론매체들만큼은 조중동과 차이가 없는 경인운하의 경제성에 치중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지역의 맹점을 볼 수 없게 된다.
경인운하 사업추진은 경제적인 만큼이나 정치적인 사안이며, 정치경제적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에만 매몰된 현 보도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중앙정부의 비판과 동시에 경인운하 추진에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과 지역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다루어야만 실제 지역에서 어떻게 운하가 추진되고, 담론화가 되고 있는 지를 볼 수 있고, 왜 토건지향성을 띠게 되며, 종국적으로 경인운하 추진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촛불에 비춰질 그림자가 될 것인가?
국내 지역개발연대에 대한 학계 논의는 지역개발연대의 존재자체에 대해서도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례들(자유경제구역, 연안권특별법, 혁신도시 등)이 늘어남에 따라서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현상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현 보수양당체제하에서 지역유권자에 기반한 선거구제에서는 지역개발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체된 선거구제 개편 논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제2의 촛불집회뿐만 아니라 직접행동 또는 직접민주주의의 제도 민주주의와의 결합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가 필요하다. 자유주의 정치세력인 민주당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직접행동을 통한 압박은 현 정부와 여당뿐만 아니라 기존 보수양당체제의 한 축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긴장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만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현 선거구 체제에서 지역이해를 진정 반영하고자 했더라면 초고층 건물을 랜드마크로 세우거나, 대운하 사업 등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이명박식 사고를 넘어서 그 자신의 지역구에서부터 현 정부의 '녹색뉴딜'을 비판하는 대안으로서 삼는 교육, 사회 인프라 투자에 집중했어야 했다.
민주당이 '여당의 대항마'인 야당으로서 정치적 영민함을 국민에게 보여주고자 했다면 수도권 규제 철폐 직후 지방으로부터의 압박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가 차선책으로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서 수도권-지방 양극화 논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한 의도를 간파하고, 보다 본질적으로 담론상의 지역주의에 의거하기 보다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가령 수평적 지방재정조정 등을 통한 실질적인 지자체의 재정상태를 높여서 실익을 가져다 주는 정치거래의 협상력을 보여줬어야 했다.
현 이명박 정부의 무능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추진에서 무지함을 보여준 민주당이 앞으로도 보수양당체제에 눌러앉는 모습만을 보여준다면 현 신자유주의 정세에서 민주당 또한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촛불에 비춰질 그림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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