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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조선>, '미네르바=사기꾼' 여론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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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조선>, '미네르바=사기꾼' 여론몰이

[기자의 눈] 미네르바 잡아넣으면 경제가 살아나나?

경제논객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박 모 씨가 검찰에 체포됐다. 박 씨의 신상은 당초 알려진 미네르바의 그것과 다르다. 경제학을 전공하거나 외국 금융기관에 근무한 적이 없고,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제학과 관련 없는 전문대 학과를 나온 30대 남성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선 네티즌들의 진위논란이 한창이다. 언론들도 미네르바의 신상에 초점을 둔 기사를 앞 다퉈 내고 있다. 그 다음 걸음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조선닷컴'이 잘 보여준다. '사기꾼' 매도다.

발 빠른 <조선닷컴>은 '미네르바 죽이기'형 배치를 가동해 9일자 지면을 예고했다. 그 중 '미네르바, 영웅인가 사기꾼인가?'라는 기사에는 "지금까지 나온 검찰 얘기가 사실이라면 미네르바 신드롬은 한 무직자의 경제사기 행각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미네르바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미네르바가 해온 말에 대한 신뢰성이나 도덕성은 크게 의심받게 됐다"고 했다. "어두운 X파일 쏠림 현상이 바로 미네르바 신드롬"이라는 것이다.

ⓒ조선닷컴

검찰이 미네르바 체포를 알리며 유독 '신상 정보'를 시시콜콜 밝힌 건 이런 수순을 훤히 예상해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받던 한 네티즌이 알고 보니 자기 신상조차 속인 사기꾼이더라'는 허탈감 말이다. 여론의 역풍을 감안했을 검찰이 미네르바를 자신있게 체포한 건 그런 자신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고라'는 여전히 집단 이성의 힘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토론의 줄거리가 '검찰 발표를 못 믿겠다'는 식의 진위논란, 혹은 '전국민이 농락당했다'는 투의 신상 논란으로 흐를 조짐이 일자 냉정하게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는 글들이 빛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미네르바가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비판글을 쓰면 잡아간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체포된 미네르바가 진짜건 가짜건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그가 온라인상에서 밝혔던 신상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들은 그의 신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의견에 호응했던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것이 핵심이고 명쾌한 본질이다. 설득력 있는 논리와 현실에 부합하는 경제 진단으로 호응을 얻어 집단 이성의 원리를 가장 잘 보여준 누군가를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라는 죄명을 씌워 잡아갔다는 것. 앞으로 대대적인 여론 단속이 자행되리라는 것. 그리고 이는 민주주의와는 척을 진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명징하게 보여준다는 것.

공교롭게 미네르바 체포 소식이 알려진 8일은 모든 정부부처의 '경제중심주의'를 설파하고 다니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첫 번째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연 날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제2롯데월드 관련 의혹을 사자성어로 일축했다. '의심암귀(의심하면 마음속에 망상이 일어나 불안함)', '오비이락'.

미네르바의 체포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망상을 부르는 의심'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까마귀가 날 때마다 배가 떨어지면 의심을 사도 할 말이 없는 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미네르바를 잡아넣었다고 한국 경제가 갑자기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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