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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전' 성공한 민주당, '협상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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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전' 성공한 민주당, '협상전'에서는?

'여론 우위' 확신…"평화 협정으로 전환"

5일 오후 2시.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김형오 국회의장의 상견례 자리에 참석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번 '로텐더 전투'에서 안경을 하나 깨먹었다"고 김 의장에게 뼈 있는 인사말을 건넸고, 김 의장은 "이번 기회에 새로운 스타일로 하나 맞추라"고 눙쳤다.

김 의장이 "병자호란 때 주화파(主和派)와 주전파(主戰派)의 싸움 속에 국회의장이 휘말려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대화 정치가 복원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하고, 원 원내대표도 "이 자리가 여야가 힘을 합치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뒤늦게 도착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인사와 악수만을 나눈 채 자리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모두 발언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아 김 의장과 원 원내대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더 돋보였다.


▲ 5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김형오 국회의장 주최로 열린 국회의장-여야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국회 사무처의 '질서회복' 진압 작전을 버텨내고 김 의장의 사실상의 "직권상정 포기" 약속까지 받아낸 민주당의 여유로움이 한층 더 살아났다. '상임위·본회의장 선점'이라는 초강수 전략에 이어 '로텐더홀 농성 자진 해제'라는 전략적 유연성까지 발휘하는 등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그동안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삼가며 화살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내 강경파에게 집중시켜왔던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최근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판단, 당분간 강온 전략을 번갈아 구사하며 정국 주도권 지키기에 주력할 전망이다.

민주, '점거 투쟁' 지지도 상승 확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주말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이 30.5%, 민주당이 24.3%로 양당의 격차가 6.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성 대변인은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격차에 비해 가장 적은 격차로 좁혀졌다"며 "MB 악법을 완전히 포기시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방침을 좌절시킨 것은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최 대변인은 "민주당의 '점거 농성'에 대해서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1.7%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 38.9%에 비해 높다"고 전했다. 최 대변인은 "지난 두 번의 조사에서는 48% 대 49% 였다"며 "민주당 투쟁방식에 대해 지지하는 여론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화자동응답(ARS.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 표본오차 95%, 신뢰구간 ±3.1%) 방식에 의한 것이고 민주당 자체조사라는 점에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민주당 상승, 한나라당 하락의 추세만큼은 분명하다는 자신감이 민주당에선 역력하게 읽힌다.

본회의장 '동고동락' 결속력 높아져

무엇보다 그동안 정체성이나 투쟁 노선을 두고 벌어지던 당내 갈등이 수그러든 점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일부 협상 전략에 대해 지도부간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투쟁 방식과 방향에 대해서는 흐트러짐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의 입지도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한 초선 의원은 "그동안 의원들끼리 서먹했던 점이 있었는데, 이번에 일주일이 넘게 동고동락하면서 매우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며 "그동안 당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에 자괴감을 느꼈던 것도 크지만, 휴대전화 등을 통해 외부의 많은 격려를 받으며 자신감도 많이 회복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안 흑산도에서는 홍어를, 무안에서는 낙지를, 정읍에서는 추어탕을, 천안에서는 호두과자를 강릉에서는 오징어를 보내는 등 각지 특산품 선물이 쇄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개혁진영 '큰형님' 입지 발판 마련

그동안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던 민주당이 진보개혁진영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다소 성급한 분석도 있다. 이번 점거 농성에서 미디어 관련법을 매개로 언론노조와 공동 전선을 펴며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점이 큰 수확으로 평가된다.

특히 진보적 시민사회진영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적어도 '큰 소리 칠'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민주당 정세균 지도부의 발걸음에 더욱 자신감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번 입법전쟁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에 선명성 부분까지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전평이 나올 정도다.

다만 아직 완전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 8일 임시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5일부터 실시되는 여야의 '막판 담판'이 남아 있다. 이번 협상에서는 100% 만족은 못해도 80% 정도의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 ⓒ연합뉴스

'수성전' 이후 '협상전'에서도 우위 점할까

'본회의장 점거'라는 전술적 우위를 점한 뒤 협상에 임했지만, 다음 임시국회에서도 이와 같은 전략을 똑같이 구사하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협상을 통해 여당을 얼마나 굴복시킬 수 있느냐하는 진짜 어려운 싸움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날 최재성 대변인은 "적어도 국민의 여론이 있는 한 무리하게 추진하다 좌절된 법안을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어느 정당이 상대 당에게 앞으로도 영원히 하지 말라고 항복문서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MB 악법에 대해 8일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민이 원하는 법만 하자는 평화협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이 원하는 법을 하자는 포지티브한 평화협정으로 여야가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지금까지는 '야성 회복'이라는 무력을 앞세운 '수성전'(守城戰)이 주 전략이었다면, 앞으로는 성에서 나와 '여론전'을 바탕으로 한 협상전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거대 여당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전술 대전환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혹은 자멸의 길이 되는 것은 아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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