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헌재는 '반(反) 노동'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코드에 맞춰 6급 공무원과 소방직 공무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정책 관련 사안은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 사안이 아니라고도 판단했다.
정용해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마저 외면하고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판단을 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공무원노조는 "가입 범위 문제는 심지어 과거 행정자치부마저 개정을 검토할 정도로 공공연한 문제였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과거 공무원을 정권의 시녀로 옭아매어 온 사고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헌재 "소방공무원‧근로감독관‧업무총괄자인 6급 공무원 노조 가입 안 된다"
헌재는 이날 전공노 등 공무원단체들이 낸 위헌 소송 5건을 모두 기각 결정했다. 6급 공무원 가운데서도 '지휘감독권 행사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 및 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과 조사관 등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한 현행법 역시 마찬가지 결정이 나왔다. "업무의 공공성 및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헌재는 이날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내용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공무원노조법의 단서조항에 대해서도 "합리적 근거 없이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6년 시행된 공무원노조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성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헌재는 '반(反) 노동'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코드에 맞춰 6급 공무원과 소방직 공무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정책 관련 사안은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 사안이 아니라고도 판단했다.ⓒ뉴시스 |
6급 조합원에 대한 일괄 '노조 탈퇴 지침' 내려질 듯
6급 공무원의 노조 가입 여부는 공무원 노사관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다. 현재 공무원노조법에 따르면 가입 범위와 관련해 6급 이하의 일반직 공무원 및 특정직‧별정직 가운데 6급 이하의 일반직 공무원에 상당하는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또 단서조항으로 "다른 공무원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거나 다른 공무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6급 가운데서도 일부의 경우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6급 공무원이 경력 30년 이상으로, 이 단서조항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법률사무소 FIDES의 맹주천 변호사는 "대부분의 6급 공무원이 팀장 혹은 과장이나 과장대리여서 단서조항을 걸고넘어지면 노조 가입 금지 대상이 아닌 사람이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들의 노조 활동을 놓고 현장에서는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 왔다. 지난 8월 송파구청에서도 6급인 조합원 전원에게 노조 탈퇴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헌재의 판단으로 6급 공무원의 노조 활동에 대한 탄압은 대대적으로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3~4만 명에 해당하는 6급 공무원 가운데 80~90%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의 노조에 가입하고 있는데, 정부의 일괄 탈퇴 지침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헌재가 공무원노조 고사 작전에 나섰다"
헌재가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소방공무원의 단결권 보장과 관련해서도 정부 입장을 들어줌으로써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도 상당 기간 어려워졌다.
더불어 지난 10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소방관들도 모여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발의한 6급 이하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또 이미 노조에 가입했더라도 보직이 근로감독관이나 조사관으로 변경될 경우 노조를 탈퇴해야만 하는 일도 앞으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맹주천 변호사가 "이번 헌재 결정은 공무원노조를 고사시키려는 것"이라며 비판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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