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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해직한 청운초, "경찰에게 '감사 편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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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사 해직한 청운초, "경찰에게 '감사 편지' 써라"

서울 백암고에선 일제고사 거부 운동 학생에게 퇴학 협박

일제고사 대신 체험 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7명의 교사를 해임·파면한 학교 중 하나인 서울 청운초등학교가 지난 23일 전교생들로 하여금 해임 교사의 출근을 막았던 경찰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를 쓰게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해직 교사를 만날 수 없도록 하고 상황을 호도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인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이밖에 한 고등학교에서는 일제고사 거부 활동을 벌여온 학생에게 퇴학시키겠다고 말한 뒤 징계 위원회를 소집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게 '감사 편지 쓰기'…학생·학부모 '황당'

해임 당한 김윤주 교사가 재직한 서울 종로 청운초등학교에서는 23일 전교생에게 경찰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를 쓰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운초에서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김윤주 교사의 출근을 막으려 교문에 방패를 든 경찰들을 등굣길에 배치한 바 있다. 또 마지막 수업을 하고 학교를 나서는 김 교사를 학생들이 배웅하려 하자 이 학교 교장은 경찰을 동원해 학생을 물리적으로 막았다.

이 학교 5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이가 겪고 있는 현실과 전혀 다르게 '감사의 편지'를 쓰라고 했다고 들어서 너무 황당했다"고 전했다. 이 학부모는 "우리 아이를 비롯해 주변 친구들도 대개 반어법을 사용하거나 직설적으로 경찰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고 한다"며 "비상식적인 교육에 울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에게 편지를 쓰는 수업은 사회단체 '감사 편지 쓰기 운동'이 종로 일대 초등학교와 연계해 주최하는 행사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운초 모 교사는 "학교 측이 무리하게 강요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 반에서도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 편지를 써보게 했다"며 "그런데 학생들이 너무 많이 욕을 해서 차마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국민을 공격하냐'는 비판부터 시작해서 '절대 믿지 못할 경찰이다', '우리 선생님 돌려주세요' 등의 글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청운초는 지난 20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가정통신문을 보내 일제고사가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고,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강제할 수 없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청운초 교장은 "일제고사 평가일에 체험학습을 허용하는 것은 합법적인 평가를 실질적으로 무력화 시킬 뿐만 아니라, 소중한 평가 기회를 놓치게 한다"며 "국가공무원인 교사는 동 평가시행지침을 성실하게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19일 청운초 김윤주 교사가 마지막 수업을 하러 출근한 날, 학교 측은 경찰을 불러 학생들의 등굣길에 배치했다. ⓒ프레시안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 조심하라"…교사 단속

역시 해임 당한 설은주 교사가 있는 강북 유현초등학교에서는 교장과 교감이 설 교사의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돌리지 못하게 하고, 학생들이 탄원서를 받지 못하도록 지도했다.

이 학교 모 교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설은주 교사가 해임 통보서를 받은 뒤 학교 측은 비상 교사회의를 열고 "'공무원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 '애들을 자꾸 피켓시위에 동원하고 있다', '이것은 철저히 비교육적 행위'"라고 훈계하며 교사들을 단속했다. 또 업무소식지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에 책임이 가해지는 경우 조심하기(말, 행동)', '결재 또는 서명 날인은 철저한 자기 책임 범위임', '정부는 복지부동의 자세' 등의 내용을 통해 교사들이 탄원서 서명을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지난 22일에는 설 교사의 반 학부모들이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서 탄원서를 돌리려 하자 학교 측은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학생들의 하교지도를 지시하면서 유인물을 받지 못하도록 지도했다. 이 학교 교사는 "징계 상황을 알리는 피켓 시위조차 하지 못하도록 교사와 학생 모두 억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역시 유현초 교장은 지난 22일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요즘 어린이들이 등교하는 시간대에 학교 앞 스쿨존 내에서 정당인, 시민단체, 노조원들의 시위도 있다"며 "이러한 일은 어린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좋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까 매우 걱정된다"고 적었다. 이 학교는 "또 학부모 단체나 개인 자격으로 가정에 통신문이 전달되고, 거절하기 민망하게 부탁드리는 내용의 글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학부모님도 계시다"며 "이러한 일체의 통신문은 학교의 방침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강조했다.

문 걸어잠근 학교…"선생님이 살인마도 아니고, 죄수도 아닌데…"

해임당한 최혜원 교사가 있는 길동초등학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8일 이후 이 학교는 출근 투쟁을 하는 최 교사를 막고 학생들이 최 교사를 만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을 불렀으며 중앙현관을 뺀 나머지의 문을 모두 자물쇠와 철조망으로 잠궜다. 최 교사네 반 학생들은 학교 교사들이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조차 교실 출입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최혜원 교사의 학급의 한 학생은 "면회하러 온 감옥도 아닌데 후문까지 합해서 6개의 문을 잠궈 버리는 것은 너무 당황스러웠고 피해를 본 다른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며 "담임 선생님이 들어 오실까봐 문을 다 잠궈버렸는데 저희 선생님이 살인마도 아니고, 죄수도 아니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다른 학생들도 "이게 학교인가 감옥이지", "이런 학교가 모교라는 것이 민망하고 부끄럽다", "경찰을 부르고 감금하는 건 교장선생님이 (학교 이름에) 먹칠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해직 교사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고 인권운동사랑방, 문화연대, 일제고사에반대하는청소년모임Say-no 등 16개 청소년·인권단체는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이들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인권에 대한 탄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또 체험학습, 시험거부, 등교거부 등 학생의 자발적 행동에 대해 어떠한 징계나 불이익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제고사 반대해서 퇴학시키겠다는 학교"

서울의 한 학교가 일제고사 거부 운동을 벌이는 청소년에게 퇴학을 운운하며 반대 운동을 하지 말 것을 종용해 인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 백암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정재호 학생은 "지난 10월 거리에서 일제고사 반대 유인물을 돌리던 중에 학교 선생님과 마주쳤다"며 "학교에서는 나에게 '또 일제고사 반대 운동을 계속 할 때는 퇴학을 시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학생은 지난 19일에도 학교 앞에서 홍보 활동을 하다가 담임 교사의 눈에 띄었다. 정 학생은 학교 측이 '일제고사 반대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라'고 요구했지만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 날 그는 학생부에서 '일제고사 반대 활동에 대해 반성을 할 것이 없다'는 내용으로 진술서를 썼다.

정 학생은 23일에도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의미에서 등교를 거부했다. 그는 "조퇴 허락을 받고 나오려 했지만, 담임 선생님이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수 있다며 조퇴를 시켜주지 않아 그냥 나왔다"며 "내게 부당한 징계가 내려지더라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학생의 징계와 관련해 학교 측 및 담당 교사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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