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일제고사가 끝나자 경찰은 곧바로 촛불 문화제 원천 봉쇄에 나섰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7명의 교사가 파면·해임을 통보받은 지난 11일 이후 이곳에서 매일 열리던 촛불 문화제였다.
2차선 좁은 도로의 1개 차선을 수십 대의 버스를 동원해 촘촘히 막은 경찰은 촛불을 들고 모여 서있는 50여 명의 시민에게 해산을 명령했다. 해직 교사, 학생, 학부모 등으로 이뤄진 참가자들은 1시간여 동안 문화제를 계속하다 해산했다.
▲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진 일제고사가 지난 23일 끝났다. 경찰은 시험이 끝나자 곧바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매일 같이 열리던 촛불 문화제를 봉쇄하고 나섰다. 해직 교사들이 경찰 버스 뒤에 막힌 농성장 안에서 촛불을 밝히자 경찰은 이마저도 곧 병력으로 둘러쌌다. ⓒ프레시안 |
"일자 쓰기, 백지 내기…학생들이 더 용감하더라"
"명박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명문대인지 지방대인지, 일제고사로 알고 계신대."
"전경 사이로 촛불을 들고 (…) 이명박, 공정택 모두 들어라. 일제고사 중단하고 징계 철회해."
이날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인권활동가들은 캐롤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일제고사와 교사를 징계한 교육 당국을 비판했다.
그러자 경찰은 "여러분은 촛불 문화제 행사를 이용해 구호를 제창하고 투쟁가를 부르는 등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자진 해산을 명령했다. 경찰은 3~4명의 참가자들이 자리가 없어 차도 쪽에 서 있자 "도로교통법에 위반되는 차도 점거"라며 "채증이 되어 있으니 차후에 법의 심판을 받게 돼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경찰이 일제고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눈치를 살피면서, 일제고사가 끝나니까 곧바로 시민과 촛불 탄압에 나섰다"며 "집회의 자유를 정치적인 판단으로 억압하는 경찰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 전쟁도 잠시 멈춘다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시교육청 앞은 여전히 '전쟁터'였다. 경찰은 수십 대의 버스를 동원해 촛불 문화제를 원천 봉쇄했다. ⓒ프레시안 |
한편,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한 중학교 교사는 "어제 일제고사를 본 우리 학교 학생들이 어른보다 더 용감하게 자기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해줬다. 답안지에 일자로 쓰기, 백지 내기, 'KIN' 쓰기 등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수업을 맡은 학생 중 3명이 부모님 동의 아래 무단 결석을 했고, 많은 학생들이 그 외에도 체험학습을 가진 못해도 무단 결석을 하거나 병결 등을 자발적으로 신청에 시험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날 해직된 교사 7명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과학기술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사실 관계마저 파악하지 못한 서울시교육청 일반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요구했다.
전교조는 "정부의 무리한 일제고사 강행에 맞서 내년 3월에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질 일제고사에도 계속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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