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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운동, 과연 엄마에게 좋을까?"

[하리하라의 '육아일기'] 임산부와 운동

2007년 5월 2일

안녕, 별아. 별이는 이제 19주째 들어섰어. 이제 입덧도 완전히 끝났고, 아직은 배가 그리 많이 부르지 않아서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어. 오늘은 엄마가 별이랑 처음으로 임산부 요가 클래스에 참석한 날이야. 임신 초기에는 별이가 무사히 엄마 뱃속에 자리 잡기만을 바랐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는데, 임신 중기에 들어서니 슬슬 출산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어.

비록 임신은 자연적인 순리대로 할 수 없었지만, 출산만큼은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거든. 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날 준비가 다 되었을 때, 자연이 인간에게 허용한 방식으로 별이를 만나고 싶었어. 그래서 엄마가 선택한 것이 임산부를 위한 운동이었어. 임산부가 운동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자연분만으로 순산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해서 말이야.


임신 19주에는…

별이의 변화 : 이제 별이의 키는 20센티미터가 넘었고 몸무게도 300그램 정도로 늘었어. 이제 팔다리에 근육도 제법 붙었고 팔다리의 움직임도 커졌어. 대개 이 시기면 태동을 느낀다고 하는데, 사실 별이는 이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너무 작았고 자궁 속에 공간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느끼지 못했지. 이 시기가 되면 팔다리 뿐 아니라 얼굴 근육도 움직일 수 있게 되어 표정도 지을 수 있대. 별이는 지금 엄마 뱃속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엄마의 변화 : 엄마는 이 기에 처음 별이의 태동을 느꼈어. 막연하게 태동이라고 하면 발로 배를 뻥뻥 차는 듯한 느낌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뽀글뽀글 물방울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 작은 물고기가 간질이는 듯한 느낌이 태동인줄 처음에는 미처 몰랐어. 하지만 한 번 이런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하루에도 몇 번씩 뱃속에서 물고기가 노닐더구나. 양수 속에서 놀고 있는 예쁜 물고기, 우리 별이였어.

오늘의 이야기 : 임산부와 운동

어떤 이들은 임신을 하게 되면 보통 '몸조심'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활동 범위를 크게 제한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신 중에도 몸무게가 과도하게 불어나는 것을 경계하는 풍조와 자연분만에 대한 열망으로 임신 중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도 별이를 가졌을 때, 임신 19주부터 40주까지 주 3회 임산부 요가를 했고, 임신성 당뇨 위험성을 경고 받은 이후에는 강도를 높여 요가와 함께 아쿠아로빅까지 병행했었다. 그런데 과연 임산부가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이나 다른 기타의 요건들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많은 논문들이 임산부들의 '적절한 운동'을 권유하고 있다. 임산부들이 적절한 운동을 하게 되면 이상적인 체중과 혈압, 혈당 유지에 도움을 주고, 요통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피로감과 나른함을 경감시키고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며, 당뇨의 예방 및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임산부들에게 운동이 권유되는 것만은 아니다. 원래부터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었거나, 조기진통 및 자궁경부 출혈, 혹은 다태아 임신의 경우에는 운동이 크게 권장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는 모체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 40주의 정해진 주수를 채우는 것이 운동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임신 시 운동이 고려 대상이 되는 것은 임신과 운동이 모두 여성의 신체에 있어서 일종의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임신과 운동의 공통점은 둘 다 비임신과 휴식 시에 비해 신체의 에너지 소비량 및 소비 형태,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즉, 운동을 하게 되면 휴식기에 비해 호흡량이 많아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혈액 순환이 가속화되고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처럼, 임신을 하게 되면 비임신 시에 비해 호흡, 혈압, 혈액 순환, 에너지 소비 상황 등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임신 주수가 많아질수록 혈압이 높아지고, 자궁이 가슴까지 누르게 되어 호흡이 가빠진다. 즉, 신체는 임신 전에 비해 어느 정도 부담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다시 운동까지 더해지면 변수가 많이 생겨날 수 있다.

▲ 임신 합병증이 없다면, 유산이나 조산 징후가 없다면 운동을 하는 것이 임산부에게 크게 나쁘지는 않다. ⓒcafe.naver.com/kapa4646/23582

임신 중 운동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첫 번째 변화는 혈당의 변화이다. 운동은 보통 혈당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임산부의 경우, 이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원래 임신 기간 중에는 혈당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기 마련이다. 태아는 엄마로부터 모든 영양분과 에너지원을 받아서 성장하는데, 임신 중에는 모체 뿐 아니라 태아도 엄마의 혈액 속의 당을 가져가기 때문에 혈당의 변화가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태아는 더 많은 에너지원을 가져가기 위해 엄마의 혈액 속 당 함유량을 높여주는 호르몬을 방출하고, 모체는 지나친 혈당 상승을 막기 위해 반응하기 때문에 혈당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임신 중에 당뇨 증상이 비임신 시에 비해 더 많이 나타나는 것도 혈당을 두고 엄마와 아기가 벌이는 줄다리기로 인해 모체의 혈당 조절 기능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산부가 임신성 당뇨 증세를 나타내는 경우,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임신 중 모체의 에너지원 사용 시스템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1차적인 에너지원은 혈액 속의 당이다. 운동을 하게 되면 혈당이 빨리 고갈되기 때문에, 신체는 간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을 당으로 바꾸어 혈당을 높이기도 하고, 또 다른 에너지원인 지방의 혈중 함유량을 늘려 부족한 에너지원을 보충하고자 한다. 따라서 보통 강도로 일정 시간 이상 운동을 하게 되면, 혈액 중에 지방 성분의 비율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는 운동으로 인해 추가로 소모되는 열량을 보충하기 위한 에너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보통의 경우에는 운동을 하게 되면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므로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임산부의 경우에는 운동 시에도 에너지 생산 연료로 지방이 아니라, 당을 이용한다. 따라서 임산부의 경우, 운동으로 인한 혈당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임신성 당뇨증상이 있는 임산부들에게 운동요법이 좋은 처방이 되는 것이다. 임신 중에 왜 운동 시 사용되는 에너지원의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는 태아와 모체의 생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신체가 가능하면 충분한 에너지원을 저장하고자 본능적으로 보수적인 에너지원 사용 시스템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임산부에게 운동은 혈당을 감소시키는 기능이 뛰어나 임신성 당뇨에는 좋지만, 임산부는 두 사람 몫의 생존을 감당하기 위해서 일정량 이상의 혈당을 반드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지나친 혈당 감소는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따라서 이 시기의 운동은 순간적인 순발력이나 강한 힘을 요구하는 운동은 좋지 않으며, 요가나 걷기, 수중 운동 등 운동 강도 중등 정도의 운동을 선택하고,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중간중간 휴식과 열량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임신 중 운동에서 일어나는 변화 중 하나는 체온 조절 능력이다. 사람은 '항온동물'의 일종답게 항상 일정한 수준의 체온을 유지한다. 체온 조절은 생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인체를 구성하는 주요성분은 단백질인데 이들은 열에 매우 민감한 특성을 지닌다. 특히나 활발하게 발달 중인 태아에게 있어 체온의 변화, 특히나 체온의 상승은 해로울 수 있다. 동물 실험에서 임신 초기 모체에 고열이 있으면, 배아의 세포분열에 영향을 미쳐 기형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임신 후기라고 해서 열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임신 후기에 모체가 열이 나면, 자궁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해서 태아의 성장 장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산부는 특히나 체온 조절에 신경 써야 하는데, 과도한 운동으로 체온이 올라가도 태아는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체온 상승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걷기와 스트레칭 같은 운동들은 장시간 지속해도 태아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담이지만, 임산부들 중에는 '약'에 대한 공포가 지나쳐 임신 중 감기나 기타 질병으로 인해 열이 나더라도 해열제를 먹지 않고 버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해열제 한 알보다 고열이 태아에게 더욱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산부인과 의사의 처방을 받고 임산부들에게 안전하다고 판명된 해열제를 적절히 사용해 열을 떨어뜨리는 것이 오히려 엄마와 아기가 덜 고생하는 방법이다.

자료를 조사하다보니 결론적으로는 임신 합병증이 없다면, 유산이나 조산 징후가 없다면 운동을 하는 것이 임산부에게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체중 조절 욕심이 지나쳐 운동의 강도가 높아지거나, 계속 서 있어야 하거나 반복적인 관절의 움직임을 요구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는 임산부들의 경우 분만 시기가 앞당겨지고 저체중아 분만 경향을 보인다고 하니 강도의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출산이 늦어지는 경우, 혹은 태아가 지나치게 자라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 운동의 강도를 약간 높이는 것이 원활한 분만과 적절한 태아 성장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별이는 시험관 냉동이식으로 임신했다는 것 외에 이제 필자에게는 유산의 징후도 없고, 빈혈이나 심혈관계 질환도 없으며, 임신 이전부터 운동을 했었기 때문에 임신 중에 지속적인 운동을 해도 괜찮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했었고, 운동을 해서인지 몰라도 훗날 별이의 출산은 매우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또한 개인적으로 임산부들에게 있어 경험상 임신 중 운동은 체중 조절 문제 뿐 아니,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쉽게 우울해지기 쉬운 임산부의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서 건강한 보통의 임산부들에게 운동은 매우 권하고 싶은 임신 중의 생활 습관이다.

참고 문헌

문정화, '임신한 당뇨병 환자의 운동', <임상당뇨병> 제7권 제4호, 2006년.
서주영 외, '대구 지역 임신부의 규칙적인 운동이 영양 섭취 및 임신 결과에 미치는 영향', <한국영양학회지> 제34권 제8호, 2001년.
이영, '운동과 임신(Exercise and Pregnancy)', 제33차 대한산부인과학회 연수 강좌.
전선혜, '임산부의 운동 경험이 요통 및 분만 자신감에 미치는 영향', 한국여성체육학회지 제 22권 제 2호,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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