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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비준안 상정 초읽기…국회 외통위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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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비준안 상정 초읽기…국회 외통위 '전쟁터'

여야, 비준안 대치 절정… '실력 충돌'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18일 오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키로 한 가운데, 회의장 앞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대치 상황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외통위에 대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한나라당은 전날부터 소속 의원과 보좌관들을 회의장에 배치해 '사수' 작전에 돌입했다. 18일에도 새벽부터 일부 의원들을 회의장 안에 들여보내 야당의 의장석 점거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일인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실 앞에서 민주당 강기정.백원우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출입을 저지당하자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외통위 박진 위원장이 회의장에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급파했으나 박 위원장은 이미 집을 비운 상태였고, 이날 오전 8시 의원총회를 소집하자마자 총회는 생략한 채 곧바로 4층 외통위 회의장으로 몰려가 항의하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원혜영 원내대표와 의원 및 당직자 150여 명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가세해 거칠게 항의하며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지만, 한나라당 보좌관들과 국회 경위들의 '원천봉쇄'를 뚫진 못했다.

AM 10:30 국회의사당 4층 외통위 회의장 앞 풍경

찌그러진 넥타이 핀, 허리띠가 굴러다녔다.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 당직자, 보좌진 50여 명이 뒤엉켜 외통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씨름을 벌였다. 한나라당이 회의장 문을 사수하는 와중에 민주당이 뭉쳐 '밀어내기'를 시도했다.

한나라당 정양석, 김정권 의원 등이 문을 지키고 민주당 강기정, 최재성, 조정식, 이춘석, 서갑원 의원 등이 대치했다. 한나라당 황진하, 권영세 의원 등 외통위 위원 4~5명은 회의장 안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안간 한나라당 '2진'이 민주당의 후미를 치며 몸싸움이 고조됐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한나라당 보좌진을 거칠게 밀었다. 누군가 물을 흩뿌렸다. 격한 말들이 튀어나왔다.

"의원은 건드리지 마 XX야", "먼저 건드린 게 누군데"라며 '피아'를 구분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욕설도 튀어나왔다. 서갑원 의원은 "거칠게 하지 맙시다"라며 상기된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했다. 30여 분간 벌어지던 몸싸움은 민주당이 연좌 농성에 들어가며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원천봉쇄'는 질서유지권 국회법 위반"

민주당은 "질서유지권은 회의가 개시된 이후에 발동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회의 시작도 전에 문을 걸어 잠그고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항의했다. 이종걸 의원 등은 '국회법 위반'을 항의하기 위해 김형오 의장실을 찾았지만 김 의장도 '부재 중'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질서유지권의 행사요건에 대해 "의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발언하는 경우(제99조), 발언이 의제 외에 미치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하는 경우(제102조), 발언제한시간을 초과해 발언하는 경우(제104, 105, 제122조 등),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해 발언하는 경우(제146조), 폭력을 행사하거나 회의 중 함부로 발언 또는 소란한 행위를 해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하는 경우(제147조), 회의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을 반입한 경우(제147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질서유지권은 문란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제지, 발언금지, 퇴장을 명하는 것"이라며 "문을 걸어 잠그고 원천봉쇄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선진·민노 의원 44명 "상임위 재논의" 촉구

▲ '한미 FTA 졸속 비준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 ⓒ프레시안
또한 여당 의원들은 한 명도 없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의원들 44명으로 결성된 '한미 FTA 졸속 비준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을 즉각 철회하고 한미 FTA 산업별경제효과에 대해 모든 상임위에서 재검증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여당의 일방적인 한미 FTA 밀어붙이기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의 '소신발언'을 촉구했고, 김종률 의원은 "한미 FTA 졸속비준은 쇠고기 졸속협상에 따른 촛불시위처럼 제2의 대미 굴욕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명운을 재촉하는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인 류근찬 의원은 "노무현 정권이 119조 원 투·융자의 농촌대책을 발표한 것이 아직까지 거의 유일한 한미 FTA 대책"이라며 "야당 시절 그렇게 아마추어다 좌파다 매도하던 한나라당과 유능하고 보수적인이라는 이명박 정부는 자기의 철학이 담긴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류 정책위의장은 "이번 상정은 농업과 농민을 무시한 폭거"라며 "전국민의 힘을 모아 비준 동의안 상정을 기필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민주당은 18일 오전 해머 등으로 외통위 회의장 문을 뜯어냈으나 회의장 안쪽에서 소파와 책상 등의 집기를 통해 입구를 완전 봉쇄함에 따라 회의장 진입에 실패한 민주당 의원들이 입구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
'실력과시' vs '실력저지'…임시국회 기싸움 전초전

한편 이번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이 향후 임시국회 여야의 기싸움의 승패를 가를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이미 '전쟁'을 선포한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필요한 법안은 질서유지권 발동을 통해서라도 처리하겠다"는 '실력 과시' 용으로 한미 FTA 비준안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한나라당이 이번 비준안 처리에 성공할 경우 다른 'MB 법안'들 처리도 탄력을 가할 수 있다.

반면 사실상 임시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민주당으로서는 '실력 저지'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당력을 이번 비준안 저지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여기(상임위)서 밀리면 본회의에서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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