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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평? 일찌감치 꿈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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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평? 일찌감치 꿈 깨라

[김종배의 it] 고위공직자 '걸러내기'에 숨은 'MB본색'

공무원에게도 영혼이 있는가 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11명이 사표를 낸 데 대해 여권에서 말한단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맞지 않는 공직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인적 개편이 시작됐다"며 당연시 한단다. 1급 공직자 가운데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사람들이니까 솎아내야 한다는 말이 여권 내에서 공공연히 나돈단다.

그럴 수 있다. 길어봐야 5년이다. 헌법이 부여한 이 기간 내에 국정 성과를 내려면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고 비전을 함께 하는 공무원들의 견마지로는 필수적이다. '코드'에 기우는 대통령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해한다. 야당 생활 10년 하는 바람에 인재를 모으지 못했다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주장을 이해한다. 경우에 따라 한정된 인적 자원을 갖고 돌려막기를 해야 하는 현실 또한 이해한다.

근데 좀 어색하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렇게 추진하면서도 겸연쩍어 하지 않는 여권의 태도가 지켜보는 사람조차 민망하게 만든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사를 할라치면 한나라당이 비난을 퍼붓곤 했다. '코드·보은·회전문' 레퍼토리를 앞세워 융단폭격을 가하곤 했다.
▲ ⓒ청와대

이 행태를 답습한다. 자신들이 그렇게 욕했던 '코드·보은·회전문' 인사를 리메이크 한다.

1급 공직자 솎아내기 말고도 사례는 많다. 내각은 '고소영'으로 채웠고 공공기관엔 '낙하산'을 투하했다. 그 뿐인가. 지난 10일엔 국가 건축정책을 관장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에 뇌물수수죄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은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을 앉혔다.

'코드'와 '보은'은 이미 마침표를 찍었다. 남은 건 '회전문'인데 이 또한 조만간 기정사실이 될지 모르겠다.

'한겨레'가 보도했다. 사의를 표명한 우형식 교과부 차관 후임으로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입성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한겨레'가 '설'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만큼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무튼 이 '설'이 현실이 되면 완성된다. '회전문'도 가동되기 시작한다.

그만 하자. '뿌린 만큼 거둔다'는 자연법칙을 환기시키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른 점을 짚자. '코드·보은·회전문'의 대척점에 서 있는 '탕평'의 향배다.

여권 일각에서 그랬다. 개각을 단행할 때 통합형 인사를 해야 한다고, 이전 정부에서 기용됐던 사람이라도 능력이 있다면 갖다 쓰고, 박근혜계 인사들도 입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능성이 있을까? 별로 없다. 가능성 이전에 의미가 별로 없다. 가능성이 현실화 된다 해도 '탕평'은 포장지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여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해석하면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무늬만 탕평'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댈 수 있다.

지금 내각은 '친위' 내각이다. 'MB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짠 내각이다. 이런 내각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코드가 다른 고위 공직자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주장에서 추출할 수 있다. 장관은 그리 중요치 않다는 사실을, 정책을 직접 입안하고 집행을 몸소 관장하는 공직자들의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추출할 수 있다. 더불어 추론할 수 있다. 고위 공직자를 '코드'에 맞게 도열시키면 장관이 누가 되든 국정 방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너무 일방적인 분석일까? 청와대가 고위공직자 걸러내기는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했으니까 그것을 갖고 '무늬만 탕평'을 도출하는 건 너무 일방적인 걸까?

그럼 이 점에 눈을 돌리자. 대통령은 '속도'를 주문하고, 한나라당 대표는 '돌파'를 천명하고, 같은 당의 원내대표는 '전쟁'을 선포한다. 국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그렇게 하겠노라고 다짐한다.

이미 전제돼 있다. 드라이브를 걸려는 국정 방향이 정해져 있고, 내년 한 해 달성해야 할 국정 과제가 설정돼 있다. '통합' 명분에 발목이 잡혀 'MB본색'을 내는 데 주저하는 일 따위는 벌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탕평'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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