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6월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는 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던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12월 들어 잇따라 운하 삽질을 때로는 공공연히 때로는 뒷구멍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 시작은 몇몇 한나라당 의원과 지자체장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선제타에 이어 지난주에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환경부 장관이 포석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국회는 '4대 강 정비 사업' 명목으로 무려 14조 원의 예산을 승인해줬습니다.
극우단체들도 좀이 쑤신가 봅니다. '운하 전도사'를 자임했던 박승환 전 의원이 주도하고 이재오 등이 대거 참여한 '부국환경포럼' 이라는 단체는 4대 강 정비 사업이 곧 '한반도 대운하'임을 당당하게 질러대고 있습니다.
반면 '4대 강 정비 사업'이 곧 운하 삽질임을 밝혔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소속의 김이태 연구원에 대해서는 애초의 약속을 뒤집고 뒤늦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70%가 '대운하 반대'라지만 막을 수 있을까요?
국민들은 한 목소리로 반대입니다. 국민의 70% 가량이 "공약을 지킬까봐 겁나는 건 2MB가 처음"이라고 하소연 합니다.
하지만 과연 막을 수 있을까요?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의 홈페이지에 들어와 반대 서명을 한 이들은 1만 명이 채 안 됩니다. 나름 노동조합 가운데 파업의 파괴력이 있다는 운수노조 역시 이를 놓고 총파업까지 감행할 수 있을지 불분명합니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대공황 기에는 어려운 경제 사정을 빌미로 광적인 애국주의로 포장된 일방적 통치와 억압을 실현하는 극우파시즘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잘 살펴봅시다.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국민의 뜻대로 간 적이 없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대체 왜 일부 지자체장들은 운하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요? 나라 밖에서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 한 가운데서 먹고 살기 힘든 지역민들의 어려움을 이용해 엉뚱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입니다.
지방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4대 강 정비 사업을 해야 지역 경기가 살아나고 땅 값이 오른다", "최소한 건설 기간 동안이라도 함바집이라도 차려 먹고 살 사람이 생긴다"는 등의 실체 없는 '신기루'로 순박한 민심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2010년 지자체 선거입니다. 국가의 백년대계와 국민 경제의 방향은 이들의 머릿속에 없습니다.
운수노조가 '밥 그릇' 때문에 '운하 삽질'을 반대한다고요?
운수노조는 올해 초부터 '한반도 대운하'를 총력을 다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운수노조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 정치인들은 "운수 노동자들이 자기 밥 그릇을 지키기 위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다녔습니다. 웃기지도 않습니다.
운수노조가 '운하 삽질'을 반대하는 이유는 밥 그릇 때문이 아닙니다. 우선, 물류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안 그래도 화물차는 지금 공급 과잉입니다. 한반도 방방골골에는 이미 잘 정비된 도로망이 있고 전구 간 완공을 앞둔 KTX와 남아도는 철도가 있습니다. 3면이 바다여서 연안해운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멀쩡한 강을 파헤치고 산을 뚫어 물류수송을 하겠다는 것입니까.
두 번째 이유는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토목 공사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지만 공사가 끝난 후 흉물이 되어 방치될 운하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범죄행위입니다.
셋째로 '4대 강 정비 사업'은 결국 국민의 혈세로 극소수 투기자본과 토목자본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2MB는 순수한 민간 투자 운운했지만 이미 국가예산이 편성됐고 수자원공사 같은 공공기관의 재원과 인력이 동원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득을 보는 세력은 역시 1%입니다.
마지막으로 '운하 삽질'은 자칫 민간 독재의 주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09년 경제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러 서민 생활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때, 대규모 국책 토목 공사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지역적 분열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그 이후 2010년 지자체 선거는 어떻게 될까요? 다시 지역 토로 세력이 또 다시 득세하기 될지 모릅니다. 그러면 결국 이명박은 '민간파쇼 통치'를 대놓고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운하 삽질'은 언론장악, 교육 통제와 함께 민간파쇼의 경제적 수단이 될 것입니다.
"2MB 때문에 너무 화가 나 하루 휴가 냅니다"
그래서 더 막아야 합니다.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지난 봄과 여름, 거세게 타올랐던 촛불은 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끝내 '미친 소'는 수입되었습니다. 촛불의 기세에 눌려 포기했던 것들을 저들은 하나하나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특정 조직이 반대를 '선언'만 한다고 될 일도 아니며 법률적 효력이 없는 '서명'에 목을 메 될 일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범국민적인 직접행동, 국민적 불복종과 저항운동으로 발전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6.29 선언이 있던 날 명동의 한 식당은 "오늘은 기쁜 날. 공짜로 드립니다"라는 팻말을 걸었습니다. 월드컵 때도 비슷한 일이 많았습니다. 이제 라면 가게는 "오늘은 슬픈 날. 라면을 팔지 못해 죄송합니다", 미용실은 "오늘은 머리를 손봐드리지 못 합니다", 직장인은 "너무 화가 나서 오늘 하루 휴가 냅니다", 학생들은 "머리가 텅 빈 것 같아 공부를 못하겠어 수업을 하루 빠집니다", 교수님은 "휴강하는 것이 더 큰 교육입니다"라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이런 힘이 모아지면 노동조합도 비로소 움직일 기운을 차릴 수 있습니다. 식민지 아래 인도 민중은 간디의 호소에 답하여 3억5000만이 참여하는 국민 총파업으로 대영제국을 굴복시켰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우리나 모두 이와 비슷한 '촛불의 경험'이 있습니다.
실제적인 힘으로 압도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 첫걸음이 운하삽질 반대 100만 서명운동(☞서명 하러 가기)입니다. 단순한 서명이 아니라 각자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음 속에 새겨두는 서명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그 마음으로부터 실질적인 힘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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