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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또 국제적 웃음거리 됐다"

[노동과 세계] "이석행 잡아가면 이명박 편해지나?"

파업과 시위에서 살인도 없었고, 방화도 없었다. 일부 폭력 행위가 있었지만, 그것은 경찰과 사용자 측의 폭력에 맞선 정당방위의 성격이 컸다. 파업 조직 과정과 절차는 노조 조직 규정이나 노동법으로 큰 하자가 없었다.

그런데 파업을 이유로 노조 지도자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결정 철회, 그리고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주장하며 파업과 시위를 벌인 민주노총 지도부 이야기다.

노동운동 지도자들, 줄줄이 감옥행

▲파업과 시위에서 살인도 없었고, 방화도 없었다. 일부 폭력 행위가 있었지만, 그것은 경찰과 사용자 측의 폭력에 맞선 정당방위의 성격이 컸다. 파업 조직 과정과 절차는 노조 조직 규정이나 노동법으로 큰 하자가 없었다. 그런데 파업을 이유로 노조 지도자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있다. ⓒ프레시안
작년부터 올해까지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진영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체포됐다. 이들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붙잡혀 감옥에 갇혔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정부는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는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국민의 삶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국가정책이 노동자들의 파업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낡아빠진 신념에서는 변호사 출신의 노무현과 자본가 출신의 이명박이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러한 노무현과 이명박 정부의 논리는 우리가 누는 똥이 우리가 먹는 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만큼이나 웃기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 노동자 삶에 바로 영향 미쳐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일부 산업은 이득을 보고 일부 산업은 손해를 본다고 주장해온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여기서 손해를 본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에 해당되는 경제 활동이 어렵게 되어 그 종사자의 삶이 불안해지고 악화된다는 말이다.

특히 한미 FTA의 긍국적 목표인 금융 자유화가 어떤 결과를 불러 왔을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가 2000시대를 맞아 내심 자랑스러워 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가 3000시대를 약속했던 때인) 2007년에 시작된 미국 발(發) 금융위기가 지금 어떤 참상을 불러오고 있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파업, 뭐가 잘못 됐나

미국과의 FTA와 동전의 양면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은 또 어떤가. 대한민국의 검역주권을 미국 정부와 축산업자에 팔아넘긴 꼴인 '매국노' 정책에 반대해서 국가 주권과 국민 건강, 실제로는 노조원의 주권과 노조원의 건강을 지키자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가 왜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그 수입 쇠고기로부터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당사자들의 결사체가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인 단체행동(collective action)을 통해 수입 절차와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왜 문제란 말인가.

민주노총만큼 비정규직 옹호한 조직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지원하기 위한 파업과 시위도 그렇다. 지금까지 정부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이익 대변에는 관심도 없는 '귀족 노동자'의 조직이라고 비난해왔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급급해온 대한민국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른바 "진보좌파" 정당과 지식인을 포함해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민주노총만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조직이나 단체가 있었던가.

"진보좌파" 진영 일각에서조차 민주노총을 "정규직 노조운동"이라고 비난하는 세태지만, 민주노총과 그 산하 노조만큼 비정규직을 위해 돈을 모으고, 시위와 집회를 조직하고, 파업을 벌이고, 연구와 조사를 하고 정책을 만드는 집단이 대한민국 사회에 어디 있었는가.

이명박 정부, 국제 노동계의 웃음거리로 전락

지금 국제노동계에서 민주노총 지도자, 특히 이석행 위원장을 붙잡아 옥에 가둔 이명박 정부의 처사가 웃음거리로 되고 있다.

한국 보건의료노조 활동가들과 영국의 전국민 무상의료제도인 국민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를 알기 위해 머물고 있는 이곳 런던과 맨체스터에서도 만나는 노조간부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노조원 130만 명을 가진 영국의 공공노조 유니손(UNISON)에서 상근하는 린 모리스(Lynne Morris) 운영국장은 "영국에서 노조 간부가 파업을 이유로 체포된 것은 1980년대 초 반노동자 정부인 대처 수상 시절에 잠깐 있었을 뿐"이라며 파업을 이유로 노조 지도자를 감금하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제조업 망하길 바라면 영국의 대처를 따라하세요"

영국 국민은 대처를 훌륭한 지도자로 기억하지 않느냐고 같은 노조에서 일하는 마이크 잭슨(Mike Jackson) 단체교섭 국장에게 물어보았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그녀가 많이 아프다던데 영국 국민 가운데 얼마나 애정을 갖고 슬퍼할까요. 영국 경제를 망친 실패한 지도자라는 평가가 훨씬 많습니다"라고 민심을 전해주었다.

"1980년대 대처 수상이 민영화와 반노조 정책으로 영국 경제를 살렸다"고 믿는 사람이 한국에는 많다고 말하자, 잭슨 국장은 질색하며 반론한다.

"한국의 제조업이 망하길 바라세요? 그럼 대처를 따라하세요. 대처의 경제정책 덕분에 영국의 제조업이 무너졌습니다. 반노조 정책요? 물론 노조가 경직되고 이익집단 기능만 고집했던 시절이 있었죠. 그렇다고 노조를 약화시켰더니 어떤 결과가 빚어졌는지 아세요. 반민주적인 정부 정책에 맞설 세력이 사라져 결국 부자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죠."

"영국에서 노조를 약화시켰더니 부자만 좋아지더라"는 잭슨 국장의 분석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 교수가 <미래를 말하다>에서 미국 경제를 분석하며 주장한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

국제노총, 진상조사단 파견 논의

세계 각국 노총들의 상급단체인 국제노총(ITUC)은 지난 8일 가이 라이더(Guy Ryder)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내어 이석행 위원장의 체포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국제노총은 성명에서 경찰병력이 민주노총 건물을 에워싸고 노조간부 체포를 이유로 개인의 사유재산에 들어가 가족을 수사하고 가택을 수색하는 데 항의하면서 "이석행 위원장의 체포는 결사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한국의 국제적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이석행 위원장을 즉각 석방하고 노조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모두 철회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노총은 진상조사단을 신속하게 구성해 한국에 파견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반민주적 정책에 항의하는 파업 조직은 노조의 의무

자유무역협정이나 비정규직 문제처럼 사회적 낙오자와 경제적 패자를 양산하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 그리고 파업을 조직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반민주적인 정부 정책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해친다고 믿는 사람들이 정부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파업을 벌이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노동조합 지도자를 (살인, 방화, 약탈이 수반되지 않은) 파업 조직을 이유로 붙잡아 감옥에 가두는 정부는 존속할 이유가 없다. 국민적 저항과 국제 사회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부자를 위한 정책을 고집하며 노동조합 지도자에 대한 체포와 구금을 계속하는 정부라면 국민의 힘으로 타도(打倒)해야 한다.

정권 기반인 경북에서도 민심이반 커져

영국에 오기 전 경북 포항 인근 지역인 고향에 들렀다. "대통령 잘못 뽑았네. 서민 위할 줄 알았더니 하는 짓마다 꼴통 짓이네. 표 찍은 손가락 잘라 금호강물에 던져버리지도 못하고" 운운하는 한탄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정책에 대한 불만이 조직 노동(organized labor)과 대선에서 그를 뽑은 대도시 중산층은 물론 한나라당 정권의 근거지인 영남 지방에서도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반노동 정책이 계속될 경우 이명박 정권에 보수적 노선을 견지해온 한국노총조차 '정책연대'를 철회할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채무기간 만기, 대학가의 졸업 시즌, 노동조합의 임금투쟁이 맞물리는 2009년 봄에 경제위기가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경제위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위기는 정치위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민주노총 탄압한다고 정권이 순항할까

정치위기가 발생한다고 해서 야당이나 노동운동의 사정이 더 나아지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사정은 더욱 불안정해 질 게 뻔하다.

경제위기가 국민을 결속시킬 수도 있고, 국민을 대립시킬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국민과 대립하는 것이었다. '강부자'에 기반한 정권의 속성상 국민과 대립각을 세우는 정책에 대한 고집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바뀌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어디일까. 노동운동 지도자를 감옥에 처넣고 노동운동에 선전포고를 한 이명박 정권 스스로 고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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