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만화 |
지난 주 1, 2위였던 <미인도>와 <눈먼 자들의 도시>가 한 계단씩 내려앉았다. <미인도>는 김민선의 노출연기와 핍쇼 장면 등이 화제를 모으면서 전국 180만 명을 넘긴 상태다. 하지만 가장 실속을 차린 건 아무래도 <눈먼 자들의 도시>다. 지난 주 서울에서 7만여 명을 동원하며 2위로 데뷔한 <눈먼 자들의 도시>는 주말 간 서울에서 5만 여 명을 동원, 가장 적은 낙폭을 기록하며 전국 50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는 지난주보다 오히려 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았고, 심지어 스크린 수도 10개 정도 늘어났다. 원작에 너무 짓눌렸다는 평과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하게 옮겼다는 평이 대립하고 있기는 하지만, 작품성으로 입소문을 타며 개봉 이후 오히려 탄력을 받고 있는 중이다. 반면 <미인도>, <007 퀀텀 오브 솔러스>와 같은 주에 개봉해 각축을 벌였던 <앤티크>는 또렷한 하향세를 보이며 무려 5위로 내려앉았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흥행하고 있는 현상을 보며 새삼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인간사회의 격렬하고 어두운 면을 담아내면서도 대중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고, 거기에 좋은 배우가 훌륭한 열연을 보여주는 영화가 헐리웃에서도 그렇게 자주 나오는 건 아니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어서, 현실의 고단함과 별 상관없는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런 영화들이 흥행을 휩쓴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가끔씩이라도 이렇게 또렷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부러운 게 사실이다. 영화란 매체 자체가 사회를 반영하는 데에 워낙 시간차가 나기 마련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를 진솔하게 들여다보며 '도피처'가 아닌 '진짜 위로'를 주는 영화가 별로 나오고 있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관객과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종종 아쉽게 여겨진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나 <동백아가씨> 같은 영화들이 지난주에 개봉했지만 순위권 내에 진입조차 못 했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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