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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대선 출마?… 헌재 "기탁금, 3억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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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대선 출마?… 헌재 "기탁금, 3억도 많다"

현행 5억 기탁금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5억 원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제56조 제1항 제1호)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7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기탁금 조항은 '후보 난립'을 위해 도입됐지만, 액수가 과도해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27일 헌재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낸 헌법소원 선고에서 "후보자 난립 방지를 위해 기탁금 제도를 두더라도 후보 예정자의 참정권과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입법자의 정책적 재량이 행사돼야 한다"며 "그 금액이 현저하게 과다하거나 불합리하게 책정된 것이라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특히 "5억 원의 기탁금은 대통령 선거 입후보 예정자가 조달하기에 매우 높은 액수임이 명백하다"며 "주요 정당의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으므로 5억 원의 기탁금 마련이 가능할 것이나, 국고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군소 정당의 추천을 받을 후보 예정자이거나 무소속 후보예정자의 경우 특별히 재력가가 아니라면 부채를 지거나 기부를 받지 않는 한 5억 원 마련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5억 원은 국민들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예비후보자라 하더라도 쉽게 모금할 수 있는 액수라고 보기 어렵고, 지지도가 높은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그 지지도가 반드시 후원금의 기부액수로 연결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기탁금이 고액이 아닐 경우 후보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무소속 후보자의 경우 검인된 추천장을 사용하여 총 선거권자 2500~500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 통상 대통령선거에서 소요되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감안하면 기탁금 액수만 갖고 후보자 난립 문제를 대처할 필요는 없다고 볼 것"이라며 "정당정치의 발전과 국민들의 정치문화의 성숙도에 따라 진지하지 못한 후보자의 난립현상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헌재는 이어 "아무리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라도 5억 원이 지나친 부담이 돼 입후보를 포기하게 한다면 이들에게 대통령직에 대한 피선거권의 행사가 봉쇄당하게 된다"며 "그러한 사람들이 소수에 그치더라도 그러한 소수자들의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행정수도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선 '기득권의 편을 든다'는 비판을 받을만한 결정을 내려온 헌재가 갑자기 '소수자의 권리'를 강조하고 나선 점에 대해선 '생색내기'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앙선관위의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제를 둔 외국에서는 대통령선거에 기탁금을 두는 나라가 없으며 유일하게 기탁금 제도를 둔 프랑스도 우리나라 돈으로 기탁금이 260만 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1995년 대선 기탁금이 3억 원이던 시절 같은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이번에 헌재는 "당시 선거는 기탁금으로 선거인명부 등의 사본작성비용을 부담하도록 했고, TV와 라디오 연설비용을 국가가 부담했으나, 현재는 선거인명부 작성 비용을 기탁금으로 부담하게 하는 제도가 폐지됐고, 선거방송비용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과 토론회 외에는 전적으로 후보자 개인 부담이 되기 때문에 기탁금이 3억 원이나 5억 원과 같은 고액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2009년 12월 31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17대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던 장기표 원장은 "기탁금 때문에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이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었다.

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는 5억 원, 국회의원 선거는 1500만 원, 시도지사 선거는 5000만 원, 시도의회 의원 선거는 300만 원 등의 기탁금을 내도록 돼 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15% 이상 득표하면 기탁금을 전부 반환 받고, 10~15%를 득표하면 기탁금의 절반만 반환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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