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일관성 없는 금융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국 정부는 위기 상황을 예측할 만한 충분한 정보 수집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환차익을 노리는 전 세계 투기꾼들에게 한국은 좋은 먹잇감이다."
일본에서 '한국경제 전문가'로 인정받는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의 말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20일 '포럼 새로운 한국'이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 '세계 금융위기와 한국의 미래'에서 한국 경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작은 시장을 대규모 플레이어들이 흔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특정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고 투기세력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후카가와 교수 뿐 아니라 <블룸버그>의 아시아전문 컬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도 지난 10월27일 칼럼에서 헤지펀드 등 국제 환투기세력이 최근 국가파산한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한국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넷 경제논객인 '미네르바'도 최근 <신동아>에 기고한 글에서 "외양은 미국 헤지펀드지만 배후는 일본 앤캐리 자본인 환투기세력이 원화 약세와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을 틈타 상대적으로 강세를 달러를 빼내가기 위해 한국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한국,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
후카가와 교수는 또 한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정부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실제 상황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에 어느 정도 버블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잘 알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도 부동산 시장 버블이 붕괴되면서 이런 사태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로 인해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90년대 극심한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에서 디플레이션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부실채권을 유동화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부실채권이 디플레이션을 통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에서도 "위기를 숨기고, 위기 처리를 지연하고, 부양책을 쓰는 정부"가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공동 발표자였던 앤드류 월터 런던 정경대(LSE) 교수도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월터 교수는 "IMF 외환위기를 통해 외화 헤지 필요성을 알게됐는데 역설적으로 지금 과도한 환헤지로 고통받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에서 좀더 강하게 규제를 했다면 키코(KIKO) 등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