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단언코 외환위기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한국경제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쏟아지고 있는 우려들은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듯 특정 의도 내지는 배후세력이 있는 외신들의 '몰아가기'라고 보기도 힘들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2년 전에 예고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불룸버그> 통신의 아시아 경제전문 칼럼니스트인 월리엄 페섹 등이 일제히 "한국경제가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흥시장의 위험이 현실화되면서 한국경제를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시각이 늘었다고 보여진다.
페섹은 특히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첫 번째 희생양이 된 아이슬란드를 공격한 투기 세력이 한국을 다음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아시아 투자등급 국가 중 가장 위험"
페섹은 지난 24일 <블룸버그> 통신에 쓴 "베어스턴스 유령이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문제는 한국이 아시아 투자등급 국가 중 가장 위험하다는 인식을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아시아에서 4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한국이 1997년과 같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6%까지 급등한 것도 시장에서 투자 가능한 국가 중 한국의 위험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월가의 은행들에 대한 공격을 마무리한 헤지펀드와 투기세력들은 아이슬란드를 수중에 넣고 한국을 다음 목표의 맨 앞에 올려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섹은 "무엇보다 한국의 은행들이 1997년 외환위기 때 범했던 실수를 반복했다"면서 은행들이 단기 외채를 너무 많이 늘린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포기한 것을 예로 들어 금융경색이 기업도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섹은 또 줄도산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페섹은 한국 정부가 외신의 부정적 보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그는 "일각에서 이같은 미디어의 부정적인 판단과 관련 이를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해외 언론이 한국정부가 근거없다고 주장하는 요인들을 들어 비판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도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말 충격적인 것은 이번 위기가 신흥시장에 확산되는 양상"이라면서 러시아, 한국, 브라질을 "큰 곤경(big trouble)에 빠진 신흥시장들"로 꼽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들 나라들은 1990년대 말 당시로서는 엄청나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있었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금 위기에 비하면 해변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날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루비니 교수도 지난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신흥시장: 누가 위험한가'라는 글에서 "한국은 갑작스런 금융흐름의 경색으로 아시아국가들 가운데 가장 공격받기 쉬운 국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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