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원금이라도 건지려고 애썼는데 정말 미안하다. 죽음으로써 빚을 갚겠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설투자자문사 새빛에셋 대표 최성국(55)씨는 자신에게 돈을 맡긴 20여명의 투자자들에게 일일히 미안하다는 편지를 남겼다.
인하대 전자공학과 73학번으로 1981년 학교를 졸업한 뒤 건설.금융업 쪽에서 경력을 쌓았던 최씨가 위험도 높은 자산운용에 손을 댄 것은 2001년 부터다.
최씨는 2000년 국내 벤처기업 1호를 탄생시키고 동문 주축의 벤처기업이 3천여개에 달해 `벤처기업 산실'로 불렸던 인하대 공대 동문 선후배를 주축으로 67억원의 기금을 조성, 모교 후배들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에 종자돈을 지원하자고 뜻을 모아 새빛에셋을 설립했다.
이같이 인하대 동문 벤처기업의 대부(代父)로 출발했던 새빛에셋은 이듬해 사설투자자문사로 거듭나 고위험 투자에 주력하면서 선물.옵션 투자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평소 최씨는 "너무 겁이나서 안정된 수익만을 생각하고 은행 예.적금으로 불어나는 돈으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모두 충분히 리스크를 감안해 투자한 결과 돈을 모은 것"이라며 "어느정도 리스크를 감수할 각오가 돼야 한다"는 지론을 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는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있었던 날에는 1시간 만에 투자금액의 100% 수익을 올렸고, 이후 4년간 매년 10억원씩 선물.옵션에 투자한 결과 수익률이 연평균 300%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고수익을 올리면서 모교 벤처기업 대부로서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씨가 2000년 이후 모교에 기부한 금액만 12억3천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최씨는 80%가 모교동문인 새빛에셋 투자자들의 원금조차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락하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추정되고 있다.
그가 묵었던 객실에서는 자신을 믿고 투자했던 선.후배와 친구들 앞으로 쓴 20여장의 유서와 그가 먹고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수면제와 양주 등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작년 8월부터 자금 압박을 받아 오면서 투자자들에게 원금이라도 건져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평소 존경하고 아끼는 지인들에게 미안하다. 죽음으로써 빚을 갚겠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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