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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전선으로 번지는 언론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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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전선으로 번지는 언론대란

[김종배의 it]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상징적인 현상입니다. '한겨레'의 고광헌 사장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삼성 광고 없는 경영'을 선언한 게 그렇습니다.

얼핏 봐선 난센스입니다. 언론사 사장이 '일개' 그룹의 광고와 관련해 중대선언을 하는 게 격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의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한겨레' 전체 광고매출에서 삼성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15% 정도였다고 합니다. 신문사 수입의 80∼90%를 광고수입이 차지하니까 삼성의 광고는 '한겨레'의 경영을 좌우할 정도로 큰 요소였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예상했던 현상입니다. 삼성이 '한겨레에 광고를 줄 수 없다'고 공식통보한 게 그렇습니다. '한겨레'가 삼성의 비리를 집요하게 보도해온 데 대한 대응이란 점만을 놓고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 4월 삼성이 이건희 회장 사퇴와 전략기획실 해체를 선언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삼성의 광고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계가 내다봤습니다. 전략기획실은 '창구'였습니다. 전략기획실은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언론사의 광고 요청을 전략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검토해 집행 여부를 조율하는 '창구'였습니다. 그런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니까 광고 집행의 탄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삼성의 그룹 분위기로 볼 때 개별 계열사가 전략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자율적으로 광고 집행을 결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감내해야 하는 일입니다. 생뚱맞게 전략기획실의 부활을 주장하지 않는 한, 광고에 눈이 멀어 기업 감시의 눈길을 접지 않는 한 언론사가 감내해야 하는 일입니다.

행여 삼성이 광고 집행을 재개한다고 해서 경영상황이 확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삭뚝삭뚝 자르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내년 광고홍보비를 대폭 줄이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광고홍보비를 큰 폭으로 삭감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들려오는 얘기로는 30% 삭감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광고의 집행을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프레시안> 같은 인터넷 언론에는 한 푼도 집행하지 않은 반면 신생·소규모 인터넷 언론에는 정부광고를 집행했다며 편파·편중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또한 감내해야 하는 일입니다. 자기부터 살고 봐야 하는 대기업에 광고 집행을 늘리라고 얘기할 수 없는 일이고, 설령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씨알이 먹히지도 않습니다. 정부 광고 집행이 공평하게 이뤄지리라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광고에 목을 메는 현실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언론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기업의 긴축 경영으로 전체 광고시장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건 공통된 어려움입니다.

특정 언론사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모든 언론사가 직면한 광고 위축에다가 설상가상으로 금력과 권력의 견제에 시달려야 하는 특정 언론사들은 어떻게 경영 혹한기를 넘겨야 할까요? 내년 한 해 거세게 휘몰아칠 2중고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특정 언론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실 별로 없습니다. 누구나 다 하는 긴축 경영 외에 뾰족수가 없습니다.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하는 일 외에 별달리 손 쓸 방도가 없습니다. 누구나 다 한다고 해서 긴축의 극단적 조치를 함부로 동원할 수가 없습니다. 감원을 할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영환경에 놓여있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뉴스를 생산해왔기에 감원은 곧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한계인원으로 뉴스를 생산해왔기에 감원은 즉각 생산기반의 붕괴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죽는 길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언론사가 아니라 독자를 향해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독을 해주면, 클릭을 해주면 도움이 될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당장 도움이 될 수가 없습니다.

종이신문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구독자가 늘면(실제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촛불시위 후 자발적 구독자가 수만명 늘었습니다) 비용이 늘어납니다. 종이와 잉크를 구독자 증가분만큼 더 투입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올해 들어 종이값만 해도 20% 이상 뛰었습니다.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수입도 확대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구독료 수입이야 구독자수 증가분에 정비례해서 늘겠지만 그것은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신문값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구독자 수가 하루아침에 수십만, 수백만 명으로 늘어 유가부수 1,2위를 다투는 정도가 되면 광고단가 인상이라도 꾀해보겠지만 자발적 구독자 증가분은 이런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또 어찌어찌 해서 구독자 증가분을 광고단가 책정에 포함시킨다 해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앞다퉈 광고 집행을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 상당기간은 광고단가가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인 광고량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묻고 또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권력의 개입에 휘둘리는 방송계가 언론대란의 제1전선이라면 금전의 논리에 난도질 당할 처지에 몰린 온·오프라인 신문은 제2전선입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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