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삼성그룹과의 관계단절을 선언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한 이후 단 한 건의 삼성그룹 광고도 받지 못한 상황.
고광헌 한겨레신문사 사장은 최근 전 임직원에게 보낸 '사우 여러분께 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삼성이 우리 신문에 광고를 중단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간 인내심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보려 애썼으나 더이상 삼성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삼성 광고 없이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삼성은 돈으로 <한겨레>를 길들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가치관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고 사장의 선언은 그간 추진해온 삼성그룹과의 관계 정상화 시도를 중단하고 삼성그룹의 광고 게재 가능성을 배제한 채 내년 경영계획 등을 짜겠다는 비상경영 선언에 가깝다. 그는 "어제 (11일) 열린 임원회의와 긴급 국실장회의에서 임원과 국실장들이 11월, 12월 상여금을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경영의 최종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참으로 송구스럽다. 동시에 무한한 동지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우리의 자랑스런 선배들께서 만드시고 우리가 지금까지 소중히 지켜온 '한겨레적 가치'를 손상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합심해서 고통을 나눠지고 지혜를 모은다면 지금의 난관은 충분히 돌파해낼 수 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최근 삼성그룹과 한겨레신문사는 '광고 재개' 여부를 두고 논의했으나 삼성그룹 측에서 최고위층의 뜻이라며 "당분간 광고를 재개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승 전략기획실장은 "<한겨레>는 언론의 사명에 따라 삼성의 비자금 문제, 편법 상속 문제 등을 보도했는데 그에 대한 '보복'으로 1년간 광고를 중단한 것 아니냐"며 "삼성 측은 '다음 기회를 기다려보자'고 했으나 우리로서는 더이상 '다음'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한겨레신문사는 출입기자를 제외하고는 삼성 측과의 접촉을 중단하기로 했다. 안 실장은 "출입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계속 출입하고 보도하되 그 외에는 삼성과의 접촉은 중단하기로 했다"며 "본질적으로 광고 문제에 대한 삼성의 태도 변화가 없는데 한겨레 사원들이 계속 접촉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삼성그룹이 먼저 광고를 제안한다면 거절할 의사는 없다'는 입장. 안 실장은 "한겨레가 광고 중단 선언을 한 것이 아니라 삼성 측에서 '광고를 재개하기 어렵다'고 통보해온 것"이라며 "한겨레는 삼성 광고가 없다는 전제 아래 모든 일을 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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