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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배째라'…MB정부, 옥석 구분 사실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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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배째라'…MB정부, 옥석 구분 사실상 포기

"대주단,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불러올 뿐"

이명박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의 지원과 동시에 부실 건설사들의 구조조정 카드로 꺼내든 대주단협약이 건설사들의 외면으로 좌초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경영 간섭, 회사 이미지 실추 등을 우려해 대주단협약을 집단으로 보이콧하고 있다. 대출 상환유예의 대가로 경영진에 대한 퇴진 및 자산매각 등 압력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고, 대주단 가입으로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오히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자 은행연합회와 정부는 "대주단협약은 살생부가 아니라 상생부다", "경영권 간섭을 하지 않는다", "2010년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투기등급도 신청가능하다"며 건설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건설사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처럼 건설사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경우 애초에 목표했던 부실 건설사 구조조정 등 이른바 '옥석 구분'은 불가능해진다.

칼자루를 쥐어야 하는 정부가 건설사들의 '배 째라'식 대응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이처럼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될수록 건설사 도산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 경영 간섭 안 한다…비밀도 보장"

은행연합회는 18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대주단 설명회를 갖고 "대주단 협약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상 건설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건설사들의 가입을 독려했다.

연합회는 특히 "일부에서 경영권 간섭 등의 문제를 우려하고 있지만 대주단협약에는 양해각서(MOU) 체결이나 자산매각 등의 요구사항이 포함돼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주단은 혜택이 상환유예 밖에 없기 때문에 자금관리단 파견 등은 없으며, 다만 주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면 자금 용처를 확인하는 정도의 작업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합회는 "신청했다가 탈락한 업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기존에 대주단에 가입한 업체도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며 비밀보장도 약속했다.

연합회는 이어 "일부에서 얘기 나오는 것과 달리 마감시한이 없고 대주단 운영이 끝나기 전인 2010년 2월까지 가입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신용등급 BBB- 이상인 기업이 신청할 수 있지만 투기등급인 경우에도 주채권 금융기관 판단에 따라 가능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정부가 부실채권 직접 사줘야"

정부와 금융권의 이 같은 설득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은 여전히 대주단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대신 정부가 직접 건설사 채권을 사줘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등 옥석구분 자체를 거부하는 분위기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열린 '건설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실물경기 침체로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건설사에 대한 자금공급 중단으로 건설사가 줄도산할 경우 금융기관도 부실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보유토지 매입 프로그램은 건설사가 단기간에 유동성 확보하는데 있어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만기 연장 조치도 정상적 자금조달이 어려운 금융기관은 한계가 있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해주는 등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옥석 구분 딜레마…"관치금융으론 해결 안 돼"

대주단협약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에 대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옥석 구분 과정의 딜레마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대주단협약과 같은 관치금융으로는 건설사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명확히 하면 아무도 대주단 협약에 안 들어오게 되고 반대로 모두다 들어오게 만들면 사실상 옥석 구분은 불가능해진다"고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10년전 외환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건설사들이 경영권 간섭이 없을 수 없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이미 다 알고 있다"면서 "이런 관치금융의 방식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걸 자명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대주단 협약을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과거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 추궁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지금 건설사에서 정부 지원은 받으면서 경영 간섭이나 책임 추궁은 받지 않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처럼 대주단협약은 사전적으로는 시장이 건전한 기업과 부실기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역선택의 문제와 사후적으로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진정으로 건설사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구조조정촉진법 등을 동원하거나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워크아웃하도록 하는 등 법률적 근거에 기반한 방식을 동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대주단협약을 고집할 경우 부실은 은폐하면서 구조조정 지연효과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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