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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유지되는 '건설사-MB정부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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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혈세로 유지되는 '건설사-MB정부 카르텔'

"잘못된 공적자금 투입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와"

정부가 지난 21일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이른바 '10·21 건설대책'을 발표했다. 투기지역을 완화해 투자심리를 살리는 동시에 건설사에 9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해 침체 기미가 보이는 경제에 온기를 돌게 한다는 게 골자다. 쉽게 말해 정책철학은 '건설업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는 것이며 그 방법론은 '정부 돈을 건설사 지원에 직접 풀기'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거품으로 경기 부양하기'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근본 원인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 있어 한계가 명확한 만큼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다.

특히 정부의 지원 방식이 결국 국민 세금을 건설사에 퍼주는 방식인데다 관치금융의 냄새마저 짙게 배어 나온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가 경제위기시 자주 써먹던 방법이었으나 큰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22일 경제개혁연대는 정부의 건설사 지원 대책에 대한 의견서에서 이같이 밝히며 "정확한 정보를 시장에 공개해야 하고 정상적인 시장 기능이 작동하도록 돕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건설로 흥한 자 모두 신음하는데…

정부가 전날 파격적인 건설업 지원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건설사가 처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불안한 건설경기를 부양시켜 돌파구를 찾자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는 비단 현 정부만 그런 게 아니다. 한국의 역대 정부가 모두 큰 애정을 쏟은 곳이 건설사다.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전후방 연관효과가 커 정책지원에 따른 경기활성화 효과가 높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애정에 따라 한국은 건설업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큰 국가가 됐다. 지난 1995년부터 2006년 사이 건설업이 생산한 평균 부가가치 비중은 OECD 30개 회원국 전체 평균이 5.48%였으나 한국은 무려 8.80%에 달했다. 전체 30개 국가 중 8%가 넘는 나라는 한국과 스페인(8.15%)이 유일했다.

건설투자의 GDP 대비 비중 역시 한국이 27개국 중 가장 높았다. 1995년에서 2006년 사이 한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평균 19.22%로 OECD 평균 11.67%보다 1.6배가 많았다.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 유혹을 느끼지만 최근 외국에서는 건설업 비중이 높았던 국가들이 유독 경제위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조사에 따르면 1995년에서 2000년 사이에 비해 2001~2006년에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난 나라는 호주(13.43%→15.16%), 캐나다(10.76%→12.59%), 아이슬란드(12.49%→14.64%), 아일랜드(12.81%→17.77%), 스페인(12.19%→15.92%), 영국(7.42%→8.29%), 미국(9.16%→10.19%) 등이다.

이들 국가는 최근 특히나 큰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고 아일랜드와 영국은 공식적으로 경제 침체(Recession)를 인정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유럽에서도 가장 심각하다는 스페인은 3년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이민자에게 4만 달러에 달하는 실업수당을 한꺼번에 안겨주고 해외로 돌려보내고 있다. 치솟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건설업이 급격하게 붕괴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설업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995년에서 2006년 사이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의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의 경우 8.8%에 달한다. 건설업에 의존도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이나 스페인도 한국보다는 의존도가 낮다. ⓒ프레시안

건설업 살리려고 눈먼 돈을 남발하자고?

그런데 10·21대책을 보면 건설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건설 경기를 살리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건설업체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마저 무시하려는 듯하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발표안의 큰 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가계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주택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 정권 때 만들어진 부동산투기 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건설업체 지원 방안이다. 토공이 직접 건설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과 대한주택보증과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공기업을 동원해 유사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금융기관에 건설회사에 대한 채권회수를 자제하도록 요청하는 대주단협정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민간 건설사의 부실을 공기업으로 전이할 뿐이라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만에 하나 보증을 선 민간기업에 문제가 생긴다면 고스란히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 사례가 과거 벤처붐이 꺼진 후 큰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른 기보를 통한 벤처기업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P-CBO) 보증 사태다. 지난 2001년 경기활성화와 IT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된 이 제도에 따라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의 보증으로 808개 벤처기업에 흘러들어간 돈은 총 2조2122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상 기업의 철저한 선별이 이뤄지지 않아 다수의 부실기업에도 국민의 세금이 흘러들어갔고, 그 결과 총 손실규모는 2005년 기준으로 8046억 원에 달했다. 결국 이와 같이 부실한 공적자금 투입 조치는 기보의 지원 능력을 갉아먹어 국민의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적자금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라며 "특히 예금보험공사나 캠코 등을 통한 공식 공적자금과 달리 이번 정부의 방식인 유사 공적자금 투입은 국민적 통제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건설사-금융기관-감독당국-정부의 거대한 카르텔

공적자금 투입이 당근이라면 대주단협정은 반(反)시장적인 관치금융 조치다. 오히려 금융기관에 채권행사 유예와 신규자금 지원을 '독려'하는 정부의 관치금융적 접근은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건설업계 부실 확대는 건설사는 물론, 적절한 여신심사 없이 관련 대출을 확대한 금융기관과 감독 책무를 방기한 금융감독당국, 건설경기 부양을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한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대주단협약은 결국 관련주체들이 모두 자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카르텔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처럼 관련 책임자 사이에 카르텔이 만들어짐에 따라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에도 적절치 않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기초체력이 튼실한 건설사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역선택의 문제(adverse selection)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이 도리어 건설업종을 '레몬시장(속여 파는 중고상인이 많아 상품 전체가 겉만 번드르한 레몬으로 비유되는 미국 중고차 시장)'으로 만들게 된다는 얘기다.

경제개혁연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 가능성이 있는 기업 중 우량한 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의 부도유예협약과 부도방지협약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며 "관치금융에 따라 건설업 불황 장기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건설업지원방안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의 정확한 정보를 시장에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고 경제개혁연대는 강조했다. 회생 가능 기업과 불가능 기업을 구분할 수 있는 세밀한 정보가 모두 시장에 공개돼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져야만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건설업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복안을 내놨지만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이를 실현시키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지금처럼 정부가 개별 부실기업을 살리려고 시장기능을 더 왜곡시켜서는 안 되며 시장기능을 복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정부의 직접 지원이나 관치금융이 당장은 부실기업 채권이 금융권에 정상채권으로 분류돼 도산을 막을 수 있겠지만 이는 결국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적 낭비·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더 큰 비용을 치러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정상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경제개혁연대는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법률의 틀 내에서 건설업 자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건설사는 경기침체의 약한 고리

현재 건설업 경기가 불황인 것은 사실이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신규 수주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데다 지나친 공급 때문에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16만호가 넘을 정도로 늘어났다.

건설경기 침체 이전에 은행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 문제다. 과도했던 차입금이 불황기에 건설업체의 목을 친다면, 금융권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의 기업여신 중 건설업과 부동산및임대업에 대한 대출은 지난 2005년 말 69조3209억 원에서 작년 말 133조1860억 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최근 2년 간 건설업과 부동산및임대업에 대한 대출 규모는 각각 전년대비 30~40%씩 증가해 전체 기업여신 증가율의 두 배에 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년 간 건설업과 부동산및임대업 관련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부동산 투기억제책 발효로 개인 주택담보대출이 급감한 데 따라 은행이 건설업과 부동산및임대업 여신 확대에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부동산 투기억제책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하반기 건설사들은 신규 물량을 쏟아내기 위해 대규모 대출을 끌어 썼고, 줄어드는 개인 대출의 틈을 메우기 위해 은행은 이에 합세해 지금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특히 대출 중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8월 현재 은행권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47조9000억 원으로 은행권 총 대출 규모의 4.4%다.

하지만 공식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PF관련 대출 규모가 85조20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현재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금감원 발표보다 훨씬 크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지난 해 말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포함한 부동산PF 관련대출 규모는 68조2000억 원이었고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자산담보부증권(ABS) 등 파생 유동화자산 규모가 17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ABCP는 유동화전문회사(SPC)가 기업 매출채권이나 회사채 등을 사들여 등급별로 묶거나 쪼개 유동성을 높인 후 시장에 되파는 기업어음(CP)이다. ABS 역시 회사의 유동성 낮은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증권으로 두 상품 모두 회사 자산의 유동성을 높여 보다 쉬운 자금조달을 위해 주로 사용된다. 이번 월가의 금융위기 때 문제가 됐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같이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이다.

대규모 PF 부실화 우려 때문에 PF관련 자금 마련을 위한 유동화 비용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ABCP 발행금리는 A1 등급을 기준으로 6월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45~50bp(0.45~0.50%)를 얹은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00bp(1.00%) 이상을 얹어줘야 할 정도로 높아졌다. ABCP의 기초자산인 건설업체 신뢰도가 떨어져 조달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PF관련 유동화자산 신규 발행물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6월만 해도 총 13조 원에 달했던 ABCP·ABS 신규 발행물량은 8월 3조 원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유동화증권 상당액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만기가 돌아온다. 유동비율이 크게 줄어든 건설사 일부를 중심으로 도산설이 끊임없이 번지는 이유다. 올해 하반기 만기 물량은 약 5조8000억 원, 내년 상반기에는 4조2000억 원가량이다.

현재 도급순위 상위 100위 건설업체 중 신용등급이 BB+ 이하(투기등급)인 업체가 34개사나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낳을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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