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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MB정부'가 부실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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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MB정부'가 부실 키웠다?

위기의 은행들, 어찌하오리까 (下)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주택담보대출, 키코(KIKO)는 현재 은행들이 안고 있는 '잠재 부실 변수'들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 폭, 원-달러 환율, 내수침체 여파 등에 따라 은행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실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반토막 펀드'도 또 하나의 변수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역외펀드 등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손해를 봤다. 원금을 모조리 까먹은 '깡통계좌'는 부지기수다. "'반토막'만 건져도 다행"이라는 말을 은행 창구 직원들한테 들을 정도다. 이처럼 개인 손실이 커지다보니 은행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키코와 마찬가지로 펀드 판매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였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파워인컴펀드에 대해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면서 손실금액의 50%를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그동안 수수료 욕심에 무리하게 펀드를 팔아온 은행들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 배상해야할 돈이 크지 않더라도 신용에 금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키코, 펀드 등 파생상품의 불완전 판매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은행들에게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이 감독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피해가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금 들러 은행에 갔다가 창구 직원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선물환 역외펀드에 가입한 가정주부'와 같은 피해 사례는 상당수 줄일 수 있다. 키코처럼 불합리한 구조의 상품 판매를 막아 환율 때문에 도산하는 중소기업의 수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 위기 국면에서 은행들의 부담도 감소했을 것이다.

"금융산업 규제완화"라는 철칙에 위배될까봐 '감독' 업무마저 손 놓고 있던 금융감독당국은 이런 면에서 은행들과 위기의 '공범'이다.

"위기관리감독 시스템 없어 위기에 더 취약"
▲ 정부가 은행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것 때문에 은행들의 부실이 더 커졌다. ⓒ뉴시스

한국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금융감독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김홍범 전남대 교수는 지난 7일 경실련 토론회에서 "한국은 위기관리시스템이 드러나지 않아 더 위기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율, 주가 등 극단적인 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은 한국 정부의 정책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라며 "금융정책당국에 대한 국내외의 극단적 불신은 한국이 공식화된 위기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일본 등은 공식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갖춰놓고 있고,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중앙은행, 감독당국, 재무장관 간 MOU를 통해 위기관리시스템을 확립해 놓았다는 것.

김 교수는 또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정책기능을 떼어내야 한다"며 감독 기능만 남은 금융위원회와 현 금융감독원을 단일 기구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정책업무는 시장의 환호를 받는 인기 업종인 반면 금융감독은 아무리 잘 수행해도 그 최선의 성과는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유지되는 통상적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시하기 쉬운 반면 문제가 발생하면 평소 감독을 잘했든 못했든 감독자에게 사회적 비난이 집중된다. 따라서 금융감독업무는 시장의 인기도 없고 성과도 드러나지 않는 '3D 업종'"이라는 것. 김 교수는 "그러므로 정책과 감독기능이 혼재된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에 집중하고 감독 업무를 소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는 중앙은행이 건전성 감독기능이 없어 어느 은행이 문제가 있어 어느 타이밍에 돈을 넣어야 하는지 모른다"며 "위기시 적절한 대응이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MB정부 "先규제완화, 後감독강화"…과연?

위기관리시스템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규제 완화는 더 위험해 보인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사후 감독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감독기능 강화'는 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미국 금융위기에서 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금융시장의 발전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이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규제를 완화할 경우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와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은 현 위기 국면에서 시장 질서를 더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금산분리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도 가능해진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건전성 관리보다는 소유 기업의 이해관계가 우선할 가능성이 커진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자통법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자통법은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종금회사, 신탁회사 등 자본시장 관련업을 하나의 업종으로 통합해 미국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같은 대형 투자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자통법 시행과 관련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적으로 금융 규제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미국의 투자은행 모델이 사라지는데 이를 너무 경직적으로 추구하기 보다는 큰 흐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 흐름을 우리만 무시하면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금도 펀드 판매와 관련해 불완전 판매가 많은데 자통법 시행으로 복잡한 금융상품들이 개발된다는 게 금융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개미들만 더 골병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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