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혹세무민하는 경제관료들이 늘 그렇듯이 5조 원이 다른 용도로 쓰였을 경우 어느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경제분석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개념이 바로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다. A안을 택하면 3% 성장이 가능하고 B안을 택하면 5% 성장이 가능한 경우 A안을 택하는 정부는 무능한 정부이다. 또 A안을 택하면 5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B안을 택하면 1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경우 역시 A안을 택하는 정부는 무능한 정부이다.
정부의 이런 무능한 행태는 저성장 요인들을 축적시켜 경제를 90년대 일본과 같은 복합불황 사태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실제로 90년대 일본 정부는 시기적절한 금융개혁에 실패하고, 부적절한 토목공사를 남발해 일본경제를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밀어 넣은 바 있다.
토목건설업의 고용창출효과, 제조업을 제외하고 최저수준
본론으로 들어가 국토부가 그렇게도 치켜세우려고 하는 토목건설업의 고용창출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인지 다른 산업들과 비교해 보기로 하자. 아래 표에서 취업계수란 총산출액 중 10억 원이 어느 정도의 고용을 유지하게 하는지를 나타내는 계수이다.
[우리나라 산업별 취업계수]
위의 표를 보면 토목건설업의 취업계수는 8.7로 제조업을 제외한 전산업 중에서 가장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업 중에서 가장 고용창출효과가 낮은 금융보험업과 취업계수가 유사할 정도로 토목건설업의 취업계수는 낮다.
더욱이 토목건설업의 취업계수 8.7은 한국은행이 정부의 토목건설 지출총액 중에서 토지매입액을 제외한 순수건설투자액만을 분모로 하여 산출한 것이므로 실제 취업계수는 이보다 더 낮게 나온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의 도로건설에 정부가 1500억 원을 투입하여 500억 원을 토지보상금으로 지불한 경우 한국은행은 500억 원의 토지매입액을 제외한 나머지 1000억 원만을 건설투자로 인정하고 이를 분모로 취업계수를 계산한다. 왜냐하면 토지매입 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생산유발효과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공사에 동원된 인력이 870명이라 가정하면 한국은행은 건설업의 취업계수를 870명/1500억 원=5.8명/10억 원이라는 식으로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870명/1000억 원=8.7명/10억이라는 식으로 산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산출식이 어찌되었건 정부의 도로건설투입총액에 대한 실제 취업계수는 8.7이 아니라 870명/1500억 원=5.8명/10억이라는 공식에 따라 5.8이 되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건설족 관료들은 마치 토목건설업의 고용효과가 엄청나게 큰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반복하지만 토목건설업은 전산업 중에서 제조업을 제외하고 가장 고용효과가 낮은 산업이다.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한 나라, 덴마크
그렇다면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고용창출 방안은 어떠한 것인가.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면 '일자리 나누기'와 '생산성 높이기'라는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일자리 나누기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나라, 덴마크의 사례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다음에 소개하는 덴마크 사례는 1998년 5월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실업률을 반으로 줄인 유럽 3국>을 요약 발췌한 것이다.
"덴마크의 실업률은 97년 평균 5.3%(EU정의)로 룩셈부르크에 이어 EU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민소득도 97년 3만 달러를 넘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가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스칸디나비아 전통의 높은 사회복지 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안정된 고용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은 199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직장순환]이라는 제도를 통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직장순환은 우선 전체 근로자의 10%에 해당하는 인력을 사용자 또는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이로 인해 결석이 된 자리에 장기실업자를 배치하는 제도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직자들은 근무경험을 쌓을 수 있으며 사용자들은 실업자들을 임시로 고용해 본 후 계속 고용할지 여부를 자연스럽게 결정하게 된다. 직장순환을 통해 사회적 마찰을 최소화하고 기업은 신구고용에 따르는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근로자와 실직자는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직장순환 프로그램(전체 근로자의 10%에 해당하는 인력을 순환시키는 프로그램, 쉽게 말해 전체 근로자를 10년에 1년씩 휴직하게 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양질의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최소한 휴직기간 1년 중의 생활비와 교육비는 평상시 임금과 동일한 수준에서 지급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덴마크의 사례는 '고 용없는 성장'시대에 일자리나누기 없이 무작정 일자리 창출만을 공허하게 외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안겨줄 것이다.
연봉 2000만 원에 해당하는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라
필자는 MB정부에게 권고한다. 하루라도 빨리 부유층만을 위한 매년 20조 원의 감세정책을 포기하고 20조 원을 모아다가 평균연봉 2000만 원에 해당하는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라. 그리고 이들을 덴마크처럼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역군으로 양성시키라.
북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거품붕괴·경제위기 상황에서 실사구시형 대학교육개혁을 통하여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 복지향상 모두를 이루어 내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속절없이 부유층들에게 매년 20조 원을 퍼 줄 것이 아니라 이것을 재정으로 확충하여 북유럽식으로 생산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매년 20조 원을 부유층에게 안기는 감세정책은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 복지향상 모두를 잃게 하는 최악의 정책일 뿐이다.
참고로 1990년대 북유럽의 경제적 성과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표] OECD 각국의 1인당 실질GDP 성장률과 조세부담률
(주) 조세부담률 : 2005년 기준 (원자료 출처) : IMF ,OECD |
위 자료를 보면 1993년과 2007년 사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경제성장률을 실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의 1인당 실질GDP 성장률은 각각 6위, 11위, 20위로서 23위인 미국에 비하여 훨씬 높은 수준이다.
양질의 직업교육 받고 복지분야 서비스일에 종사하도록
그렇다면 20조 원을 투입하여 100만 명에게 어떤 일자리를 줄 것인가. 그 프로그램은 정부의 각 부처들이 협의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1인당 평균 연간 보조금 2000만 원을 부여하되 1주일 중 3일은 각 지역 대학 등에 개설된 교육장에 가서 양질의 직업교육을 받게 하고 나머지 2일은 복지분야 서비스일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들에게 혜택만 주어져서도 안 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정부 보조금 2000만 원 중에서 500만 원은 양질의 직업교육을 받는 것에 대한 교육비로 내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정부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올 경우, 적절한 기준을 세워서 지급액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북유럽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직업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실현되어야 한다. 정부가 북유럽처럼 양질의 직업교육을 가능하게 하려면 90년대 핀란드처럼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라 현장실무경험이 뛰어난 산업계 실무 베테랑들을 교수로 채용하는 별도의 교수선발기준 등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핀란드식의 실용주의적인 교수선발은 50~60대의 산업계 실무 베테랑들의 소중한 자산을 사장시키지 않고 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충실하게 후배들에게 전수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90년대 이후 각광받고 있는 '내생적 경제성장론'에서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현장의 실무교육'을 꼽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과학기술혁명으로 '현장의 실무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장성 있는 산업계 실무 베테랑들의 양질의 직업교육'은 당연한 결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대폭 높여 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도 높아지고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현상도 크게 해소될 것이다.
그리고 또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중소기업 스스로의 연구개발(R&D) 여력이 생기므로 중소기업 연구개발 확대로 인한 추가 생산성 향상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100만 개 일자리, 영세자영업자 소득 20% 높여
20조 원을 투입한 100만 개 일자리 창출 전략은 이 외에도 많은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지금 지나친 과잉공급상태에 놓여 있다. 2006년 현재 도소매, 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모두 576.2만 명인데 이런 수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200만 명 정도 과잉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도소매, 음식숙박업 과잉상태는 과잉경쟁을 불러와 1인당 요소소득(=피용자보수+영업잉여)을 평균 1139.5만 원의 수준으로 낮추어 놓고 있다. 이런 수치는 같은 기간 제조업 요소소득 4033만 원에 비추어 볼 때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정부가 다른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들어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종사자를 100만 명 줄여 놓으면 이들 업종의 1인당 요소소득은 어느 정도로 올라갈까. 산술적으로 보더라도 종사자 576만 명이 476만 명으로 줄어들면 이들의 1인당 요소소득은 20%정도 상승하게 된다.
물론 정부가 다른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든다하여 도소매, 음식숙박업 인력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업종의 1인당 요소소득이 20% 상승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상당한 정도의 소득상승은 가능할 것이다.
100만 개 일자리, 경기회복과 세수확대에도 크게 기여
물론 정부는 조만간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부실화와 심화되는 신용경색에 대비하여 금융기관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이들을 부분국유화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도래하면 상당량의 재정투입이 별도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20조 원 정도 감세하고 10조 원 정도 국채를 발행하며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하니까 필자가 30조 원의 범위 내에서 정부와 전혀 다른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30조 원 중에서 10조 원을 금융기관 부분국유화 비용으로 쓰고 나머지 20조 원을 일자리 창출에 쓰든지 아니면 전자와 후자에 각각 15조 원을 쓰든지 그것은 정부가 향후 상황을 보아가며 선택할 문제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20조 원 감세정책은 무조건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필자가 제안하는 매년 20조 원의 일자리 창출 전략은 향후 경기회복과 세수확보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애타게 찾고 있는 저소득층과 청년층 서민들은 그들의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이 100%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에게 주어지는 20조 원의 대부분은 바로바로 그 해에 소비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20조 원에 가까운 소비는 바로바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매출로 이어지고 각 사업체들의 매출은 바로바로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이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세수는 늘어난다.
경제라는 것은 선순환의 계기를 주면 선순환하는 것이고 악순환의 계기를 주면 악순환하는것이다. MB정부의 부유층만을 위한 감세정책은 우리 경제에 악순환의 계기만을 주게 될 뿐이다. 반면 필자가 제시하는 '충실한 재정을 토대로 한 양질의 직업교육과 일자리 창출 전략'은 우리 경제에 경기회복과 세수확대라는 선순환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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