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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공황 이후 첫 '시중은행 부분 국유화 조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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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공황 이후 첫 '시중은행 부분 국유화 조치' 발표

마크 파버 "뜨거운 난로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짓"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9개 대형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들에게 2500억 달러(약 300조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악화를 막기위해 나온 이런 '집단적 부분 국유화' 조치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 발표된 다른 대책들과 함께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경제 회복을 도와 미국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려고 마련됐다"며 "우리 경제를 성장과 번영의 길로 되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전날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체이스 등 9대 시중 은행 회장들과 만나, 미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방침을 통보했다.

의회를 통과한 7000억 달러 구제금융 중 은행의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입되는 규모는 2500억 달러이며, 그 중 절반인 1250억 달러는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뉴욕멜론, 스테이트스트리트, 메릴린치 등 9개 주요 은행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우선 투입된다.
▲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시중은행의 부분 국유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은행별로 최대 250억 달러 직접 투입

<워싱턴포스트>는 은행별 지분 투자금액은 씨티그룹 250억달러, 웰스파고 250억 달러(합병되는 와코비아 50억 달러 포함), JP모건 체이스 250억 달러, BOA 200억 달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각 100억 달러, 메릴린치 50억 달러, 뱅크오브뉴욕멜론과 스테이트스트리는 각 20억~30억 달러 등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나머지 금융기관들은 오는 11월14일까지 재무부에 지분매각을 신청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 따른 투입금유액은 최소 위험자본의 1%이며 최대는 개별 금융기관별로 위험자본의 3% 또는 250억 달러를 넘을 수 없게 돼 있다.

모기지와 모기지 관련 부실 채권을 사들이려던 구제금융계획에 금융기관들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전격 포함시킨 것은 경매를 통한 부실채권 매입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영국 등 다른 G7 회원국들의 금융기관 지원조치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정부는 640억 달러(370억 파운드)를 투입, 3개 주요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폴슨 장관은 "사기업의 지분을 정부가 소유한다는 것은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미국인이 반대하는 것이지만 기업과 소비자들을 자금 조달할 수 없는 상태로 내버려 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와함께 부시 대통령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통해 ▲이자가 없는 기업 예금 계좌(당좌예금)에 대해 전액 지급을 보증하고 ▲은행이 신규발행하는 선순위 채권(senior debt)에 대해서도 향후 3년간 정부가 보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부시 대통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업어음(CP)을 매입하기 위한 최종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중앙은행은 기업들에 대해서도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대부자는 위기상황에서 마지막 자금조달창구로서 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조치는 자유시장 경제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FIDC는 이번 프로그램에 따라 은행 간 거래와 기업들끼리 자금 거래와 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기 위해 선순위 무보증채권과 당좌거래 지급을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한시적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을 운영하기로 했다.

TLGP는 앞으로 한시적으로 금액에 관계없이 은행과 저축은행, 은행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규 선순위 무보증채권과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당좌예금 등에 대해 100% 지급 보증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은행과 은행지주회사들은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정부가 최대 3년간 지급 보증하는 새로운 채권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내년 6월까지 운영될 전망이다.

또 당좌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은 소상인과 기업들이 발행하는 수표에 대한 부도 위험을 FDIC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것으로 그만큼 거래에 대한 안정성과 신뢰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쉴라 베어 FDIC 사장은 "FDIC가 전례가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 경제와 국가 그리고 은행시스템에 신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압도적 다수 은행이 튼튼하고 안전하며 그리고 건전하다"면서 "신뢰의 부족이 현재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고 이런 보증조치를 이런 신뢰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어 사장은 또 "이 프로그램은 국민의 세금이나 FDIC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고 은행들이 FDIC에 지급하는 보험료로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루비니 교수 "금융기관 신용손실 3조 달러에 달할 것"

그러나 이번 은행 지분 매입 등 이번에 발표된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 나온 어느 대책보다 효과를 주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그렇지만 이 정도의 규모는 충분치 않다는 '역부족론'이 우세하다.

특히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2500억 달러로는 위기를 풀기에 충분치 않다"며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자본의 규모를 볼 때 정부가 은행 지분 매입을 두 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금융기관의 신용손실이 3조 달러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 기존의 1조~2조 달러 보다 높여잡았고 미 주택가격도 앞으로 15%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이 보고한 신용손실액은 지금까지 6370억 달러 정도로 집계되고 있어, 루비니 교수의 예상이 맞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손실은 아직 4분의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결국, 자산부실의 근원이 된 모기지시장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어 이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다른 구제책이 나오더라도 금융기관이 확충한 자본은 다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다.

'닥터 둠(Dr.Doom)'으로 불리는 '월가의 예언자' 마크 파버는 아예 "25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은 뜨거운 난로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라며 "서방국가들의 구제금융책은 근본적 문제인 과도한 차입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취해야 했던 것과 유사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은행 간 거래와 기업들끼리 자금 거래와 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고자 선순위 무보증채권과 당좌거래 지급을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한시적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을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정부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AP>통신은 정부의 보증액이 거의 2조달러에 이를 수도 있어 국가부채 10억 달러의 20%,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미국의 8500여개 은행과 저축.대부조합의 절반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든 은행이 무보증채권 보장 프로그램에 참여를 택할 경우 그 보증액은 1조4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또 당좌거래 지급 보장도 FDIC에 5000억 달러의 추가 보증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대책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더라도 이미 금융위기 여파로 손상을 입은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기에 이어 경기침체가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뉴욕증시, 은행 지분 매입 방안 발표에도 하락

루비니 교수는 미국이 40년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할 것이고 증시의 랠리도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증시와 경제에 여전히 심각한 하향 리스크가 있고 경기침체의 심각성과 금융 손실의 심각성에 놀라게 될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18~24개월 이어져 현재 6.1%인 미국의 실업률이 9%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크루그먼 교수도 새로운 위기 진정대책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이 '심각한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폴 볼커 전 FRB 의장은 싱가포르에서 행한 연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소비 수요와 산업생산에 타격을 주기 시작함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상당한 수준의 경기침체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많은 위기를 목격했지만 이번 위기와 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관론에 부담을 느낀 듯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76.62포인트(0.82%) 하락한 9310.99로 마감됐다.

미 정부의 은행 지분 매입 방안이 발표됐지만, 전날 936포인트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소폭 하락한 것.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도 5.34포인트(0.53%) 떨어진 998.01로 마감돼 다시 1000선 밑으로 내려갔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65.24포인트(3.54%) 하락한 1779.01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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