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미FTA, 국제 금융위기 이전의 '낡은 프레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미FTA, 국제 금융위기 이전의 '낡은 프레임'"

탄력 받는 '재협상론'…"美 파생상품도 개방하라고?"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하기 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 강행 방침에 맞서 민주당은 여전히 "지금은 때가 아니다" 수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제거하자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천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미국 금융시장 붕괴와 한미FTA'라는 제목으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미 한미FTA가 발효돼 미국의 금융파생상품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와 있다면 지금보다는 몇 배 큰 위기에 처해있었을 것"이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세계적 금융위기와 파생상품 규제에 따라 한미FTA에 대한 관련 조항을 손질해 재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목적 "제도개선"…'파생상품' 들고 금융시장 진출
▲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미FTA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우선 미국이 한미FTA에 왜 적극적이었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경기대 신범철 교수(경제학)는 한미FTA의 효과를 △관세인하 △제도개선 △안보강화(동맹)의 3가지로 분류했다.

문제는 미국의 한미FTA 추진 의도다. 의견과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관세인하로 인한 실질GDP 상승의 효과가 한국에게는 미미하게나마 있다. 하지만 미국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한미FTA가 미국의 실질GDP 상승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 점에서 미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미국은 바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쉽게 한국의 제도개선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그 제도개선은 투자자-국가제소 제도, 역진조항 등이 있지만, 최근 주목해야 할 것은 한미FTA를 통해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식 금융서비스 제도(新금융서비스)를 우리나라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경제연구소 채지윤 연구원은 "신금융서비스는 미국에서만 운용되는 파생금융상품을 한국 국내시장에서 거래되도록 개방한다는 조건"이라며 "신금융서비스에 대한 협정은 3가지 요건을 충족할 때 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규제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3가지 요건을 살펴보면, 우선 '국내에 상업적 주재(지점 혹은 자회사)를 해야 한다'고 돼 있으나, 이미 19개의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국내에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세우고 있어 아무런 제약이 안 된다는 것이고, '국내 법률의 제개정이 수반되지 않아야 한다'고 돼 있으나 이 역시 이미 자본시장통합법, 은행법 제개정을 통해 금융투자업 및 은행업 겸영·부수업무 확대로 국내 법률의 추가적인 제개정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금융시장, '파생상품' 감당 능력 없다"

특히 파생상품과 관련해 '해당 파생상품을 개별적으로 허가 받아야 한다'는 제약 역시 파생상품의 범위가 확대돼 '허가'가 아니라 '등록'의 수준으로 규정돼 있어 미국의 파생상품들이 밀려들어올 경우 규제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행 증권거래법에는 금융상품의 범위를 국채·회사채·주식 등 21종으로 제한하고 파생상품의 경우에도 기초자산을 유가증권·통화·일반상품·신용위험의 4종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명칭과 형태를 불문하고 원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 여부에 따라 '금융투자상품'과 '비금융투자상품'으로 나누고, 여기에서 다시 원본에서 초과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파생상품'으로 포괄해 정의하고 있다. '파생상품'의 범위가 바뀌는 것이다.

채 연구원은 "파생상품 규제 완화를 끝까지 반대했던 앨런 그린스펀을 포함해 파생상품 규제를 해왔어야 한다고 반성하고 있다"며 "국내 파생상품의 규제 완화를 포함해 한미FTA 금융서비스 부문의 신금융서비스를 통한 파생상품 시장의 개방은 아직 파생상품을 포함해 금융기법 노하우가 부족한 국내 금융기관과 시장을 거대한 리스크에 노출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법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FTA 부속서 11-사'의 외환 송금 제한 조치 규정으로 인해 심각한 자본 유출 사태가 도래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송 변호사는 "'외국인 직접투자'와 연계된 대외 송금에 대해서는 한국이 외환거래법에 따른 제한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문제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정의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IMF의 '국제수지 매뉴얼'을 따라야 하는데, 10% 미만의 주식투자자도 '외국인 직접투자자'에 해당돼 국내 시장에 투자한 자본을 빼갈 때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 사전 '조율(coordiante)'을 하지 않는 경우 '경상거래'와 관련된 대외 송금에 대해서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할 수 없고, 투자 영역의 자본 거래 분야, 즉 회사채의 일시 상환 송금 등을 제한하려고 할 경우, 미국의 상업적·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대해 불필요한 손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게다가 만약 국제 금융자본이 한국 정부의 '조치'에 의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경우 투자자-국재제소 제도에 의해 국제중재에 회부할 경우 한국 정부가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송 변호사는 "WTO가 보장하는 각 나라의 금융정책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와 같은 신흥 시장에 투자된 달러 자산의 급격한 유출(투자회수)을 경험한 상태에서 한미FTA로 인해 그나마 있던 자본 유출의 통제 수단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는 국제금융위기 이전 구 시대의 낡은 프레임"이라며 "한미FTA 대신 새 브레튼 후즈 체제 등 새로운 국제금융규제 질서의 형성에 한국이 적극 이바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이를 반영해 한미FTA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절차법' 절실
▲ 천정배 의원. ⓒ프레시안

'통상절차법'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의건 타의건 한미FTA가 재협상의 도마에 오르게 된다면 국회에서 이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희대 최승환 교수(법학)는 "최근의 한미쇠고기협정 체결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와 같이 비공개적인 비민주적 정책결정이 야기한 사회적 혼란으로 인한 국익손실을 고려해볼 때, 투명하고 민주적인 통상협정 체결에 관한 입법은 국민적 합의 및 지지를 도출하고 사회적 통합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수단이다"고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도 "통상절차법을 제정해 우리 국회가 한미FTA의 재협상 과정과 내용을 철저히 감시·감독·점검한 뒤에 비준동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쇠고기 파동 때 통상절차법을 얻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라는 반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날 정책토론회에는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유선호, 장세환, 박지원, 최문순, 노영민, 조영택, 최규성 의원이 참석했고, 김근태, 우원식, 전 의원도 참석해 토론 내용을 경청했다. 이밖에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를 비롯해 권영길, 이정희 의원 등이 참석해 한미FTA 재협상 요구에 동참할 뜻임을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